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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군 Jul 07. 2020

아이보다 한 발자국 뒤에 있는 부모가 되기

엄마 아빠는 숨은 조력자

 홍시가 태어난 지 27개월이 지났다. 어느덧 홍시는 아기가 아닌 어린이의 모습이 비치기 시작했고, 그동안 나와 정양은 밤낮없이 아이의 삶 뒤에서 "숨은 조력자"가 되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내가 우리를 숨은 조력자라는 단어를 쓴 이유는 많은 주변 사람들이 우리가 아주 자유분방(?)하게 육아를 하는 것 같이 보인다고 말을 해줘서 골라본 단어이다. 우리는 육아를 하는 데 있어서 아이의 독립성과 자립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최대한 나와 정양은 앞에 나서서 무언가를 해주기보다는 항상 뒤에서 지켜보는 부모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뒤에서 지켜보는 부모라고 해서 다른 부모들보다 아이한테 덜 신경 쓰는 건 절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오히려 한 발자국 뒤에서 지켜보려면 아이한테서 1초도 눈을 뗄 수가 없으며, 아이가 한 발자국 앞에서 어떤 행동을 할 때마다 수없이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고 있을 때를 생각하면 쉽게 생각할 수 있다. 홍시의 개월 수나 혹은 그보다 조금 더 어릴 때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놀 때 상당히 불안하다. 잘 걷고 뛰기도 하지만 아직 100프로 안정적인 발걸음이 아니기에 쉽게 넘어진다. 하지만 아이가 어느 정도 혼자서 놀려는 의지를 보이기에 우리는 그대로 혼자 다양한 모험을 할 수 있도록 지켜보고는 한다.

 그런데 가끔은 혼자 놀다가 발걸음이 꼬여서 바닥에 넘어지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그럴 때마다 뒤에서 홍시가 안전하게 무릎과 손바닥을 이용해서 넘어졌는지 판단하고 주변에 위험한 상황이 없다는 걸 확인한 다음, 우리는 아이를 일으켜 세우지 않고 옆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해준다. "괜찮아 홍시야. 안전하게 잘 넘어졌네. 홍시는 씩씩하게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지?" 그러면 혼자 일어나고는 우리에게 달려온다. 그러면 우리는 잘했다고 칭찬하며 안아주고는 한다.

 사실 아이가 넘어지지 않게 하려면 항상 아이보다 한 발자국 앞에 서서 먼저 살펴봐주면 된다. 그러면 아이도 넘어지지 않을 것이고 부모의 맘이 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면 아이가 항상 앞선 부모의 발자국을 따라갈 수밖에 없기에, 우리는 한 발자국 뒤에 서기로 했다. 한번 넘어져서 무릎이 까졌다고 하늘은 두쪽이 나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는 아프다는 걸 알게 되고 그다음부터는 조금 더 주변을 잘 살피는 새로운 능력을 습득할 수 있다.


 27개월의 시간을 돌이켜 보면 이렇게 뒤에서 "숨은 조력자"의 위치에서 육아를 하는 게 오히려 더 힘든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아예 맘 편히 아이를 항상 내 품에 끼고 같이 노는 게 마음이 더 편하고 고민할 거리도 없을 것 같았다. 나와 와이프가 아이보다 한 발자국 앞서서 움직인다면 아이는 따라오기만 하면 될 테니 아이도 역시 편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홍시의 독립성, 자립성, 창의성 등을 키워주기 의해서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우리는 "숨은 조력자"의 위치에서 홍시를 바라보려고 한다. 우리의 방법이 정답은 아니지만 육아라는 게 어디 정답이 있는 건 아니기에, 나와 정양이 함께 생각하고 지향하는 게 있다면 그 걸로서 충분하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게 홍시가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정말 큰 양분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P.S : 홍시가 나중에 엄마, 아빠가 이렇게 항상 신경 쓰고 키웠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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