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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맹 Aug 24. 2022

너 개냥이였어?


나는 고양이와 함께 해본 적도 없고, 고양이와 그리 친한 편도 아니었다. 길에서 고양이를 만나면 귀여운 마음에 다가가지만, 고양이들은 가까이하기엔 늘 너무 멀었다. 강아지에겐 그래도 인기가 있는 편인데, 고양이에겐 그러지 못해 나랑 안 맞는 동물이라고만 생각했다. 다가가는 방법을 몰랐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아는 게 없다 보니, 고양이를 입양하기 전까지 열심히 정보를 뒤적거렸다. 내가 학생일 때만 해도 ‘집에 고양이가 있는’ 애들이 내 주변에 그리 많지 않았는데, 요즘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찾을 수 있는 정보도 많았다.


일단은 고양이 입양 첫날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열심히 뒤적거렸다. 고양이가 마음을 열기까지, 신체적으로 가까이 다가오기까지도 시간이 꽤나 걸린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대부분 고양이는 환경이 바뀌면, 겁을 먹고 어딘가로 숨어 들어간다고 했다. 그렇게 중복되는 다수의 글들을 읽고는 나도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첫날부터 예쁘다고 쓰다듬을 생각은 애초에 접게 되었다.

충분히 기다려줘야지, 우리가 함께 한다는 걸 알고 다가올 때까지 재촉하지 말아야지.


아무리 더워도 이불속은 못 참지


집에 도착하여 케이지 문을 열었다. 나는 당연히 심바가 멈칫거리며 나올지 말지 고민에 잠길 줄 알았다. 내가 읽은 대부분의 글이 그러했기 때문에.


하지만 예상외로 심바는 케이지에서 바로 나왔다. 문이 다 열리기도 전에 후다닥 뛰쳐나왔다. 그리고는 마치 아는 곳을 왔다는 듯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식탁도 구경하고, 소파도 구경하고, 거실 구석으로 갔다가 화장실도 구경하고, 부엌도 구경했다. 선반에는 뭐가 있나 보기도 하고 방은 어떻게 생겼는지 보기도 했다. 믿기지가 않았지만, 내심 좋았다. 이렇게 바로 적응을 해주는구나, 우리는 정말 인연 인가 봐라는 생각까지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심바는 우리를 졸졸 쫓아다니기까지 했다. 와, 말로만 듣던 ‘개냥이’가 이런 거구나 싶었다. 심바가 개냥이라고 (맘대로) 결론을 내리고는, 그 사실에 나는 정말 행복했다. 심지어 첫날부터 우리를 핥기까지 했다. 나는 고양이의 혓바닥에 대하여 이야기만 들어보았지 실제로 경험해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심바가 나를 물고 지나간 줄 알고 소름 끼치게 놀랐다. 하지만, 그게 아닌 걸 알고는 또 너무 예뻐서 어찌할 줄을 몰랐다.


이전 주인과 살 때 교육을 잘(?) 받은 건지, 사람의 물건은 별로 건드리지도 않았다. 충전선을 씹으려 하진 않을까, 작은 장식품을 다 무너뜨리진 않을까 했던 염려들은 쓸데없는 걱정들로 판명이 났다.


내 손을 잡아줘


집에 도착한 지 세 시간이 지나고, 나와 남자 친구가 각자 할 일을 하고 있을 때에도 심바는 참 침착하게 우리의 가운데에 자리를 잡았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그 심바를 쳐다보느라 평소에 한 시간이면 끝낼 일을 두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그래도 그런 거쯤은 아무 문제도 아니었다. 대신 우리는 심바의 이름을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아무래도 이름을 새로 바꾸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사실 심바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심바도 마찬가지인지 이름에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우리는 몇 가지 이름 후보들을 거론했지만, 며칠간 천천히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어느덧 잘 시간이 되었다.


심바가 우리 집에서 보내는 첫 날밤.

방에 들어가 침대에 올라가자, 심바는 마치 ‘우리 그래 왔었잖아’라는 듯이 침대로 올라왔다. 내가 미쳐 베개를 베고 눕기도 전이었다. 심바는 몸을 옆으로 바짝 붙여 눕더니 그르렁 거리는 소리를 한참이나 냈다. 찾아보니 그런 걸 골골 송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이불 위에서는 꾹꾹이라고 불리는 것도 했다. 그 모든 움직임과 소리 하나하나가 신비롭기만 했다. 살아있는 작은 생명체가 내 옆에 꼭 붙어 있는 기분이 참으로 묘했다.


자다 깨서 화장실을 가는데, 심바가 졸졸 나를 쫓아왔다. 그리고 내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동안 문 앞에서 야옹 거리며 울어대었다. 마치 내가 화장실에 간지 한 시간이 지난 것처럼, 나를 잃어버린 것처럼 울어 대었다.

“아이고, 나 기다렸어? 아이고 예뻐라. 빨리 다시 자러 가자.”

심바는 다시 또 졸졸 나를 쫓아 침대로 왔다. 심바가 다리에 바싹 붙어서 걷기에, 행여나 심바를 밟기라도 할까 봐 조심스럽게 걸었다. 나는 다시 심바의 골골 송을 들으며 어색하지만 행복에 겨운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깨우지 말라냥


그런데 다음날부터 심바가 이상했다. 마냥 개냥이인 줄만 알았던 심바가 잠만 잤다. 날이 더워서 그런 것 같기도 했다. 바람 없는 뜨거운 날이었다. 심바는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다. 마음이 무거워졌다. 어제와 전혀 다른 고양이가 되어 있어서 마음이 심란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아 어제 나름 먼 거리를 이동하고 새로 만난 우리도 신경 쓰고 하느라 많이 피곤했나 보다 싶었다. 계속해서 잠만 자는 심바가 너무 걱정되었지만, 일단은 심바도 우리에게 또 우리 집에 적응하는 중일 거라 생각하며 재촉하지 말자는 마음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심바야, 기다릴게. 천천히 적응해.

그래도 신경이 온통 심바에게 쏠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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