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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가희의 나라 Feb 01. 2022

이해하지 못해도 된다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

  40이 넘은 나이에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왜 이태석 신부님은 봉사와 희생으로 사셨고 하실 일도 많으신데 48살에 돌아가셨을까? 왜 예수님은 33살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을까? 왜 아들을 잃고 하나님께 "한 말씀만 해주시라고" 기도했던 박완서 작가님에게 하나님은 "한 말씀"을 해주지 않으셨을까? 자식이 죽고 가산은 거널 나던 재앙을 겪던 욥에게 왜 하나님은 조금만 기다리라고 말해주지 않으셨을까? 이 병을 고쳐주시라고, 간절히 신에게 구하는 착한 사람들은 결국 죽고, 어떠한 죄의식도 가지지 않고 사과의 말없이 하늘로 간 전 모 씨는 평생 천수를 누렸을까? 


  요즘 나는 토지라는 책을 읽고 있다. 나는 이 책을 고2부터 시작해 40이 넘은 지금까지 3~4년 주기로 7번을 읽었다.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 중 "상 사람스럽지 않게 점잖고 잘생기고 정이 많은 " 이용이라는 사람이 있다. 그에게는 세명의 여자가 있었는데 한 명은 부모가 짝지어 주었지만 아이를 낳지 못하고 괴질에 죽은 강청댁, 어릴 때부터 사랑했지만 무당의 딸이라 결혼하지 못하고 이별과 만남의 고통을 반복한 월선이, 마을에서 가장 예쁘고 일도 잘 하지만 욕심 많은 임이네, 임이네는 동네 친구의 아내였는데 친구가 동네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에 연루되어 처형당하자 마을을 떠나 아이들을 데리고 유리걸식하다 마을에 돌아왔는데 모두가 그녀를 핍박할 때 용이가 그녀를 도와주다 하룻밤을 자게 되고, 여러 사건 이후 아이가 없던 용이에게 사내아이를 낳게 해 준다. 

  세 여자 사이에 절망하고 환희하고 희망하던 용이에게 사랑은 월선이 뿐이었지만 용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두 여자를 결코 버리지 않고 끝까지 지킨다. 나는 지난 20년간 이런 용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월선이와 떠나버리면 될 것을, 왜 이도 저도 못하고 헤매는가? 돌아가신 부모의 영에 매달리거나 신분의 격차를 끝내 해소하지 못한 우유부단한 사내라 생각했다. 또한 월선이가 병에 걸려 죽어갈 때 산에 벌목을 하러 간 용이에게 월선이의 소식을 알리며 어서 오라고 용이의 아들이 다그쳤지만 용이는 모든 벌목일을 끝내고 월선에게 늦게 돌아간다. 이 책을 읽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월선에 대한 안타까움, 용이의 무정함을.

  나는 이 책을 6번 읽고 나서도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나의 이해력이 딸려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6번째 읽은 이후, 다른 책을 보다가 용이를 이해하게 된 경험이 있다. 내 나이 40 즈음이었다. 


   세상에는 이해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다. 그리고 20년이 흘러서야 이해가 되는 일들도 있다. 그건 내가 이해하려 해서 이해한 것이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 여러 경험이 쌓이면서 저절로 이해가 된 것일 것이다. 

  이해하지 못한 것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 그냥 이해할 수 없다는 일들이 세상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그뿐이다. 그리고 이해하지 못한 일들은 내가 성장하면서 저절로 알아질 것이다. 그래도 알지 못하는 것이 있다면 그래도 괜찮다. 모든 것을 알아야 할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간절한 기도를 한 일이 있다. 신은 늘 나를 위해 응원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나의 착한 신은 나를 위해 노력해주시시라 기대했다. 그러나 될 일은 결국 되고, 되지 않을 일은 되지 않는다. 나의 착한 신은 되지 않을 일도 만들어주시고 나의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러나 안다. 이 모든 것을 헤아리는 우주의 그리고 신의 섭리를 직시하고 걸어가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밖에 없다.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 주어진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그저 걸어가는 것뿐, 그리고 나의 착한 신을 믿는 것, 나는 그렇게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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