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생활
중국회사 이직한 지 6개월이 되어 간다. 중국인들 틈에 한국사람으로 살아간 시간들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신기함에서 호기심 그리고 직장의 한 동료로서 보이는 시선들을 겪어보니 시간이 약이란 말이 맞는 듯하다. 적어도 못 견디고 뛰쳐나오지 않는 한 그렇다. 중국의 회사의 관례, 은행업무, 그들의 업무처리를 파악하고 팀원들과 일을 처리하면서 몰랐던 부분을 하나씩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현장에 장비들은 많은데 사용이 안 되고 있다. 눈에 익은 장비들이 많았다. 그런데 사용을 하지 않고 있었다. 내가 볼 때는 모두 필요한 장비로 사용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였다. 인원이 부족한가? 아니면 사용 방법을 모르나? 장소만 차지하고 있는 장비를 보자니 답답하기도 했고 궁금하기도 했다. 현장 관리자에게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담당자가 없다고 한다. 그럼 왜 구매를 했어요?라고 물으니 한국에서 온 사람이 구매를 했는데 회사를 그만두는 바람에 현재는 사용을 못 하고 있다고 한다. 매뉴얼은 있나요?. 있지만 아무도 사용을 하려고 하지 않아 방치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우리 회사는 체계가 없고 처음 해보는 사람이 대부분이라 장비를 함부로 만지려고 하지 않아요.'라고 했다.
우선 처음 그 말을 듣는 순간 뜨끔했다. 자신들보다 기술력이 높은 한국인을 데려오고 그 사람이 장비를 들여와서 품질을 높이려 했으나 장비를 들여온 한국인이 그만두었다는 소리에 같은 한국인으로서 조금 아쉽기도 했다. 물론 한국인을 데려온다고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자신이 구매를 했으면 담당자를 선정하고 매뉴얼을 만들어서 부재 시에도 사용할 수 있게끔은 해줘야 맞을터인데 무슨 사정에서인지 급하게 떠난 느낌이 들었다.
제작 중인 제품이 보이 지를 않는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보였던 제품이 일주일이 지나도 보이질 않았다. 생산관리 계획을 보면 분명 사내에 있어야 하는데 없다. 생산관리자에게 물어보니 외주에서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무슨 말입니까, 이 제품은 벌써 입고돼서 사내에서 다음 공정에 투입되었어야 하지 않나요?. 그에게 돌아오는 말은 외주에서 주질 않는다, 요청을 해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만 하더라. 구매에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으며 와야 오나 보다 식이라고 한다. 그래도 약속한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뭐라도 해야 하지 않나요?. 생산관리 담당자 역시 우리 회사는 체계가 없어서 제품 입출고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답변뿐이었다.
며칠 뒤 생산관리자와 현장관리자를 불러서 잠시 미팅을 하자고 하였다. 두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이 전 회사에서 왜 퇴사를 했으며 그 회사는 체계가 얼마나 잘 되었었는지 설명해 달라고 했다. 한 사람은 대답을 못 했고 한 사람은 지금 회사보다는 괜찮았다고 했다. '나 역시 이 전회사에 불만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고 그 회사가 체계가 잘 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두 분이 앞으로 어떤 회사를 가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 회사 역시 체계에 불만이 있을 겁니다. 시스템이나 체계가 완벽한 회사는 없습니다. 글로벌한 회사라도 문제는 다 있습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으면 되겠습니까?.' 화를 낸 것도 언성을 높인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다만 '어느 회사를 가던 체계에 불만은 있을 것이다'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고, 지금 불만만 가득해서는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싶었다.
부디 나의 말을 왜곡해서 듣지 말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