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장독대에 낙심 말자
<신사마을에서 온 편지>는...
아빠 나이 16, 엄마 나이 20. 사는 마을은 달랐지만 동향인 부모님은 일을 하기 위해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났습니다. <신사마을에서 온 편지>는 40년 만에 고향집으로 돌아간 부모님과 카톡으로 나눈 시골살이 이야기를 엄마아빠만의 갬성을 담아 전합니다.
인생을 60년 넘게 살았지만 2021년은 또 한 번 인생의 쓴맛을 본 순간이었다. 집을 짓는다는 게 힘들다고는 들었지만 이렇게 사람의 한계를 시험하는 일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전쟁 끝나고 부리나케 지어 허술하기 그지없는 오래된 시골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짓기로 했다. 지난해 여름 3개월 내내 아빠는 매일같이 집 짓기에 매달렸다. 100%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조금 더 깔끔하고 할머니도 생활하시기에 더 편한 집이 완성됐다.
집을 지으면서 쓰려고 했던 독이 있었다. 마당 한켠에 남겨진 독들을 모아 오층탑을 쌓았다. 혹여 비바람에 쓰러지기라도 할까 독 안에는 흙을 두둑이 넣어 두었다. 여름, 가을을 지나 겨울이 왔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였을까? 물기 남은 흙에 추위가 옴싹 달라붙어 독을 터트려버리고 말았다. 공들여 쌓은 탑에 균열이 생겨버린 것이다.
‘아이고, 이 터진 독을 어쩌나!’
그리고 계절을 돌고 돌아, 봄이 다시 찾아왔다. 어느 날 마당을 정리하며 장독대 탑을 쓱 둘러보다 어느 한 곳에 눈길이 머물렀다. 지난겨울 터져 구멍이 난 부분에 작은 맨드라미가 싹을 틔운 것이다.
이런 곳에 싹을 틔운 맨드라미가 참 기특하면서도 반가웠다. 창고로 달려가 실리콘을 가져왔다. 무너지지 말라고 독 틈과 틈 사이를 실리콘으로 더욱 단단히 메워주었다.
세상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터진 독 사이에 태어난 맨드라미는 무럭무럭 자라 ‘장독대 탑’에 멋을 더하는 존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