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크루즈 승무원, 기름 왕자 만나 결혼할 확률은?
크루즈 승무원 Q&A [연애, 결혼, 육아]
이번장에서는
크루즈 승무원들의 연애와 결혼, 그리고 그 이후의 리얼리티에 대해 이야기해볼게.
1. 승객과 눈 맞아서 연애 혹은 결혼까지 할 수도 있나요?
항공사 승무원들은 승객들로부터 대시를 받아 결혼까지 골인하는 경우가 종종 있잖아.
나도 이제 크루즈 승무원이니까!
승객과 눈이 맞아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는 상상을 했어.
'만수르 같은 기름 왕자가 막 좋다고 일요일 부인이 되어달라고 들이대면 어떡하지?'
'조강지처도 아니고 내가 미쳤어요 당신? 이라며 따귀를 때리다가 못 이긴 척 받아줘야 하나?'
(드라마를 너무 봤어.. 진짜 미친다 내가... 죽어라 죽어 인간아.)
'그래도.. 죽을 때까지도 다 못쓸 돈 준다면야 내가 7번째 부인 정도는 뭐, 할 수 있지.'
이런 어이가 뺨을 치는 삼류 드라마를 쓰면서
이 언니는, 크루즈 타기 직전까지 진심으로 중동 기름 왕자의 7번째 부인이 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어.
'대시받으면 아쉬워도 직장 빨리 그만두고 결혼할 거야. 이해해줘 엄마.
딸내미 중동에 가도 잘 살 거니까. 김치 택배는 사양할게.'
라며 헛소리 찍찍 내뱉었던..
이 망할 놈의 이! 이! 주둥이를 꼬매버렸어야 했어. 에라~~ 이 인간아.
열 손가락에 금반지 낀 인도 갑부
첫 번째 기항지에서 두 번째 기항지 까지는 개인 헬기 타고 이동, 크루즈 합류는 세 번째 기항지에서 하겠다는 멕시코 갑부
만수르 같은 기름 왕자!
드라마에서나, 뉴스에서나 봤던 진짜 남는 게 돈 밖에 없는.. 그런 사람들을 만난 적은 있어.
데스크에서 체크 아웃할때만.
열 손가락에 순금 금반지 낀 남자도 진짜 문화 충격이었는데
개인 헬기가 있다니 이게 말이되?
하.. 이런 돈 밖에 없는 말도 안 되는 왕자님들과 눈이 맞아 결혼하는 시나리오를 썼었는데!
(알아, 언니 뼛속까지 속물이야)
현실은 진짜 왕자님이 아닌 왕자병 걸린 남자와 결혼. 환장하는 내 인생^^
자기애 최강 남편기름왕자 같은 소리하고 앉았다.
이런 왕자병을 만나 결혼 할 거면서. (사랑해요 남편, 진심이야^^)
다시 본론으로 가서,
크루즈에 승선하고 나서야 언니는 깨달았지.
크루즈 승객들 대부분은 나이가 많은 어르신 들이라는 것.
혹은 가족단위, 부부, 연인들이 대부분이라는 것.
보고 있나?
사진 속 배경의 승객들도 죄다 어르신 들인 거?
비행기는 최종 목적지까지의 이동 수단이기 때문에 출장을 목적으로 혼자 타는 승객들이 많지만
크루즈는 그 자체가 여행이기 때문이라 혼자 비즈니스 여행차 오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지.
따라서,
열 손가락 금반지 낀 왕자님 승객, 기름 왕자님 승객과 눈 맞을 확률은?
그럴 일은 없을 거니까 괜한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자.
2. 그럼 대체 누구와, 언제 연애를 하나요?
누구랑 하겠어?
한 솥밥 먹는 식구들과 눈 맞아서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그러고 살아.
나의 첫 수퍼파이져 애드리안과 함께 일하던 동료와의 웨딩함께 근무하던 동료들 60프로 이상은 크루즈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서 연애를 하고 결혼까지도 해.
