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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가희의 나라 Mar 16. 2022

나는 얼마만큼 친절해질 수 있을까?

친절을 사랑하는 기록연구사 이야기

  나는 스스로를 개인주의자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타인에게 불편함을 끼치지 않는 한, 내 인생 내 쪼대로 사는 것" 이것이 나의 삶의 원칙이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나는 이러한 원칙을 나름대로 잘 지키고 살아왔고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타인에 대해 무감각한 편이다. 그러한 의식의 반영 탓에 현실에서 나는 타인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아무리 친했던 사람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이름부터 잊어버리고 만다. 그래서 오래 만나지 못한 옛 친구를 만나면 나는 그들을 서운하게 만들어버린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우리 아이가 살아갈 세상을 생각하게 되었다. 섬세한 탓에 손으로 하는 것은 뭐든 잘하는 우리 큰 아이는 또 섬세한 탓에 예민하다는 평을 받곤 했다. 그래서 나는 아이의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친절한"선생님을 바랐다. 실력 있는 선생님보다 친절한 사람이 아이에게는 적합했다. 아마 이런 연유로 내게 "친절함"은 새롭게 다가왔는지 모른다.


  능력 있는 기록연구사가 되고 싶었다. 능력 있다는 것 = 좋은 것이며 타인에게도 도움이 되는 이기적이며 이타적 행위,라고 생각하는 내가 자주 인용하는 사례가 있다. 운전을 할 때 운전에 능숙한 사람이 초보운전자를 배려할 수 있다는 것,. 즉 배려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나는 나의 업인 기록관리 업무의 능력 제고를 위해 무던히 노력하며 살아왔다. 생래적인 끈기와 적극성은 다행히 능력배양에 도움이 되었다. 물론 여전히 기록관리에 대해 궁금하고 알아야 할 것이 많이 있지만, 그것에 관한 어떤 물음이나 의문도 그동안의 경험과 노력으로 풀 수 있는 능력은 생겼고, 이러한 내용을 타인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록관리의 확장성"과 "기록관리 지평의 확장, 문화로의 도약"이라는 측면을 고민할 때 내 개인의 능력만으로 그것이 이루어지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고민의 순간에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해 한 귀를 흘러버린 말이 내 눈에 들어왔다.

  기록관리에 대해 많이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많이 알고 다양한 경험을 했다는 것은 나와 이것을 궁금해하는 많은 사람들(기록관리 상대자)에게 좋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나의 태도가 친절해질 때, 모르는 것을 질문하는 사람들이 느꼈을 수도 있는 약간의 두려움과 부끄러움을 덮어준다. 그것으로 인해 기록관리 상대자들은  기록관리의 중요성과 함께 기록인들이 하려고 하는 것을 "함께" 응원해 줄 것이다. 그들이 함께 하는 응원은 기록관리의 지평을 확장시키고 문화로의 도약을 가능하게 해 준다. 결국 나 혼자는 절대 갈 수 없는 그 먼길을 "그들과의 함께로" 조금 느리더라도 언젠가는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친절은 이제 내게 또 다른 숙제인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친절해지려고 노력했고 친절하다는 말을 듣는 편이다.(일단 내 생각이다) 그러나 기록관리 상대자의 끊임없는 질문을 인내심 있게 들어주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생각했지만,  같은 질문이 반복해서 들어올 때, 나의 친절함은 인내심을 잊어버리고 만다. 그래서 드는 고민이 "나는 얼마만큼 친절해질 수 있는가?"이다.

  그리하고 이어진 생각은 "친절도 능력"이라는 것이다.

   누군가의 고민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식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 이는 그 분야의 능력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모르는 사람들일수록 그리고 자기가 모른다는 사실을 안다고 착각하는 거만한 사람일수록 남의 말을 함부로 흘러 듣고, 대충 하는 대답으로 자신의 무지를 숨기며 산다. 그런 사람들에게 친절이 가능할까? 어쩌면 내가 인내심 있게 들어주었고 해결했다는 그 사실은 나만의 착각이었는지 모른다.

  때문에 고민의 끝은  "누군가가 오리를 가자고 하면 십리를 가라"라고 한 성경말씀에 답이 있을 것이다. 나의 해결책이 그들에게 해결책이었는지를 생각할 수 있는 친절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한 생각은 "인내심"이 없어도 가능해질 수 있다. 인내심이라는 것은 억지로 하는 것이지만 그들에게 맞는 해결책을 생각하는 것은  나의 생각을 스스로 점검하는 행위이기에 그 끝이 없기 때문이다.

  

  나의 친절에는 한계가 없으며, 나의 기록관리는 친절함이라는 능력을 함께 가지고 갈 것이다.                   

  혹여 이러한 나의 행동에 보상이 있다면 기록관리 지평의 확장뿐만 아니라  섬세한 성정을 지닌 나의 큰 아이의 영혼이 친절한 사람들로 인해 배려받기를, 그래서 나의 아이가 질문하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는 그런 세상을 살아가기를 바라본다.    

                                    친절한 기록인이 소망하는 친절한 사람들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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