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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군 Jul 22. 2022

떨리는 유치원 학부모회 대의원 회의

아빠는 긴장했다

 요새는 회사일도 바쁘고, 다이어트 유지를 위해 운동도 해야 하고, 홍시랑도 놀아줘야 하다 보니 글 쓰는 속도가 조금 느려진 것 같다. 특히나 홍시가 점점 크다 보니 자연스레 함께 하는 시간에 집중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더 그런 것 같은 느낌...?


 예전에 블로그에 유치원 학부모회는 어떤 곳인지, 아빠도 할 수 있는 자리인지, 한번 이웃님들께 물어보는 글을 남긴 적이 있었다. 그때 많은 이웃님들께서 아빠들도 충분히 할 수 있고 직장인도 가능하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용기 내어 일단 홍시가 속해있는 반대표를 지원해서 학부모회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제 오후 22학년도 1회 유치원 학부모회 대의원회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회사에 반차를 사용했다. 오후 반차를 사용하니 대의원회 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서 동네 한 바퀴 가볍게 뛰면서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나 말고도 다른 아빠들도 있겠지?'

'나만 혼자 아빠면 어쩌지?'

'혹시 나만 왕따(?) 당하는 거 아니겠지?'


 가볍게 운동 마치고 대의원회 시간에 맞춰서 유치원에 도착했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내 이름이 적혀있는 책상에 앉아서 다른 반대표분들이 오시는 걸 기다렸다. 역시나 예상 대로였다. 아빠는 나 혼자 뿐이었다. 


 괜한 민망함과 부끄러움과 뻘쭘함에 어떻게 해야 하나 머릿속은 복잡했지만,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자연스러운 척(?) 하며 앉아있었다. 인원들이 다 모이고 금세 대의원회는 시작이 되었다. 올해 처음 열리는 대의원회라 일단 시작은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간단히 하는 걸로 시작했다. 금세 내 차례가 왔고 간단히 소개를 했다.


"저는 00반 학부모 대표 홍시 아빠라고 합니다. 학부모 반대표는 자원해서 했는데 사실.... 아빠는 저 혼자라 조금 어색하네요. 뭐든 도움 될 만한 게 있으면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저만 아빠라고 왕따(?) 시키지 말아 주세요~!"


 대충 이렇게 이야기한 것 같은데.... 아... 마지막에 "왕따(?) 시키지 말아 주세요" 이 말은 왜 했을까 엄청 후회했다. 저 말만 안 했어도 좋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ㅎ


 자기소개가 간단히 끝나고 10명이 조금 넘는 각 학급반 대표분들과 올해 유치원에서 진행될 안건들에 대해서 회의가 시작되었다. 다른 어머니들께서 말씀해주신 내용들 열심히 듣고, 나도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추가해서 열심히 말하다 보니 긴장감은 자연스레 풀렸다. 


 그렇게 약 한 시간 반 정도의 대의원회가 끝났다. 나는 내가 잘한 건가 싶기도 하고, 너무 두서없이 말한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막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1층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원장 선생님께 인사드리고 나오려는데 원장 선생님께서 한마디 해주셨다.


"대의원회에 아버지가 한분 계셔서 든든하네요~!"


 오늘 하루 종일 걱정했던 것들이 싹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오늘 나도 뭔가 좀 도움이 된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 그냥 인사치레로 해주신 걸 수도 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다음번 대의원회가 열리면 그땐 좀 더 아이들을 위한 좋은 아이디어들 준비해서 참석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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