원래 사귀던 사람이 있던 상황에서 크루즈를 타게 되면 대부분은 헤어지게 되더라.
한번 크루즈에 승선하면 6개월 동안 크루즈에서 살아야 되는데
(컨트랙 기간=근무 계약 기간 : 평균 5-6개월)
말이 6개월이지, 일반적인 원거리/장거리 연애와는 차원이 달라.
왜냐면 전화가 자유롭지 못하고 SNS를 통한 소통이 자유롭지 못하거든.
남자 친구 혹은 여자 친구 잠수 탔을 때 기분이 어때? 허파가 뒤집히잖아, 열 받아서.
육지에 남겨진 쪽은 크루즈 승무원의 생활을 잘 모르기 때문에
연락이 잘 안 되는 상황을 쉽게 못 받아들이더라.
결국은 헤어지는 거지 뭐.
왜 이렇게 연락이 없느냐 투정을 부리는 것도 전화가 돼야 싸우고 문자가 돼야 싸우는데
이런 걸 제대로 못하니까 목숨 바쳐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고서야 THE END인 거지.
언니도 비슷한 경험 했었거든.
기름 왕자는 아니었지만,
꿈에 그리던 키 크고 몸매 좋고 잘생기고 로맨틱한 미쿡오빠에게 영화 같은 사랑고백을 받고
남친(남자친구)이 된 남사친(남자사람친구)'우리 오늘부터 1일' 이라며 알콩달콩... (남편아 그만 읽어라)
연애를 했었어. (남편 혈압 오를까 봐 다른 사진은.. 차마.. )
그러다 언니가 먼저 크루즈를 내렸고 미쿡오빠는 크루즈에 남겨진 채 우린 장거리 연애를 시작했지.
그런데 언니는 내리면서 이미 알고 있었어.
이건 연애를 가장한 헤어짐의 시작이라는 것을.
머지않아 끝나겠다는 것을.
언니는 크루즈 승무원이었기에 더더욱 잘 알잖아.
전화 한통, 문자 한 통, 이메일 한통 보내고 확인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건지를.
알면서도 속이 터지더라.
그리고 심심하면 크루 파티를 열어 불타는 이 밤을 보낼 텐데
오늘은 또 어떤 쭉쭉빵빵 여자 친구 사람들과 눈을 맞추면서 신나게 놀까? 라며 생각하니
도저히 속에서 천불이 나.. 못해먹겠더라.
그래서 언니도 결국은 헤어졌어.
이건 뭐 연애라고도 할 수 없을 만큼 짧았던 만남이었기 때문에
헤어졌다고 말하기도 참 애매할 인연이었지.
이렇게,
크루즈 승무원들은 동료들과 서로 사랑을 해.
썸타는 인연도 있고 연애기간이 짧은 만남도 있지만 결혼까지 골인하는 경우도 무척 많아.
2. 크루즈 타기 전 사귀던 사람과 만남을 계속 이어가는 경우도 있나요?
응. 없지는 않아.
1% 정도는, 그 어려운걸 해내지 말입니다.
육지에 남겨진 어떤 한 남자가 크루즈 탄 애인을 너무너무 사랑한 나머지
혹여라도 다른 크루즈 승무원과 눈이라도 맞을까 싶어 매일같이 이멜을 보내는 정성.
애인 얼굴 몇 시간이라도 잠깐 보겠다고 크루즈 기항지까지 비행기 타고 날아오는 정성.
2주나 걸려서 크루즈에 도착하는 택배를 매달 손편지와 함께 애인 선물 챙겨서 보내는 정성.
으로 연락이 힘든 6개월을 버텨내면서 결국 결혼까지도 하는 경우가 있긴 해.
극~~~~ 히 드문경우지. 1% 정도?
이 이야기 속의 육지 남자와 떠나보낸 크루즈 승무원은 바로 아래 사진 속 두 사람이야.
이 두 사람은 실제로 결혼까지 했어.
여자가 크루즈 승무원이었고 남자는 델타 항공사 파일럿이었는데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백만배 더 컸었어.
