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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군 Jun 22. 2020

언어발달이 느린 두 돌 아이를 위한 나와 와이프의 생각

조금씩 천천히 너만의 속도로

 제법 오랜만에 글을 쓰기 위해 펜을 잡은 것 같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정리하고 좋은 정보가 생기면 이웃분들에게 알려드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적어도 일주일에 1번은 펜을 들어서 글을 쓰려고 했는데, 요새 이것저것 바쁜 일이 좀 생겨서 정말 오랜만에 펜을 잡은 것 같다.
 

 요새 나보다 어린 친구들은 어떤 방식으로 글을 써 내려가는 게 편한지 모르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글을 쓸 때는 펜을 들고 종이에 직접 글씨를 쓰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아무리 인터넷이 발달하고 소프트웨어가 편해진다고 해도 직접 글씨를 쓰고 두 번 세 번 읽어가며 문맥을 이해하고 문장을 다듬는 데는 직접 펜을 들고 글씨를 쓰는 게 가장 효율적인 것 같아서다. 그리고 조용한 밤 시간이나, 아침 새벽시간에 글을 쓰는 건 생각보다 매력적이다.


 오랜만에 글을 쓰다 보니 원래 쓰려던 내용에서 좀 많이 벗어나 버렸다. 오늘 펜을 든 이유는 역시나 홍시의 발달사항에 관련된 이야기다. 홍시는 지난달에 인제 두 돌이 막 지났다. 보통의 아이 발달사항 기준을 보면 인제 아이가 간단한 단어들을 말하기 시작하는 때이다. 조금 빠른 아이는 단어를 여러 개 붙여서 이야기도 하고, 조금 늦은 아이는 아직 말할 수 있는 단어의 개수가 많지가 않을 수도 있다

 홍시는 여러 가지 발달사항들이 전부 빠른 편은 아니었다. 2차 영유아 검진 시에도 사회성이 일반적인 아이보다 조금 느리다는 이유로 추적검사를 해야 한다고 들었었다. 사실 부모로서 걱정을 안 했다면 거짓말 일 거다. 그러나 홍시에게 약간의 시간을 더 주면 분명히 금방 스스로 터득할 거라 믿었고 항상 우리의 기대와 같이 멋지게 해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두 돌이 지나는 시점에서 아마도 모든 부모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언어발달에 대한 생각을 써보려고 한다. 홍시는 말이 조금 느린 편이다. 비슷한 개월 수의 아이들이나 혹은 좀 더 어린아이들 보다도 말하는 단어의 개수가 조금 적은 편이다. 처음에는 홍시가 말이 조금 느린 줄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어린이집에 픽업을 갈 때 개월 수가 비슷한 다른 친구들을 만나보니 홍시가 조금 느리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에 어린이집 상담시간이 있어서 원장 선생님과 약 30분간 통화를 했었다. 통화를 통해서 나는 세 가지 정도를 문의드렸다. 홍시의 언어발달, 식습관, 배변훈련에 대해서 물어봤다. 식습관과 배변훈련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글을 써보기로 하고 우선 오늘은 언어발달에 대해서 상담했던 내용을 먼저 써보려 한다. 상담을 시작하면서 나는 원장 선생님께 이렇게 먼저 말씀드렸다. "저와 와이프는 홍시의 발달사 항의 속도에 있어서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어요. 느리거나 혹은 빠른 부분이 있다면 시간이 분명 해결해 줄거라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니 원장 선생님께서 편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내가 대화의 시작을 텄고, 원장 선생님도 홍시의 언어발달에 있어서 아주 솔직히 이야기해주셨다. "아버님께서 그렇게 이야기해주시니 감사해요. 홍시 어머니, 아버지께서 그리 생각해주신다니 어린이집 원장으로서 솔직하게 의견을 드려볼게요. 10년 넘게 아이들을 지켜봐 온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드리기는 하나, 모든 아이들은 다 본인만의 속도가 있으니 감안하고 들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선 말씀하신 대로 홍시의 언어발달은 조금 느린 편이 맞아요. 어린이집 또래의 아이들이 말하는 단어수를 비교해 보면 조금은 많이 늦은 것 같은 느낌도 있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혹시 다양한 방법으로 홍시가 말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생략)"​

 언어발달에 대한 상담이 끝나고 우선 원장 선생님께 정말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렸다. 부모를 위한 상담이 아닌 진심으로 홍시를 위해 말씀해주신 게 느껴졌다. 그리고 나와 정양 역시 홍시가 언어발달이 조금 느리다는 걸 이번 상담을 통해서 정확히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다행히 이제 나와 와이프는 이제 이런 발달사항이 약간 느림에 있어서 크게 동요하지는 않는 편이다. 우리 아이는 건강한 신체를 갖고 있고 지혜로운 아이라고 생각하는 데 있어서 조금의 의심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홍시한테 큰 스트레스를 주지 않을 예정이고, 그저 믿어주고 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 줄 생각이다.

 원장 선생님과 상담을 하면서 집에서 우리가 부모로서 언어발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첫 번째는 홍시가 원하는 것들을 너무 빠르게 해 주기보다는 조금 기다려 보는 것이다. 사실 와이프와 나는 인제 홍시의 눈빛과 손짓만 봐도 대략 뭘 원하는지 바로 파악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홍시가 원하는 게 있다고 생각하면 바로 뭔가를 해줄 수 있지만, 이제는 앞으로 조금 기다려 볼 생각이다. 홍시가 자신이 원하는걸 입으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기다리는 시간을 늘려볼 생각이다. 이런 작은 자극도 분명 홍시가 말을 하는데 좋은 방법이 될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두 번째는 글씨가 너무 많지 않은 책을 한두권 정해서 반복적으로 읽어주는 것이다. 사실 집에는 지금 정말 많은 책이 있다. 홍시도 책을 좋아하는 편이라 자주 무릎에 앉혀서 다양한 책을 읽어준다. 여태까지는 다양한 책을 보여주고 읽어주는 게 좋을 거라 생각했는데, 원장 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나서는 이제 적당히 글씨가 있는 책 한두 권을 반복적으로 읽어줄 생각이다. 그러면 같은 단어가 반복해서 눈에 보이고 읽히니 홍시가 단어를 습득하는 데 있어서 분명히 좋은 방법일 것 같았다.


 우선은 당분간은 이 두 가지 방법을 홍시가 스트레스받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일상생활 속에 묻혀볼 생각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분명 우리도 모르게 홍시 스스로 방법을 터득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와이프와 나 둘 다 육아를 하는 데 있어서 아이한테 스트레스를 주는 건 가장 안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기에 조금씩 천천히 바꿔볼 생각이다.

 항상 느끼는 건데 육아를 하는 데 있어서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이번에도 원장 선생님과의 상담을 통해서 좋은 방법을 알게 돼서 정말 감사했다. 그리고 이번 계기로 홍시도 나도, 와이프도 한 발자국 또 성장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번에는 또 어떤 성장 발판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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