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적이지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아이
며칠 전 유치원에서 참관수업을 진행한다는 공지사항을 확인했다. 아이들이 평소에 생활하는 교실에서 선생님과 함께 활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이 들어서 바로 유치원에 참석하겠다고 회신을 했다.
그리고 드디어 참관수업하는 날이 다가왔다. 며칠 전만 해도 홍시의 평소 유치원 생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신이 났는데, 막상 날짜가 다가오니 약간 긴장되기도 했다. 아마 홍시도 마찬가지겠지...? 참관수업은 한 시간 정도 진행되었는데 아이들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서 사진 및 동영상 촬영은 조심해달라는 원장 선생님의 말씀에 홍시의 모습을 담을 수는 없었지만, 그만큼 온전히 홍시가 어떻게 수업을 하는지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참관수업은 가을이라는 계절에 맞춰서 진행되었다. 가을 열매인 밤과 도토리, 그리고 낙엽을 활용한 수업이 진행되었다. 학부모들은 교실로 들어가 뒤쪽에 준비되어있는 의자에 조용히 앉았고, 금방 선생님의 참관수업은 시작되었다. 선생님과 13명의 아이들이 함께하는 참관 수업은 아주 자연스럽게 잘 진행되었고, 난 그 안에서 홍시가 평소에 어떻게 생활하는지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했다. 대체로 홍시는 집에서 혹은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듯했다.
처음에 내가 교실에 들어갔을 때 홍시는 처음에만 한번 눈을 마주치고 씩 웃더니, 그다음부터는 참관수업 내내 나를 쳐다보거나 내쪽으로 오지는 않았다. 부끄러운 건지 아니면 스스로 잘 해내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수업 내내 나한테 와서 수업 진행이 어려워지면 어떡하지’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홍시는 아주 의젓했다. 전반적으로 여자 아이들은 수업 중간중간 엄마 혹은 아빠한테 한 번씩 다가가 기대기도 하고 안아주기도 하는 반면, 남자아이들은 대부분 엄마, 아빠한테 시선을 나누기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좀 더 자세히 홍시의 모습을 묘사해 보면, 홍시는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의 중간 정도의 성향을 가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일반적으로 장난치며 노는 남자아이들 속에서 홍시는 한걸음 정도 뒤에서 반응하고 장난치는 정도로 느껴졌다. 그리고 가끔은 여자 친구들과 함께 색종이로 만들어진 낙엽을 가지고 놀기도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수업을 진행하면서 질문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면 홍시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고 따라 했다. 적극적으로 큰 목소리를 내면서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으려 한다기보다는 조용히 수업의 분위기에 따라 맞춰가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블록 쌓기 같은 활동을 할 때는 빠르게 움직여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표현했다.
그렇게 참관수업을 마치고 유치원을 나섰다. 내가 느낀 홍시의 모습은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룹 내에서 뒤처지는 건 싫어하는 느낌이었다. 대체로 부끄러움이 많고 내성적이지만, 자기 스스로 잘하는 게 있으면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줌으로써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물론 오늘 참관수업 때 홍시의 모습이 전부는 아닐 거라 생각한다. 아빠가 뒤에서 지켜보고 있어서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걸 수도 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금의 모습이 완전히 반대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사실 나 역시 어릴 때는 상당히 부끄러움도 많고 내성적인 성격이었는데, 어른이 되어가면서 완전히 반대의 성격이 되었다. 정확히 어떤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었는데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바뀌었다. 아마도 부모님의 울타리, 친구들과의 관계, 학교 생활, 취미 등 여러 가지가 영향을 끼쳤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 역시 지금껏 그랬듯이 일부러 홍시의 성향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본인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