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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정 Nov 27. 2024

마음을 퍼내는 두레박

첫눈

또 찾아왔다


가난이 목까지 차올랐던

홀어머니와 삼 남매에게

첫 양복점을 시작했던

엄마의 희망이 쇼윈도에 반짝이던 밤.


그날 까만 밤하늘에서

하얗게 흩날리던 눈송이들은

쇼윈도 불빛에 희망처럼 빛났었지


잘 웃지도 재잘대지도 못한

가난에 수줍은 어린 나조차

강아지 마냥 팔짝팔짝

두 팔을 벌리고 설레는 행복을 껴안았다


첫눈이란 그런 거다


가난조차

슬픔조차

외로움조차

슬쩍 하얗게 덮어 잠시 설레도 되는.


언제 왔다 갔는지 모를

산타의 발자국 같은

그래서 에 폭 안기지 않을걸 알지만

기대해도 되는 유일한 작은 선물


설레도 되고

곧 녹아 실망해도

내년에 그다음 해에 계속 찾아와 줄

그런 소망 같은 것


그것이 왔다

올해도 변함없이

첫눈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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