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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맹 Aug 14. 2022

우리가 처음 만나던 날

고양이를 입양하기까지



“우리 고양이 입양할까?”

남자 친구가 문득 얘기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우리 반려 동물을 입양할까?’라는 이야기는 했었지만, 말만큼 쉬운 것은 아니었다. 살아있는 생명체와 함께 산다는 것에 따르는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스위스에서의 삶을 내가 언제까지 지속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질문도 이어졌다.

하지만 우리는 여러 번 우리 집 안에 강아지나 고양이가 있는 상상을 했고, 그때마다 행복에 겨워했다. 사실, 함께 동물 보호 단체에서 반려동물 (예비) 보호자를 위한 교육을 듣기도 했었다. 유럽에 있는 여기저기 동물 보호 및 입양 사이트를 들락거리기도 하고, 한국에 있는 동물 보호 단체에 해외로의 입양을 문의하기도 했었다. 


“그래, 그러자!”

내가 대답했다. 

하루에 한두 번씩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꼬박꼬박 다닐 자신이 없었던 남자 친구는 고양이를 제안했다. 나는 사실 고양이보다는 강아지에게 친근함을 느끼지만, 남자 친구가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있기에 흔쾌히 고양이에 동의했다.


사실, 결정을 내린 후 바로 고양이를 입양할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로잔에 있는 동물 보호 단체에 여러 번 전화를 했고, 무작정 찾아가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아파트에서 키우는 고양이는 보호소에 들어오면 바로 또 사람들이 데려가고 그래요. 지금 저희가 데리고 있는 고양이들은 야외 생활을 알맞게 병행할 수 있는, 그러니깐 마당이 있는 집에 입양을 가야 해요.’였다.


로잔에서 쉽게 고양이를 찾을 수 없겠다 싶어, 우리는 조금 더 거리가 있는 곳을 생각했다. 제네바. 아무래도 로잔보다 훨씬 큰 도시이고, 여기에서 멀지도 않으니 한번 찾아가 보기로 했다. 마침 제네바에 갈 일이 생겼다. 남자 친구네 엄마와 외할머니와 함께 식사를 하기로 한 것이다. 

남자 친구네 엄마까지 함께 제네바에 있는 동물 보호소를 찾아갔다. 우리는 참으로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우리는 서로 어떤 색의 고양이면 좋겠어? 나이는? 성별은? 같은 이야기를 나누며 아직 생김새도 모르는 우리의 고양이를 그렸다. 하지만, 제네바의 동물 보호 단체를 세 번째로 찾아갔을 때에야 우리는 비로소 우리의 고양이를 데리고 나올 수 있었다.


첫 번째 갔을 때에는 직원이 잘못된 정보를 주었고, 그 직원의 정보를 믿고 두 번째로 방문했을 때에는 그 정보가 잘못된 것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스위스에서 자주 볼 수 없는 교통 체증 때문에 영업시간이 거의 끝나갈 때쯤 도착했기에 다른 고양이들을 볼 수도 없었다. 세 번째로 갔을 때에는 우리는 고양이 케이지까지 준비해 갔다. 고양이 먹을 것과 모래, 가지고 놀 것, 빗 이렇게 필수적인 것들을 집에 구비해 둔 뒤였다.


고양이는 주인을 직접 고른데, 그래서 내가 간택당한 거잖아, 그런 느낌이 올 거야 ‘아 내 고양이야, 이 녀석이다!’ 하는 거.

이런 말들이 머릿속에 맴돌았고, 우리가 어떤 고양이와 짧은 그 순간에 서로를 알아볼지 궁금했다. 


보호소에는 고양이들이 꽤 많이 있었다. 각 고양이의 카드에는 이름, 성별, 나이, 털 색깔, 성격, 특징, 주의사항 등이 세세히 적혀있었다. 고양이의 방 여러 개가 마주 보고 줄지어 있었고, 방에는 적게는 2마리 많게는 5마리의 고양이가 함께 있었다. 방은 실내와 실외로 나누어져 있어 고양이들이 자유롭게 안과 밖을 드나들고 있었다. 


“우와 너 너무 예쁘다.”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향해 야옹 거리며 문 앞에 자리를 잡는 고양이. 하지만 실내에서만 있을 수 있는 고양이는 아니었다. 


“우와 저 아가 좀 봐, 너무 예뻐.”

하지만 그 고양이의 카드를 보니 성격이 만만치 않았다. 아무리 남자 친구가 고양이 집사 경험이 있다지만, 나는 처음인지라 조금은 순둥한 고양이면 더 순조롭게 시작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다 정말 나의 시선을 빼앗는 고양이를 보았다. 나이가 2살이 넘었지만 체구가 굉장히 작은 회색 고양이였다. 얼마 전 스페인에서 구조되어 온 아이들 중 하나였다. 나는 ‘아, 이 고양이가 내 고양이구나!’하는 게 이런 건가 싶었다. 가슴이 쿵쿵거렸다.

하지만 카드를 읽자,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회색 고양이는 (아마도 형제로 추정되는) 다른 고양이와 꼭 함께 입양이 되어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고양이 두 마리는 아직 자신이 없었던 지라 나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우리의 눈에 들어온 또 다른 고양이. 남자 친구는 보자마자 고양이를 만지고, 고양이도 좋아했다. 나도 조심스럽게 고양이를 만져보았다. 주황빛의 줄무늬가 인상적이었다. 1년 1개월 생의 수컷, 강아지와도 잘 지내고 성격이 좋으며 지붕 위에서 노는 것을 좋아한다고 쓰여 있었다. 지붕으로 쉽게 올라갈 수 있는 우리 집이 안성맞춤이지 싶었다. 이름은 심바였다.


우리는 그 뒤로도 방 안을 들여다보며 고양이들을 보았지만, 우리는 이미 심바에게 마음이 뺏긴 뒤였다. 우리는 최종 결정을 하기 전에 심바를 한 번 더 보고 싶었다. 직원과 함께 심바를 찾았지만 심바는 숨어 있었다. 바깥 공간의 펜스에 있는 풀숲 아래에 잔뜩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심바의 동그란 눈이 빛났다. 자신이 떠나게 됨을 감지한 것일까? 


우리는 계약서를 작성하고, 금액을 치르고, 주의 사항을 들었다. 직원이 케이지를 들고 심바를 데리러 갔다. 시간이 오래 걸릴 줄 알았다. 하지만 우리의 걱정과는 다르게 심바는 순순히 케이지에 들어갔다. 직원은 우리에게 좋은 신호라며 축하해주었다.


심바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상상만 하던 우리의 고양이가 우리와 함께였다. 믿기지 않았다. 기다리던 순간은 역시 늘 갑자기 이렇게 실현된다.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추억들이 쌓일까? 심바가 우리 집에, 그리고 우리에게 금방 적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차에 올라탔다. 나는 무릎 위에 케이지를 올렸다. 심바가 야옹 거리며 울었다. 

“괜찮아, 우리 집에 가는 거야. 우리와 함께 하는 거야.”

심바가 다시 야옹 거리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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