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속도로 주변을 둘러보며 천천히 크고 있는 아이

우리는 배변훈련 중

by 허군

홍시가 태어나고 나서 다짐한 게 있었다. 거창 한 건 아니지만 육아를 하면서 주변의 친구들과 비교하며 쫓아가는 삶을 살지 말고, 홍시의 속도에 맞춰서 천천히 한 발자국씩 주변을 둘러보면서 한 발자국씩 나아가고 싶었다.


홍시는 지금까지 우리의 의도(?)대로 아주 느긋한 삶을 살고 있다. 홍시가 태어나고 뒤집기를 할 때부터 홍시는 친구들과는 조금 다른 속도를 가지고 있었다. 신생아 시절 평균적으로 아이들이 뒤집기를 하는 시점보다 늦은 뒤집기를 했고, 그 덕분에 우리는 홍시의 수면교육을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아마도 뒤집기를 일찍 했다면 생후 5개월 차에 방에서 따로 재우는 연습은 못했겠지. 이렇게 약간의 속도 차이는 오히려 나와 정양에게 고마움으로 다가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 이후로 걸음마도, 상호작용도, 처음으로 엄마를 부르는 시기도 남들과는 달랐다. 사실 우리도 그 '다름'이 처음에는 조금 불안했었다. 특히 2차 영유아 검진 때 의사 선생님께서 사회성을 표현하는 상호작용이 조금 늦으니 지켜봐 달라고 말씀하셔서 좀 놀랬었다. 인터넷 검색 결과가 아닌 의사 선생님께서 그런 말씀을 해주시니 불안감에 휩싸였었다. 그래서 집에서 홍시와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를 하면서 놀아줬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홍시는 영유아 검진이 끝나고 바로 며칠 있다가 상호작용을 하기 시작했다. 걱정만 하다가 정말 마법같이 달라진 홍시의 모습에 나와 정양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인 걸까, 이제는 특별히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아이 발달사항 시기에 대해서 특별한 일이 없으면 찾아보지 않는다. 이미 홍시는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고 많은 친구들과 함께 하고 있기에 그것만으로도 홍시에게 여러 가지 발달에 있어서는 충분한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저 우리의 역할은 가끔 홍시를 어린이집에서 픽업할 때 담임선생님께 요새 홍시가 어떻게 놀고 있는지, 친구들과는 잘 지내는지 등을 여쭤보고 피드백을 듣는 것뿐이다.

그렇게 홍시가 하원 할 때 어린이집과 잠깐의 대화는 정말 큰 도움이 된다. 몇 달 전에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홍시가 어린이집에서 배변훈련을 시작하고 있으니 집에서도 같이 도와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을 주셨다. 그래서 우리는 어린이용 변기도 하나 사서 홍시 방에 놔주고, 화장실의 변기에도 성인과 어린이가 같이 쓸 수 있는 커버도 설치해 줬다. 처음에 변기의 용도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직접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보여줬다. 하지만 홍시는 큰 관심을 갖지는 않았고 우리도 크게 스트레스를 주기는 싫어서 강제로 앉히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지금도 홍시는 배변훈련을 하는 중이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와 밤에 샤워하기 전에 변기에서 소변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데 소변은 곧 잘 보고는 한다. 하지만 아직 대변은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다. 홍시한테 '응아'가 마려우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물어보면 변기를 손으로 가리키기는 하는데, 아직 직접 가지는 않는다. 아마도 지금은 기저귀가 편한가 보다. 그래도 어린이집에서도 배변훈련을 하고 있으니 집에서도 속도를 맞추기 위해서 달콤한 자극제도 홍시에게 알려줬다. 홍시가 변기에서 처음으로 '응아'를 하면 평소에 가장 좋아하는 커다란 포크레인을 사준다고 이야기해줬다. 물론 아직 대변을 가리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변기를 가리키면서 자기가 '응아'를 변기에 하면 포크레인을 사줄 거라는 걸 알고는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이번 배변훈련에도 정양과 나는 '작은 부모'를 지향하면서 최소한의 자극만 주면서, 홍시를 믿고 기다리는 중이다. 내가 육아를 하면서 가끔 홍시의 친구들의 발달사항을 보면서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항상 생각하는 문장이 있다. "지금 아이가 온전히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엄마, 아빠 밖에 없어요. 부모가 절대적으로 아이를 믿어줘야 아이도 엄마, 아빠를 믿고 해낼 수 있어요". 홍시를 출산할 때 정양의 옆에서 도와주던 조산사 분께서 해주셨던 말이다. 나는 저때 저 말이 정말 너무 크게 마음에 다가왔다. 나랑 정양이 홍시를 믿지 못한다면, 홍시는 기댈 곳이 없다. 우리가 홍시를 믿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언제나 그랬듯이 홍시는 또 자신만의 속도로 해낼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홍시야 부담 갖지 말고 언제든 마음의 준비가 되면 말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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