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정 Nov 04. 2024

사람에 대하여

2. 날

오랜만에 세상에 나가보니

여기저기 날들이 세워져 있다.

예전 보다 더 많이

예전보다 더 날카로운.


어떤 이는 눈에서

어떤 이는 입에서

어떤 이는  주머니에서 날을 꺼내든다.


이런,

날에는 손잡이가 없어

그걸 휘두른 날 주인도

날에 인 타인도

피투성이가 된다.


어떤 이는 상처를 잡고

어딘가로  숨어들어 울고


어떤 이는 더 큰 날을 꺼내 들고

상대를 찾는다.


그런데,

저 이...

저 사람...

날에 베인 이들의 피를 닦아준다.

그러더

타인의 날로 입은 자신의 상처도

쓱쓱 싸매안는다.


이 날 선 세상에서

날 없이도 자신을 지키는 사람.

그리고 남의 상처를 돌보는 사람.


내가 그 사람이 될 수는 없는 건가?


부끄러움과 주머니 가득한 겉옷을 벗어

길가 화단에 아무렇게나 던져두고

돌아오는 버스를 기다린다.


어둠이 내린 차창 ,

반짝 샛별이 길을 밝힌다.







작가의 이전글 사람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