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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vere May 11. 2023

가만

오락가락한 비에 나뭇잎은 이슬 맺 것처럼 생긋하며 그위로 간간히 구름에 갇힌 햇살이 맑다. 보이는 풍경이 좋고, 들리는 물과 바람소리가 좋으며, 향긋한 풀내음이 좋으며, 밟고 만지는 흙의 촉감이 좋다. 비는 내리는 동안에만 비일 뿐 그친 뒤는 아무것도 아니다. 비가 그친 뒤 비가 온다는 것은 깨닫지는 못한다. 


산에서 중심을 잃고 허우적대는 사람을 내리막으로 밀어내는 비는 아니다. 맞을만한 비다.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고 차분한 자연의 섭리에 의탁하니 마음이 선(善)해진다. 내려와 카페서 듣는 피아노 소리는 감미롭고 어울려 마시는 커피는 은은하다.


단지 가만한 날들 중 어느 하루이다.


'세상무의미하다는 것은 나쁜 걸까. 그래서 소중하지 않은 걸까, 생각해 보면 도무지 그렇지는 않은 것입니다' (계속해보겠습니다 중에서, 황정은)


- 2023년, 5월 7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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