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 '집' 보다 더 구하기 어려워진 아이의 '어린이 집'
이사를 갈 때가 되었다. 전셋집이었지만 6년에 가까운 시기를 이 집에서 보내면서 많은 행복한 일들이 있었다. 그사이에 우리한테는 홍시가 태어났고, 그로 인해 이번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 나와 정양은 홍시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에 조금 더 괜찮다고 생각이 되는 지역으로 이사를 가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정양과 이사를 계획하고 주말마다 새로 이사 갈 지역에 가서 동네를 둘러보기도 하고 부동산에 우리가 찾고 있는 집에 대해 물어보기도 하며 하나씩 차근차근 준비를 했다. 그런데 준비를 하다 보니 중요한 건 우리가 살 '집'이 아니었다. 맞벌이 부부인 우리에겐 우리가 살 '집'보다 홍시가 시간을 보내게 될 '어린이집' 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번에 이사를 준비하면서 알게 되었다.
사실 예전에 우리는 어린이집과 관련해서는 아주 운이 좋았었다. 맞벌이 부부인 우리는 조금 일찍 홍시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집 근처에 경기도에서 딱 2군데만 운영한다는 0-1세 반 전용 어린이집이 있었다. 그리고 운 좋게도 우리가 원하는 시점에 딱 그 어린이집에 홍시를 보낼 수 있게 되었고, 덕분에 정말 아무런 걱정 없이 정양과 내가 맞벌이를 하면서도 육아를 할 수 있었다. 아마도 이런 행운이 있었다 보니 우리는 이번에 이사를 계획하면서도 어린이집에 대한 걱정이 조금 덜 했던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정말 달랐다. 아이사랑 어플을 통해서 우리가 이사를 가려고 하는 지역 근처 어린이집에 전부 입소대기 신청을 해보면서 홍시가 몇 순위로 들어갈 수 있는지 체크를 하고, 직접 50군데가 넘는 어린이집 원장님께 빈자리가 있는지 문의를 했다. 하지만 현실은 차가웠다. 우리가 도보로 홍시를 등 하원 시킬 수 있는 어린이집은 정말 단 한군 데도 자리가 없었다.
이제 우리가 살 '집'에 대한 걱정은 아예 생각나지도 않았다. 오로지 홍시가 갈 수 있는 '어린이 집'을 찾는데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새로 생기는 어린이집은 없는지 구청에 전화도 해보고, 사립 놀이학교에 가서 직접 면담도 받았다. 하지만 새로 생기는 어린이집이 있어도 맞벌이 부부 조건만으로는 순위에 밀리는 상황이고, 사립 놀이학교는 종일반이 불가능하고 비용도 월 120만 원 정도로 만만치 않은 금액이었다.
이렇게 직접 발로 뛰고, 전화를 돌리면서 어린이집을 알아보다가 문득 예전에 봤던 뉴스가 생각났다. '출산율 세계 꼴찌 대한민국...' 우리나라가 정말 출산율이 세계에서 꼴찌인 걸까? 근데 왜 우리는 어린이집을 보내지 못하게 될까 봐 이렇게 노심초사하고 있는 걸까. 정말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나라에서는 출산율을 높이고 출산 후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서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는데, 우리는 왜 이렇게 어린이집 하나 알아보는 거부터 힘이 드는 걸까 싶었다.
아직 이사를 가기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있기에 나랑 정양은 좀 더 열심히 어린이집을 알아볼 예정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우리는 분명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어려움이 지금의 우리나라의 '세계 꼴찌 출산율'이라는 타이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 것 같아 씁쓸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