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 줄이기
계획은 꼼꼼하고 완벽했으나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면 무엇이 문제였을까? 자신감 부족? 나태함? 열정 부족이 답이었을까? 계획이 너무 꼼꼼했거나 안 세워도 되는 계획이었을 경우에는 문제가 되진 않을까?
한입에 넣기 좋은 스낵이 먹기 쉬운 것처럼 상세해서 실행하기 좋은 계획은 실행력을 높인다고 한다. 하지만 꼭 그렇진 않다. 세세한 계획이 오히려 실행력을 떨어뜨리고 사기를 저하시킬 때가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데는 3가지 이유가 있다.
1. 계획은 의외로 에너지가 많이 소비된다.
계획은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을 구분하고 미래 환경을 고려하여 내가 어떻게 해야 좋을지 구상하는 일이다. 때문에 그 계획이 생산적인 일을 위한 것이라도 분명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계획만 세우다가 졸어버린 경험이 있는가? 매일 시간을 투자하고 있지만 이상하게 진전이 없는 경우도 여기에 해당될지 모른다.
2. 계획과 실천은 전혀 다른 문제다.
계획을 세울 때를 Planner, 행동에 옮길 때는 Actor로 분리해보자. 아래처럼 처한 환경과 태도가 전혀 다르다.
[Planner]
- 열정과 열의를 가지고 Plan을 세우고 수행 성공할 가능성을 높게 예상함
- Actor가 성실히 이 계획을 수행할 것이라고 믿음
- 계획의 동기가 즉흥적이었다면 Plan의 성격은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정적일 가능성이 있음
[Actor]
- 하나의 행동에 집중하기 쉽지 않고 여러 가지 주변 환경 변화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음
- 그 일을 당장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내는 일에 달인
- 내가 행동을 하지 못한 이유는 계획을 잘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
그리고 지켜지지 않아 쳇바퀴 돌 듯 남겨진 계획은 쌓이고 쌓여 중요한 일을 알아보기 힘들게 만들고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사기를 저하시킨다.
3. 일이 잘되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킨다.
계획이 있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의 차이는 어떻게(How)에 있다. 무엇(What)을 해야 하는지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How) 해야 하는지 알아내는 것은 그중 50%만 알고 있고 이것은 잘 짜인 계획으로 드러난다. 그런데 이것이 문제다. 계획을 세우는 일은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이제 하기만 하면 된다!"라는 슬럼프에 빠지기 쉽다.
“나한테 이런 계획이 있어..” “이렇게 할 생각이야...” “그렇게 하려고 했어...”
이런 말을 자주 하는 편이라면 이 슬럼프에서 헤어 나오지 않은 것은 아닌지 자문해야 봐야 한다. 계획이 완벽하더라도 계획 밖에 할 말이 없다면 너무나 꼼꼼한 계획이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계획에는 장점이 많다. 하지만 실행하는 입장에서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시간과 에너지의 한계를 인지하고 자만심을 조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계획을 세울 때 어떤 Rule를 가져야 할까?
1. 계획은 꼭 필요할 때만
꼭 필요한 일에만 계획을 세운다. 따져보면 계획이 필요하지 않은 일이 의외로 많다. 사람은 생각하는 그림이 커질수록 행동을 주저하기 때문에 계획이 마냥 좋은 것이 아니다. 꼭 필요한 지 알아보는 방법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는 것이다.
계획을 세우는 이유가 그 일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가, 그 일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함인가.
전자라면 정말 필요한 계획인지 다시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야 한다. 두려움은 계획으로 없앨 수 없고 그렇게 만들어진 계획은 지키기 더 힘들다.
2. 계획의 기간을 짧게 세운다.
'3년 후의 일을 알 수 있을까?'에 대한 대답은 누구나 NO다. 그런데 3년 후에 일어날 일을 대비하는 것이 의미 있을까에 대한 질문에는 멈칫하게 된다. 3년, 5년, 10년, 노후 계획까지 자신의 인생을 통틀어 계획을 세우는 것은 어려운 일인 만큼 의미 있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획은 이뤄야 의미가 있고 길게 짜인 계획은 지지부진한 느낌을 갖게 한다. 계획이 길고 세세하다면 바로 행동을 하는 데 방해가 된다.
3. 계획은 희망 사항이 아니라 현 수준에 기반한다.
미래의 내 능력이 높아져 이 정도의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도 상상하지 말자. 지켜질 가능성이 낮다. 현재의 자신의 수준보다 높은 계획을 세웠다면 하지 못할 뿐만이라 그 수준을 좇으려고 매우 큰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 지난 시간에도 이야기했지만 지속력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채워지는 에너지보다 소진되는 에너지가 크면 안 된다.
4. 계획은 차갑게 세워라.
강연을 듣고, 책을 보다가, 누구의 조언을 듣고 강한 열정이 생겨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신감이 든다면 멈춰라. 심호흡으로 마음을 진정시키고 시간을 두고 그것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계획은 열정과 자신감으로 세우는 것이 아니다. 단지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최대로 만드는 확률적인 설계에 가깝다. 이런 일을 감정적으로 처리하면 마냥 긍정적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실패한 일에 대한 새로운 계획은 또 다른 동기부여에 의해서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실패한 행동에 의한 피드백으로 꼼꼼히 세워져야 한다.
거창한 프로젝트라고 해서 대단한 계획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계획을 잘 세운다고 해서 일을 잘 성사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세상이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계획은 짧고 냉정하게 필요한 것만 세우고 움직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