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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가의 나라 Feb 01. 2022

자식보다 배우자가 낫다

아빠가 떠났다

  내 아버지는 나를 사랑하셨다. 자랑스러워도 하셨다. 그러나 나는 어머니가 슬펐다. 그래서 아버지가 좋았고 싫었다. 그래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에 대한 감정은 여러 가지가 되었다. 2016년 모 문학회에서 잠시 활동한 적이 있다. 그때 썼던 시가 있다. 아버지에 대한 시인데, 아버지 유언도 있다. 

  그러나 이 유언은 아버지로 인해 슬펐던 어머니가 이행하고 계신다. 나는 늘 그렇듯 가끔 아버지 생각에 다리 속으로 머리를 넣고 그렇게 그렇게 울기만 한다. 

  또다시 맞이한 2022년 설날, 아버지를 기리며 죄송한 마음으로 그때 썼던 시로 아버지를 추모해본다. 

  "내 아버지 이름은 전상현이다. 시골에서는 흔치 않을 만큼 잘 생긴 외모와 좋은 몸을 가지셨다. 나이가 들어 많이 아프셨는데 어머니 덕에 편히 계시다 떠나셨다."


  아빠가 떠났다


  어느 해 봄날

  욕심 많고 화를 많이 내던 아빠가 떠났다


  뚱뚱하고 까만 나를 예쁘게 꾸며야 한다며

  아빠는 성치 않은 다리로 먼 길을 돌아와

  내게 금 목걸이를 사주었다


  그러나

  정작 당신은 돈이 아까워

  어묵 하나만 먹고 다시금 그 길로 떠났다


  받기만 했던 지난 시절이 미안스러워

  나는 아빠에게 "뭘 해주지?"라고 하니

  당신은 쑥스러운 듯

  "내 무덤에 쑥만 안 나게 해라"라고 하셨다


  모든 것에 욕심내어도

  나에게만은 너그러웠던 아빠는

  나에게 쑥 한 다발 남기고 떠났다


  나는 그 부정(父情)을 손에 쥔 채

  다리 속으로 머리를 넣고

  그렇게 그렇게 울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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