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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y Dec 20. 2020

브랜드와 시장성

요즘 시장은 세 부류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트렌드에 변함없이 스스로의 색깔을 지켜가는 자,

트렌드를 따라가며 당장의 매출을 잘 높이는 자,

익숙한 개념을 시대의 흐름에 맞게 새로운 상식으로 만들어내는 자.


어디가 더 매력적인가요?

어느 부류에 서고 싶은가요?


기업에서는 브랜드를 런칭하기 전, 기획한 브랜드를 가장 첫 번째로 투자대상에게 심사를 받아야 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인데요. 오디션 심사 프로그램의 무대에 선 참가자의 기분과도 같습니다.   

    멋짐과 매력을 어떻게 공감하게 할 것인가? (커뮤니케이션 전략)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가? (브랜드 아이덴티티)  

    어떻게 나의 팬이 되게 할 것인가? (채널 전략)  

    나를 품는 그릇의 크기는? (확장 로드맵)  

    매출 목표는? 내가 가진 매력도의 크기는? (시장성)


그런데 시장성이 있다는 정의가 뭘까요. 매력도의 크기는 무엇으로 측정하나요. 그래서 투자하기로 결정하기로 한 좋은 브랜드는 무엇인가요?


최근 고객의 소비가 일어나는 지점을 알아내기 위해 유통 플랫폼, 자사몰을 가지는데 노력을 기울입니다. 더 이상 아마존 같은 거대 채널에 나의 고객 데이터를 넘겨줄 이유가 없다는 걸 알게 된 것이죠.


판매지수, 매출액, 인지도, 소셜 인게이지먼트 지수, 회원수, 매장 수… 시장성에 대한 근거는 기업 내부에서도 측정 지표에 따라 평가가 달라집니다. 그런데 브랜딩은 장기전인데 팬심과 덕력은 무엇으로 증명하나요.


현재의 트렌드는 파악할 수 있다 쳐도 트렌드를 이끄는 브랜드의 내공과 저력은 평가할 기준이 없어 보입니다. 브랜드의 좋음, 나쁨, 이상함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도요.


하지만 공통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 좋은 브랜드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상식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신선한 웃음을 짓게 만드는 건 그러한 깊은 내공 위에서 춤추며 자신만의 색깔로 시대를 담는 유연함 때문일 것입니다. 새 것인데도 불구하고 기분 좋은 충격이며 우리에게 질문을 던져주죠. 그런 브랜드를 만날 때, ‘미쳤다, 당했다’의 찬사가 흘러나옵니다.


욕심나네요, 그 한 마디.



1. 내공이 춤추는 Gucci의 심미안

어느 패션 검색 플랫폼에서 올해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브랜드로 구찌가 뽑혔습니다.

뮤지션도 기교의 폭발보다 가진 흥을 폭발하는 자를 이길 수 없습니다.


브랜딩이 유려하다는 건 전체가 하나의 결로 흐름이 고와야 하고, 그 안에서 흥이 폭발하고 유동해야 하는데 익숙한 것에 대한 새로운 변주, 비틀기, 그 선의 넘나듦이 자연스러운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자칫하다간 본질을 잊은 채 본인만 즐기고 말게 되죠. 마음이 전달이 안되고 이상한 브랜드가 되어버립니다. 보는 사람이 느낄 수 있게 하는 여지를 줘야 합니다.

Source: gucci.com

Gucci는 얼마 전 온라인을 통해 피렌체의 전시장을 가상으로 경험할 수 있는 Gucci garden을 선보였습니다. 레트로라는 시대적 흐름을 가져갔다 하더라도 구찌만의 강렬한 예술과 상상력을 녹여내 버츄얼로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피렌체 시뇨리아 광장에 위치한 구찌 가든 갤러리아의 1층과 2층에 현실과 상상을 오가게 하며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 구매를 원하는 팬들, 해외여행을 그리워하는 여행족들을 모두 달래주고 있습니다.


부티크와 서점이 있는 1 층에서는 낮은 발자국 소리가, 2층 3층의 갤러리를 지날 때는 나뭇가지 스치는 소리와 새의 지저귐이 들립니다. 19세기풍 시계 장식과 플로럴 무늬의 벽지 장식까지 마치 실제처럼 느껴집니다.

느긋한 마음으로 보물을 찾듯 거닐다가 마음에 드는 가방을 클릭하면 제품 설명과 구매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데, 쇼핑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 같은 경험입니다.


구찌는 언제나 경쟁의 축을 벗어나 다른 차원에서 플레이를 합니다. 형태가 아닌 문화 자체를 바꾸죠. 구찌가 보이는 열정은 지금 이 순간을 마지막인 것처럼 즐기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성공적인 브랜드는 스스로에게 그리고 모두에게 최선의 태도를 마음에 품는 자들입니다.


2. 새로운 낮잠의 미학 Nap dress

옷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누구에게 팔 것인가에 따라 매력도가 없다가도 급상승하기도 합니다. 의미가 없던 것에 의미가 생기는 순간,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힘이 실립니다. 