파타야로 항해하던 어느 날 밤, 비행기 타고 육지남자가 정말 파타야까지 날아왔었어.
그녀를 잠깐이라도 보겠다며.
택배도 얼마나 자주 보내줬는지 몰라. 덕분에 신라면 원 없이 먹었네. (고마웠어 육지 남자야)
이렇게 애지중지 죽자고 크루즈 탄 애인을 기다리고 한결같은 구애를 한다면
혹은 크루즈 탄 쪽에서 육지에 남겨진 애인을 위해 그 힘든 상황 속에서도 연락을 자주 취해준다면
장거리 연애도 오케이. 노 프라블람.
하지만 쉽진 않을 것이야.
3. 크루즈 승무원끼리 결혼하면 함께 근무할 수 있나요?
응, 두 사람이 같은 부서든 아니든 같은 배에서 함께 근무할 수는 있어.
하지만 부서의 슈퍼바이저 그리고 매니저를 통해 본사 HR 팀에 미리 Request를 해야 가능해.
그렇다고 요청을 할 때마다 매번 같은 배를 탈 수 있는 것은 아니야.
왜냐면 크루즈 승무원의 근무형태는 5-6개월 단위로 계약을 하고 6-8주 휴가를 받게 되는데
휴가 뒤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있고, 휴가를 연장 신청하는 경우, 근무 도중 급작스럽게 휴가를 받거나 관두게 되는 등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야.
따라서 이 모든 변수를 고려해서 본사의 스케줄 담당자가 전체 승무원들의 다음 계약 시기와 크루즈 라인을 배정하기 때문에 나의 배우자와 함께 같은 시기, 같은 배에 배정받는 일이 쉽지 않은 거야.
4. 임신 만삭일때는 어쩌죠? 육아는 어떻게 하나요? 육아 휴직은 따로 있나요?
여성 승무원들의 경우, 임신으로 더 이상 근무가 힘들어지게 되면 'Maternity Leave'를 신청하실 수 있어. 하지만 내가 소속되 크루즈 선 내의 의사와의 상담 및 HR team에서 최종 결정을 내려.
육아휴직의 경우는, 본사에 휴가 기간을 연장하면 가능해.
일반 회사처럼 육아휴직 수당이 따로 나오거나 육아휴직기간이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야.
한 번의 컨트랙이 끝날 때 다음 컨트랙 날짜와 어떤 크루즈를 타게 될지 레터를 받게 되는데
매니저에게 미리 상황을 설명하고 다음 컨트랙 기간을 연장할 수 있어.
매니저를 통하지 않고 본사 HR팀에 직접 요청을 할 수도 있고.
두 부부가 모두 크루즈 승무원일 경우,
아이는 친정부모님 혹은 시댁 부모님이 육아를 담당하시더라.
형편 때문에 둘 다 크루즈 승무원이라도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의 크루들은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피붙이를 떼어놓는 선택을 하게 되고,
그렇지 않다면 여자 쪽이 휴가를 오래 가지면서 육아를 담당해.
아이가 어느 정도 컸을때 다시 복직 신청을 하고 자리가 났을 때 크루즈로 복귀를 하는데
이 또한 아이와 6개월을 떨어져 지내야 되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지.
그래서, 밤마다 아기 사진 보면서 울던 동료들이 많았어.
얼마나 그립고 사무치겠어?
어쩔 수 없는 육아 문제가 있기에
크루즈 승무원은 젊었을 때 경험하기 최적의 직업이라는 말에 언니는 완전 백 프로 공감해.
연애와 결혼,
누구와 언제 어떻게 한다는 것에 정답은 없어.
그 기준은 자기 자신의 가치관에 달려있다고 봐.
단, 크루즈 승무원으로서의 연애와 결혼은
일반 직장인들과 다르기 때문에 내 인생의 스토리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
따라서 나의 가치관이 무엇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 자신을 들여다보고 나서
크루즈 승무원이라는 직업을 들여다봤으면 좋겠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