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군 Nov 02. 2022

육아를 즐겁게 만들어 주는 부모의 '톱니바퀴'

육아는 과연 즐거울 수 있는가

 가끔 육아를 하고 있는 지인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육아는 과연 즐거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나온다. 그리고 이런 대화의 끝에 나는 대체로 홍시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정말 즐겁다고 말한다. 솔직히 힘든 순간이 없다고 말하면 거짓말 일 수도 있지만, 되돌아보면 힘들었던 순간은 육아 때문에 힘든 게 아니라 그 외 다른 요인들 때문이었기에 망설임 없이 '육아'는 즐겁다고 말한다.

 그런데 내가 육아의 즐거움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항상 되돌아오는 답변이 있다. 

"홍시는 순해서 그래"

"홍시는 얌전하잖아"

"홍시 같은 아이면 셋은 키우지" 


 솔직히 되돌아오는 이런 답변들이 달갑지는 않다. 분명 아이의 기질도 육아를 하는 데 있어서 영향을 끼치겠지만, 우리는 그보다 더 중요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노력의 결과 우리는 '육아'가 즐겁다고 느끼고 있다.

 육아가 즐겁게 느껴지는 이유 중에 가장 중요한 건, 나와 정양이 홍시가 태어나기 전에 만들어 놓은 우리 집만의 룰(Rule)을 지금까지 잘 지키고 있어서라 생각한다. 집에는 부모가 정해 놓은 룰이 있어야 하고, 아이들은 그 안에 들어와서 살아야 가족 모두가 건강하고 즐거운 육아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든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이 있다. 어릴 때부터 살아온 삶의 흔적들이 습관이 되어 톱니바퀴가 돌아가듯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 이성과 연애를 시작하면서 우리는 서로 갖고 있는 톱니바퀴를 하나씩 맞추기 시작한다. 쉽지는 않지만 하나씩 맞춰나가다 보면 어느새 톱니바퀴는 서로의 배려 끝에 맞춰서 돌아가기 시작하고 안정감과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때쯤 우리는 결혼을 하고 자녀를 갖게 된다.

 하지만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내 아이는 빈손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온몸에 새로운 모양의 톱니바퀴를 셀 수도 없을 만큼 칭칭 감고 나온다. 아이는 밥을 먹기 위해 누군가 돌려줘야 하는 톱니바퀴도 있고, 잠을 잘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톱니바퀴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하루 종일 놀고 싶은 톱니바퀴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커지는 신기한 현상도 보여준다. 

 이제 우리는 아래 두 가지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이미 잘 돌아가는 엄마, 아빠의 톱니바퀴 속에 아이를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인지, 아니면 이미 짜임새 있게 잘 맞춰진 엄마, 아빠의 톱니바퀴를 전부 다 빼서 다시 처음부터 아이에게 맞출 것인지.

 나는 부모가 즐겁게 육아를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이 부분이라 생각한다. 아이를 위해서 여태 우리가 힘들게 맞춰 놓은 톱니바퀴를 통째로 처음부터 다시 아이에게 맞추기 시작하면, 부모의 라이프 스타일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변화는 부부관계를 불안정한 상태로 만들고, 아이에게 건강한 육아를 하기 어렵게 만든다.

 홍시가 세상에 나오기 전에 읽었던 육아책 중에서 '프랑스 아이처럼'이라는 책이 있다. 나와 정양이 육아를 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기초를 세워준 책이라 할 만큼 도움을 많이 받은 책이었다. 아직까지도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이 있는데, 프랑스 부모는 아이가 어릴 때부터 식당에서의 식사 예절을 가르친다고 한다. 식당에서 코스요리를 먹는 방법부터, 다음 음식이 나올 때까지의 기다림, 그리고 테이블 위에서의 예절과 태도 등 부모가 평소에 행동하던 그대로를 가르친다고 한다. 엄마 아빠가 살아왔던 라이프 스타일과 문화에 대해서 아이에게 가르쳐 주고 아이가 따라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물론 아이에게 이런 것들이 낯설고 쉽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행복한 부모의 삶을 보면서 아이는 자연스럽게 스스로 따라 하게 된다. 그리고 아이는 자연스럽게 부모의 행복한 삶을 닮아 간다.

 이렇게 아이에게 부모의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그 안으로 스며들도록 도와준다면 보다 행복한 육아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 역시 홍시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사랑으로 보살피고 있지만, 때로는 누구보다 엄격한 훈육자가 된다. 단호한 어투의 훈육은 미안한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멀리 봤을 때 옳은 길이라 믿고 있다.

 나는 육아 전문가도 아니고 그냥 한 아이를 하나 키워본 아빠일 뿐이다. 궁금한 게 생기면 관련 책을 읽어보기도 하고 때로는 미디어를 통해 전문가의 의견도 들으며 우리만의 육아방식을 그려나가고 있다. 그렇기에 내가 생각하는 육아의 방식이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방식이 누군가에게는 분명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글을 남겨봤다. 

 그리고 나중에 홍시가 성인이 되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해서 자녀를 가졌을 때, 이런 아빠, 엄마의 경험이 홍시한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본다.




작가의 이전글 언제쯤 나는 진짜 '아빠'가 될 수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