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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머드 Oct 18. 2017

시간 관리는 가능이나 할까?

해도 안되는 시간 관리

실패의 원인을 '시간 관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보충 수업을 받듯 시간 관리와 자기계발 책을 읽는다. 시간 관리를 위한 시간이 늘어날 수 록 정작 중요한 일을 할 시간은 부족해진다. 시간 관리는 정말 필요한 것일까?


두 선배의 등장

시간에 대해 상반된 생각을 가진 두 회사 선배가 있다. 12년동안 프랭클린 플래너를 깨알 같이 사용하셨던 K선배는 자타공인 시간을 잘 지키는 사람이다. 언제나 회의실에 먼저 와 있고 술을 새벽 4시까지 드셔도 출근 시간 8시는 꼭 지키신다.

하지만 불행히도 일은 잘 못하신다. 매번 애매하고 소극적인 포지션을 가져가면서 인정받지 못하는 이 선배는 후배의 존경도 받진 못했다. 그 선배를 보며 시간 관리를 잘하는 것이 일에 도움을 줄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일을 잘하는 사람이 꼭 시간 관리에 능한 것은 아니구나 생각했다.

반면, H 선배의 업적은 대단했다. 선배가 정리한 문서들을 보고 감탄을 한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었고 업무의 양과 질에서 늘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H선배는 일을 많이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야근도 거의 하지 않고 주말에 회사를 나오는 경우도 별로 없었다. 그리고 이 선배가 시간관리를 하는 것을 한번도 본적 없었다.

이런 상황인 가운데, 술자리에서 각각 K 선배와 H 선배에게 시간관리에 대한 생각을 물을 기회가 있었다. K선배는 마치 잘 그린 그림을 자랑하듯이 빼곡히 적힌 캘린더 앱을 보여줬다. 그리고 어떻게 캘린더 앱과 프랭클린 플래너를 함께 잘 쓸 수 있는 지에 대한 강의가 시작됐다. 이 앱은 이 기능이 있어서 좋고 저 앱은 저게 마음에 안들어서 별로라는 식이었다. 특히 프랭클린 플래너에 대한 자부심이 높았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관리불가

반면 H선배는 피식 웃는다.

“시간 관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해?” 라며 역으로 질문하신다.

시간을 관리한다는 것 자체가 큰 착각이고 시간은 그저 지나갈 뿐이라고 했다. 순간 많은 시간 관리 책에서 나오는 방법들을 따라했다가 잘 안되 좌절했던 내 모습이 오버랩됐다. 분 단위로 쪼개고 시계와 씨름하며 업무 리스트를 비워 나가는 것이 옳은 것일까 생각해보게 됐다.

시간 관리를 잣대로 아무래 노력해도 소용이 없으며 핵심은 업무 효율성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같은 시간내에 얼마나 많은 업무 결과를 낼 수 있는가에서 결정된다는 말이었다.


이어서 H선배는 이렇게 질문했다.

"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과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 중 어떤 것을 먼저 해야할까?"

우리는 매일 이런 문제와 부딫친다. 둘다 중요해보이지만 일단 급한 문제가 2분 안에 해결이 가능하면 그것부터 해야한다는 글귀가 떠올랐다. H선배는 누구나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을 해야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실제로 급한 일에 많은 시간을 뺐기기 때문에 업무 효율이 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상사가 급히 요구한다면 그 일을 선택하고 그 방식이 옳다고 여기는 우를 범하기 쉽다고 했다. 따라서 자신에게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하는 능력을 기르고 그 일을 할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별 것도 아닌 데 급한 척 밀려오는 일거리를 깔끔히 잘라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것이 집중력과 시간관리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선배는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바쁜 하루였지만 한 건 없다."

선배는 대부분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을 퇴사할 때까지 제대로 해보지 못한다며 말을 마무리 했다. 사실 급하지도 않은 데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들은 적어도 자신에게는 가치있는 일이겠구나 생각했다. 급한 일에 휘둘리는 경우가 많아지면 퇴근 즈음에 "바쁜 하루였지만 한 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겠구나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시간관리를 매니저처럼 수행한다. 어릴 적 하루 계획표를 세울 때처럼 큰 동그라미를 그려놓고 피자 조각마냥 나눈다. 계획은 어떻게 하면 많은 일을 보기 좋게 분류하고 우선 순위를 어떻게 줄지 고민 과정이라 생각한다. 모두가 나에게 중요한 일인 것처럼 하나하나 신경쓴다. 마치 부모가 아이들 모두에게 공평히 대하면서 가끔씩 동생에게 양보하라고 첫째에게 가르치는 모습과 닮아 있다. 하지만 H선배의 말처럼 시간 관리는 이런 것이 아닌 것 같다. 내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일을 그렇지 않은 일로부터 지켜내는 과정이다. 세상이 무너지는 재난 속에서 자신의 딸을 지켜내기 위해 고군부투하는 주인공처럼 말이다.


할일 관리에 고민이 생기면 H선배의 말이 떠올린다. 시간 관리는 Ogranization이 아니라 Protectio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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