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아치우먼 Jun 12. 2024

속옷 야한 여자

뻔뻔한 아름다움의 발견

새벽부터 헬스장에 왔다.  아파트 단수가 예정돼 있어 운동하고 헬스장에서 씻어야겠다고.


부랴부랴 탈의실로 들어갔다.

마침 운동을 끝내신 지긋하신 분이 샤워를 하고 나오셨다. 쭈글쭈글한 배와 늘어진 살결로 보아

충분히 80대는 되셨을 듯.


찰박찰박 바디 로션을 발라 살결을 정리하신다.

얼른 탈의를 하고 운동을 하러 나가려는데


어르신의 튀는 속옷 착장에 나는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안보는 척 화장대 거울을 힐끔 거렸다.


새빨간, 동백꽃럼 붉디붉은 컬러에 레이스가 곁들여진 팬티와 브래지어는 딱 보기에도 비싸보였다.

쪼글쪼글한 살갗에 비해 너무도 튀는 속옷에 머리를 한대 얻어맞았다.


우리 엄마는 저 나이에 브래지어를 하지도 않았는데.

꽃무늬에 면 팬티를 늘어지도록 입었는데.


야한 속옷은 섹스 전성기인 젊은 여지들의 전유물인지 알았는데.


처음엔 당황했고 그다음은 경이로워졌다.

그 어르신의 얼굴을 나도 모르게 빤히 바라봤다.

그 연세에 자신에게 투자한 줄 아는 뻔뻔하면서도 주눅 들지 않는 베짱이 아름다웠다.


쭈글쭈글한 살갗이 당당해 보였다. 그 바람으로

착착 손을 튀기며 정성스레 스킨을 바르는 여성을

뒤로 하고 탈의실을 나왔다.


와, 짱이다!

나도 저렇게 늙어야지.


기분이 좋아 몸을 슬금슬금 풀고 있는데 내 옆 러닝머신에서 또 허리 굽어진 할머니가 걷고 계신다.

오늘은 노익장이 나를 은근히 기죽이는데.


청년들이 달리고 숨을 헐떡거리며 미친 듯이 뛰어도

느린 자신만의 속도로 꾸준히 걷는다. 간간이 수건으로 땀을 닦아가며.


그 모습이 엄청 귀염고 진지해 나는 몰래 사진을 찍었다.


헬스장 오는 할머니


나도 저렇게 늙어가야지.

나만의 속도로.



아름다움의 원래 어미는 나다움이라고 했다.

자기만의 색깔, 자신만의 개성이 더 빛을 발하는 것이 아름다움이라고 했으니 속옷 야한 아까 그 할머니는 아름다움의 극치가 아닐까 한다.


그녀의 찬란함에 감동하며 오늘 늙음에 대해

한 수 배웠다.



- 6월 12일 아침 헬스장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