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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군 Oct 17. 2022

언제쯤 나는 진짜 '아빠'가 될 수 있을까

아빠의 육아고민

 결혼 전 정양과 10년간의 긴 연애를 하면서 우리는 보통 커플과 같이 싸운 적이 없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나는 싸우는걸 잘 못한다. 큰 소리를 내서 옳고 그름을 따지는 걸 싫어하는 편이라, 뭔가 다툴일이 생기면 스스로 삭이며 감정을 억누르는 편이다. 그리고 예전엔 잘 느끼지 못했는데, 스스로 감정을 억누르는 동안 나는 말이 없어지고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 같았다.


사실상 돌이켜보면 싸운 적이 없는 게 아니라, '소리를 내서' 싸운 적이 없는 것 같다.


 이런 내 성격 때문에 최근 고민이 많아졌다. 육아, 회사일, 자아실현 등으로 생기는 스트레스와 체력적인 한계로 가끔 나도 모르게 표출되는 행동과 얼굴 표정이 아이와의 관계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고 있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이 고민의 발단은 최근 아이가 나한테 물어보는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아빠 지금 힘든 거야? 화난 거야?"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아이 입에서 저 질문이 나올 때마다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이다. 최대한 아이에게 안 좋은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노력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아이는 다 알고 있었다는 생각에 한없이 부끄러웠다. 


 사실 이런 상황이 나를 힘들게 하는 이유를 좀 더 솔직히 적어보면, 나는 아이가 이런 내 성격을 닮지 않았으면 생각했다. 나와는 다르게 슬프면 슬프다고 말하고, 화가 나면 화를 낼 줄 알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이야기하는 아이가 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있을 때 항상 내가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을 잘 이야기해주려고 했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니 아이에게 행복, 사랑, 즐거움 등의 감정만 표현했지 슬픔과 분노라는 감정에 대해서는 숨기려 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이런 내 성격을 고스란히 아이가 보고 배우게 될 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다'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아이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고 아이들은 많은 걸 배운다. 아이에게 무언가를 바라는 게 있다면, 내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아이는 보고 배울 테니까. 너무 내 감정을 숨기려만 하지 말고 '희로애락'이라 말하는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해봐야겠다. 그래야 좀 더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요새 진짜 '아빠'가 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많이 느낀다. 언젠가는 진짜 '아빠'가 될 수 있겠지란 막연한 생각을 했는데, 진짜 '아빠'가 된다는 건 평생 고민해야 할 숙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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