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혼 후 7개월, 나도 다시 사랑할 수 있어
누군가를 마음에 들이는 일은 섬광처럼 짧은 시간 안에 발생한다.
1초, 그에게 반하는 시간.
마치 1시간 처럼 느껴지는 마법같은 시간의 터널을 지나오면,
저 멀리서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중의 하나였던 그가 어느새 내 나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그가 하는 모든 말과 모든 행동들이 나노단위로 나에 다가와 나비효과처럼 큰 내면의 돌풍을 만들어 내고
똑똑 떨어져 결국 그 하얀 물을 자기색으로 물들이는 잉크처럼 내 마음을 한순간에 놀라울 정도로 빠른시간안에 잠식하고 말았다.
내 얼굴을 볼때 느껴지는 그의 눈동자의 미세한 움직임, 내 말에 환하게 웃을때 눈가에 살짝 접히는 주름,
그에게서 풍기는 그의 체취가 섞인 특유의 섬유유연제 향기, 대화가 한창 무르익어갈때 나타나는 그의 집중하는 표정,
주변에서는 눈씻고 찾아볼수가 없는 지나치게 순수하다 싶을 정도로 티 없이 맑고 밝은 성격,
어떻게 살아왔을지 짐작이 가능하게 하는 그의 말투,
손끝과 어깨에 잠깐씩 스치는 그의 손,
내것이 아니기에, 잘 알지 못하기에 오히려 미치도록 설레고 궁금한 마음이 엄청난 도파민을 자극하는 강렬한 감정이 되어 내 일상을 잡아먹는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무기력해진다. 잠깐의 마주침으로 서너일을 버티고, 잠깐의 대화로 일주일을 그의 생각으로 가득가득 채워 넣는다.
내 머릿속 동화처럼 오색빛깔의 상상의 세계에서 나와 가끔씩 현실에 발을 붙이고 자각시간을 갖게 될 때면
다들 결혼해서 애 키우는 친구들 사이에서 말도 안되는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 스스로를 보며 혹시 미친게 아닐까 의심하다가도-
에이 뭐 어때, 나 미친거 맞는것 같다.
몇년만에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되어 행복하다.
내 마음과 감정이 아직 죽지 않았음에 감사하다.
사랑에 상처받고 사랑에 실패하고 사랑에 무너졌음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