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여행
2박을 지낸 아이들은 중국이 그렇게 낯설지 않은 듯 보였다. 호텔 프런트, 지하철 검색대, 음식점 어디를 가든 '니 하오, 쉐쉐' 아는 단어 두 개를 현지인에게 남발하고 다닌다. 식당 음식도 특유의 향과 매운맛을 별 거부감 없이 그런대로 먹었다. 지하철은 한국과 다를 게 없었는데 입구에서 짐 검사를 매번 하는 것이 신기한 듯하였다. 상하이는 워낙 유명한 관광지이고 외국인들이 많아 돌출행동을 하는 아이들을 낯설게 보는 시선이 없었다.
아이들의 이번 여행은 아빠를 보러 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과일이다. 평소 과일을 너무 좋아해서 집에 사 오기 무섭게 먹어치웠던 아이들은 내가 중국에서 과일을 마음껏 먹는 것을 보고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과 하나 비싸서 제대로 못 사 먹었던 아이들에게 과일가게에서 마음껏 고르게 했고 여행 내내 아침과 저녁을 과일로 해결할 정도로 실컷 먹였다.
먹었으니 이제 나가야지?라고 말하면 이제 점점 여행에 지쳐가는지 힘들어한다. 패키지여행으로 온 것이 아님으로 굳이 시간을 쪼개서 움직일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 왔으니 현지의 유명한 곳을 보여주고 싶었다. 지난 이틀은 상하이 중심에서 벗어난 곳에 있었기에 눈으로 볼거리는 많지 않았지만 남은 이틀은 중심의 숙소여서 볼거리가 많았다.
"지금 우리가 갈 곳은 와이탄이라는 곳이야"
와이탄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중국에 오기 전 아내는 이곳에 대해 아이들에게 배경지식을 알려주긴 했지만 보기 전에는 실감이 나질 않았을 것 같았다.
"어 엄마한테 말은 들었어"
"사람이 좀 많을 거야"
"야생 동물원 보다 많겠어?"
첫 째는 동물원 입구, 버스 타는 곳의 인파를 보고 적지 않게 놀랐었다. 조금 겪어봐서 그런지 큰 걱정은 안 되는 듯해 보였다. 와이탄을 가기 전까지...
와이탄의 오래된 건물과 황푸강 건너 동방명주의 건물과 해가 지면서 비추는 야경을 보면서 아이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현 대과 과거를 동시에 담아놓은 듯 한 모습을 보고 신기해하기도 하고, 지금 것 살면서 이렇게 많은 인파를 본 적이 없어 더욱 그랬을 것이다. 나와 아내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사진에 담으랴 애들 손 놓일까 여유 있게 볼 수는 없었다. 그래도 이런저런 볼거리를 같이 본건만으로도 만족했다.
총총걸음으로 볼 것들을 보고 중국음식을 먹었다. 걷고 타고 구경하기를 반복하다 보니 아이들은 금세 배가 고파왔다. 다들 내가 무슨 음식을 주문할지 궁금해하였다. 동파육과 새우요리 그리고 치즈스콘을 시켜 먹었다.
여행의 묘미는 계획대로 되지 않는 데 있는 것 같다. 갑자기 비가 올 수도 있고, 차를 잘 못 탈 수도 있다. 카레이서의 택시를 탈 수도 있고, 걷고 또 걸어 물집이 생길 수도 있다. 맛있는 음식도 있고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음식도 있다. 그래도 여행을 가는 것은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적응해 가면서 낯선 곳에서 나와 우리의 관계를 달리 볼 수 있는 경험이 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각자 케리어를 끌고 다니는 것을 보니 제법 큰 듯하다. 이 번 여행에서 많은 것을 얻기를 바라지 않는다. 다만 우리 가족이 함께였다는 것을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