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면 무척 배고파요. 밤에는 거의 안 먹거든요. 밥을 안치고 나물을 무쳤어요. 시금치나물과 고춧잎나물을 만들었어요. 시금치를 씻으면 흙이 정말 많이 나옵니다. 여러 번 씻게 되어요. 샐러드 맛은 드레싱이 살리듯 나물 맛은 양념이 살리잖아요. 어떤 사람들은 간장과 참기름/들기름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하지만 제가 해 보니 꼭 그렇지는 않아요.
고춧잎은 냉동실에 꽤 많이 있었어요. 아마 삼사 년쯤은 되었을 겁니다. 아내가 살아 있을 때 넣어둔 것 같아요. 언젠가 해동해서 무쳐먹어 본 적이 있어요. 아주 맛있더군요. 그렇게 오래된 것인데도. 세월의 맛인지도 모르겠어요. 냉동된 것은 웬만하면 문제가 없어요.
시금치는 삼십 초 정도만 데치고, 고춧잎은 이십 초 정도 데쳐서 찬물에 씻고 꼭 짜서는 냉동실에 잠깐 넣어두는 게 좋아요. 조금 차게 만들어야 맛있어요. 좋은 간장과 다진 마늘, 다진 대파, 매운 고추 조금, 통깨와 참기름/들기름은 듬뿍 넣어요. 양념이 비슷한데, 고춧잎나물은 간장 대신 된장과 고추장으로 간했어요. 조금 다른 맛을 만들고 싶었던 거죠. 당연히 사탕수수 발효 가루도 조금 넣었어요. 부드럽게 애무하듯 풀어가며 잘 무쳐주면 아주 맛있어요.
밥 한 술 뜨고 나니 두 시간이 흘렀어요. 밥 씻어 안치고, 설거지하고, 시금치 씻고, 고춧잎 씻어 준비하고, 데치고 찬 물에 씻은 다음 꼭 짜서 무치기 좋게 썰어서 볼에 넣고, 양념 만들어 무친 게 전부인데.
조금 쉬었다가 산책을 다녀와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