무엇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틀 안에 갖고 있으며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Source: www.hillhousehome.com

올해 패션 트렌드의 지도에 올린 새로운 브랜드는 ‘냅 드레스(Nap Dress)’입니다. 사실 2년 전에 출시한 브랜드이긴 하지만 ‘낮잠 드레스'는 2020년을 대표하는 드레스가 되었습니다.


코로나19로 그 어느 때보다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던 올해에는 라운지 웨어가 SNS를 뜨겁게 달군 패션 아이템이었죠. 침구 및 목욕 브랜드 힐하우스홈(Hill House Home)은 익숙했던 홈웨어 카테고리를 ‘냅 드레스’로 새롭게 정의함으로써 일상에 새로운 의미를 불어넣었습니다.


그 미묘한 단어의 차이가 같은 카테고리 안에서 없던 시장을 만들어냈습니다. 세상에 낮잠 잘 때 입는 드레스라니요. 집 안에 있는 시간 중에서도 낮잠 자는 시간으로 더욱 세분화한 것이죠. 낮잠의 미학을 만들어 내야 할 이유를 만들어 냈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새롭게 바꿔놨어요. 이것이 이 브랜드가 가진 한 끗입니다.


물론 스타일도 새롭습니다. 다소 큰 실루엣, 주름진 악센트, 빅토리아 시대의 로맨스를 발산합니다. 아늑함을 타협하지 않고 매력을 진지하게 서사 짓는 매혹적인 병치죠.



3. 우아한 Celine의 귀환

Celine의 뮤즈였으며 셀린느 그 자체였던 피비 파일로가 돌아옵니다. 그  소식 자체로만으로도 올드 셀린느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에게는 올해 가장 큰 단비 같은 소식이었을 겁니다. 피비 파일로는 지속가능성과 에센셜에 대한 화두를 준비 중이라고 하네요. 그녀는 더욱 단단해져서 돌아왔습니다.  

Source: pinterest

깔끔하게 일과 가정의 경계를 구분 짓는 야무짐이 좋았고 멋있었던 신념이 고스란히 셀린느에게 담겼으며, 과하지 않은 세련됨과 애쓰지 않아도 편안해지는 피비 파일로의 모든 것이 저 역시 유일하게 닮고 싶은 부분이었습니다. 이는 동시대의 여성들의 영감의 대상이 되었고 그녀는 사회적 지위와 명성이 가져다주는 자부심을 놓아버린 대신 진정한 자존감을 얻었죠.


브랜드든 사람이든 스스로를 과신하는 피상적인 매력에는 흥분할 수는 있어도 존경하지는 않습니다. 참모습이 어떨지 알기 때문입니다.


브랜드가 가진 사회적인 에고에 자부심을 느끼는 대신 그냥 사랑하면 어떨까요? 사랑하는 것이 그 브랜드가 가진 역사성이나 명성이 주는 자부심을 아니라 단지 그 브랜드가 주는 영감과 내적 풍요로움 때문이라면 어떨까요?


내면은 강할수록 더욱 유연해지고 이로운 것에 마음을 열게 됩니다. 이러한 태도가 전달이 될 때 팬들도 눈 녹듯 마음의 빗장을 풀어냅니다.


클로에(Chloe)에서 셀린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옮기면서 팬들이 함께 이동했듯이 그녀는 이미 브랜드를 넘어섰습니다.

왜 좋아하냐는 건, 결국 그 사람이 매력 있다는 것임을 그 자체가 브랜드가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해 주는 거겠죠.   


    내면의 흥을 깨우는 본연의 힘  

    행동을 새롭게 유도하는 한 끗의 미학  

    결국은 브랜드를 이끄는 사람의 태도


그들은 트렌드에 맞추는 것이 아닌, 세상에 없는 유일함을 가진 가장 입고 싶은 옷을 만듭니다.

시장성을 살피기 전에 그들이 새로운 시장을 창조해 냅니다.


사람들이 브랜드에 끌리는 것은 브랜드 곁에 있으면 편안하고 설레고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답은 브랜드의 영향력입니다. 시선을 밖에 두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두면 브랜드 본연의 힘을 돌려받습니다. 트렌드와 시장성에 이끌리기 전에 스스로가 먼저 충분히 매력을 가진다면, 그럼 세상은 언제나 브랜드를 정중하게 맞이해 줍니다.


그래서 좋은 브랜드임을 결정하는 투자의 기준은, 그 브랜드와 함께한다면 내가 더 성장하고 내가 더 좋은 사람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확신이 중심에 서야 합니다. 결혼을 앞둔 사람에게 있어 배필을 맞이하는 기준과도 같네요. 그게 건강한 설렘이겠죠.


시장성을 평가하는 일과 고객에게 어떻게 다가갈 건지는 그다음 고민해도 늦지 않아 보입니다.


투자자는 교집합을 찾지만,

기획자는 여집합을 동경합니다.

투자자는 현재를 말하고,

기획자는 이면의 감정을 듣습니다.
투자자는 시장성을 평가하지만,

기획자는 시대성을 살핍니다. 투자자는 많아질수록,

기획자는 고유해집니다.


당신의 노래를 불러요.



S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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