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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엣지정 Jul 19. 2023

내가 좋아하는 열 단어

중년의 나를 살피다

 알베르 카뮈는 세계, 고통, 대지, 어머니, 인간들, 사막, 명예, 비참, 여름, 바다를 좋아하는 열단어로 꼽았다. 역시 철학적이다. 문득 나는 뭘까 끄적이다가 이게 생각보다 깊이 있는 질문이고 중년의 나를 살펴보게 한다. 흥미롭다.

하나, '진정성(眞情性)'이다. 진실하고 참된 성질. 인간관계에 있어 호감의 척도가 된다고 생각하지만 솔직함(진정성과 차이가 있긴 하지만)이 70%를 넘어가면 그것이 외려 독이 되어 내게 돌아온다거나 70% 미만일 경우는 모호한 관계로 빠지기 쉽다하니 70%를 유지하는 기술을 배워야 할까? 스스로에게 진실하고 참되게 대하는게 우선인 듯하다

둘, '소통(疏通)'이다. interaction, communication같이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타인과의 소통 보다 '내면소통 inner communication(김주환교수)에 가까운 소통이다.

셋, '회복(回復)'이다. 여기다 탄력성까지 더하면 이 또한 김주환 교수의 언어가 되는데 '회복'이란 단어만으로도 的인 요소가 충분하고 애씀도 느껴지니까 그냥 '회복'만 좋아하기로 했다. 원래의 상태로 되돌린다는 뜻으로 보면 그 '원래'가 과거를 지향하는 느낌이어서 뺄까 하다가 보다 나은 것으로의 복귀를 의미하는 단어로 선택했다.

넷, '쉼'이다. '휴식(休息)'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휴식보다는 훨씬 '생산적인 휴식'같은 느낌이랄까?쉬는건 어떠한 의무감도 없는 완벽한 힘빼기다. 뒤에 '깸'을 더해서 한때 내 공동체 공간의 상호(쉼앤깸, 휴심정원)로 쓰기도 했다. 영어로는 off라 대체했는데 완전히 꺼진 상태, 전류가 하나도 흐르지 않는 상태로 연상해 보았다.

다섯, '고독(孤獨)'이다. 사전상에는 '홀로 있는 듯이 외롭고 쓸쓸함'이라 되어 있다. 혼자 있는 게 왜 외롭고 쓸쓸할까? 나는 視이 존재하는 한 고독은 황홀함과 기꺼이 교환할 수 있는 정서다.

여섯, '존엄(尊嚴)'이다. 내가 이 단어에 꽂힌 이유는 순전히 페터비에리 때문이다. '자신감'보다는  '자존감'이 어감적으로 겸손하게 느껴져 좋았는데, 페터비에리의 <삶의 격>에서 '존엄'은 내가 나를 얼마나 존엄하게 대할 것인가? 내가 남을 얼마나 존엄하게 대할 것인가? 나는 남에게 어떻게 존엄하게 대접받을 것인가? 에 대해 질문하고 다양한 경험과 분석을 통해 개념 정리를 하고 있다. '존엄'은 인간이 살아가는 특정한 방법으로 이해되고 실천되어야 한다.

일곱, '품격(品格)'이다. 아래 주소는 10년 전 '품격'보다 '품위'가 좋다고 써 놓은 내 글이다. 그런데 지금은 품격이라고?

https://story.kakao.com/eunjeongkim32/gOaL6dnaLu9

'품격'은 내외적 됨됨이에 인격의 성숙도 및 자기 성찰까지 넓게 본다? 그에 대해 '품위(品위)'는 지위나 위치에 따라 갖추어야 되는 품성과 교양이란다. 10년 전에는 품위란 단어가 좋았는데 지금은 왜 품격이 좋을까?품위는 있다거나 없다거나 떨어뜨리거나 지키거나라면 품격은 '품위'를 기본에 놓고 높고 낮음에 대한 문제로 볼 수 있다(순전히 내 생각이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어휘를 풀어가는 방식도 달라진걸까?

여덟, '운명(運命)'이다. 운명이란 단어 안에는 필연과 우연, 팔자와 천명, 삶과 죽음 모두가 들어있다. '아모르파티'! 나는 내 운명을 사랑한다.

아홉, '언어(言語)'다. 첫 번째로 꼽으려다 아홉 번째까지 밀렸다. 물론 순서는 중요도와 상관이 없다. 언어는 나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다. 내가 내가 되는 데 필요한 요소. 나는 언어로 스토리텔링되며 그 스토리텔링된 것이 곧 내가 된다. 모국어를 제외한 많은 언어를 체화시키지 못했음을 개탄할 뿐.

열, '메멘토모리(Memento mori)"다. '죽음'이라고 쓰려다 그 단어 자체는 아직까지 섬뜩한 부분이 있어서 중화시켰다. 죽음을 생각하라거나 잊지 말라. 이를 종종 카르페디엠과 엮어 현재를 즐기라는 의미로 해석하는데  나는 그보다는 죽는 것보다 죽음과 다를 바 없이 사는 현실을 더 경계하라는 뜻으로 새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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