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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 Nov 06. 2024

박경리의 <토지>: 김한복

소설 인물분석

김한복은 김거복(김두수)의 동생이다. 하지만 둘은 같은 환경에서 자라도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이다. (김두수에 대한 것은 앞의 포스팅을 참고)


https://brunch.co.kr/@positivehuman/15



김한복의 생애


김거복이 아버지인 김평산의 성품을 닮았다면, 한복은 어머니 함안댁을 닮았다. 아버지의 처형과 어머니의 자살 후, 둘은 고향 평사리를 떠나 외가로 가지만 그곳 형편도 녹록하지 않았나 보다. 가난한 집에 남자아이들 둘이 입을 더 보태니 쉬운 생활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거복과 한복 모두 외가를 떠나지만 그 이후로의 삶은 갈린다. 한복은 맨발로 걸어 거지꼴로 평사리로 돌아왔고 그의 모습을 안타깝게 여긴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성장한다. 그의 성장 과정은 늘 가난했음은 당연했지만 타고난 성품과 성실함으로 열심히 묵묵히 꾸준하게 일을 하며 마을에 자리 잡는다. 마을 사람들의 주선으로 거지 처녀와 혼인하여 세 자녀 (영호, 인호, 성호)를 낳고 금실 좋게 산다. 


그러던 어느 날, 만주 용정에 형 거복이 밀정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고민과 갈등 끝에 아버지와 형의 죄업을 사죄하고 어머니와 자신의 자긍심을 치유하기 위해 형을 만나러 간다는 빌미로 독립군 군자금 전달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길상이 없었다면 한복은 이런 결심을 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길상을 통해 자신이 더 이상 아버지와 형의 업보를 안고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자신의 삶은 자신이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과거를 극복하게 된다.


"(...) 너의 가난과 너에 대한 핍박을 너의 아버지 너의 형 탓으로 돌리는 것은 네가 없다는 얘기가 된다. 네가 없다는 것은 죽은 거다. 아니면 풀잎으로 사는 거다. 너는 너 자신을 살아야 하는 게야. 너의 아버지는 너 한 사람을 가난하게, 핍박받게 했지만 세상에는 한 사람이 혹은 몇 사람이 수천만의 사람들을 가난하게 하고 핍박받게 하고, 한다는 것을 왜 모르냔 말이다! 지금 당장 목전의 원수는 일본이지만, 따라서 너의 형도 목을 쳐야겠지만, 제발 일하라 않겠으니 숨지만 말아라. 너의 자손을 위해서도, 너의 아버지의 망령을 평생 짊어지고 다니다가 너의 자손에게 물려줄 작정이냐 말이다!" <토지>9권 p. 396 길상의 말 중에서 


이 말에 한복은 각성한다. 그리고 서서히 변한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 끼리끼리 논다는 말은 대부분 들어맞는다. 좋은 사람 곁에는 좋은 사람이 있는 법이다. 장터 거지 출신이지만 한복의 아내도 진중하고 성품이 바르고 도리를 아는 사람이다. 살아가는 중에 우여곡절도 있고 넘어야 할 산도 있긴 했지만 피하지 않고 거부하지 않고 큰 욕심 없이 성실하고 꾸준하게 살아온 한복네에는 점점 좋은 일들이 일어나고 살기도 편해졌다. 


"(...) 길상형님이 나를 꺠우쳐준 기라요. 니는 과거의 굴레를 벗어라 그것은 니 잘못이 아니다. 남이사 머라 카든지 서럽어도 억울해도 이자 나는 기대고 떠받칠 기둥 하나를 잡은 기라요. 사람답게 살자....... 나는 발 못 뻅니다. 나도 이 강산에 태어나서 소리칠 곤리(권리)가 이씬께요.(...)" <토지>14권 p. 312"



김한복의 심리분석: 자기 극복


- 타인존중, 공감능력, 이해심, 열린 마음, 사랑(자신과 타인을 사랑할 줄 앎): 타고난 성품은 완전히 바꾸기 힘들다고도 한다. 한복의 경우에 선천적 성품을 기반으로 성실함과 진실함으로 타인들의 호감을 얻을 수 있었다. 이런 과정에서 자신의 장점을 키울 수 있었다. 가족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할 줄 아는 한복은 자신이 받은 것을 줄 줄 아는 사람이다. 

- 약간의 소심함: 어떤 일에 앞장서지는 않는다. 이는 자신의 배움이 부족함을 잘 알고 있기도 했지만 어린 시절의 불우함으로 극심한 소심함과 위축에서 나아지기는 했다. 



흙수저라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은 핑계일지도 모른다. 물론 모든 환경이 풍족하고 행복하면 더할 나위 없지만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런 환경 속의 사람이라고 항상 성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내가 없는 것을 가진 사람은 모두 잘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각자에게는 각자의 사정이 있는 법이다. 지금 내게 주어진 것이 다른 사람보다 조금 모자라고 불우하더라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음을 한복을 통해서 알 수 있다. 한 번의 깨달음으로 내 생각은 바뀔 수 있고 내 삶도 바뀔 수 있다. 길상이 말한 것처럼 내 삶의 주인공은 나인데 왜 타인으로 인해 삶을 망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아주 사소한 것들, 숨 쉬는 이 순간조차 누군가는 부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내가 지금 이 순간 이곳에 존재하는 이유는 내가 내 삶을 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주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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