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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dam Jun 08. 2018

#7 우붓 요가반(Yoga Barn)

발리에서 요가하기

발리는 서양인들 사이에선 요가로도 유명한 곳이다. 그래서인지 우붓을 돌아다니다 보면 요가복을 입고 요가 매트를 매고 걸어가는 서양인들을 정말 많이 볼 수 있다. 자연을 보면서 요가를 하는 게 참 힐링이 된다길래, 나도 한번 체험해 보기로 생각하고 한국에서 운동복도 챙겨 왔다. 발리에서 가장 유명한 요가 센터인 요가반(Yoga Barn)이 마침 숙소에서 걸어갈만한 거리에 있었다.


배가 고프면 요가하기가 힘들 것 같아서 요가 클래스 2시간쯤 전에 숙소 근처의 Monkey Cave 카페에 가서 샌드위치를 사 먹었다. 에어컨은 없지만, 사실 5월의 발리는 햇빛만 뜨겁고 그늘은 선선해서 굳이 에어컨이 없어도 괜찮다. 오히려 에어컨 튼 카페에서는 추워서 아이스 음료 마시면 오래 앉아 있기 힘들었다. 


분위기도 좋고, 커피와 샌드위치도 맛있었고, 음악도 좋아서 우붓에 묵으면서 몇 번 더 방문했었다.

2층에 좌석이 6개 있다
여행기 쓰려고 가져온 PC
샌드위치 종류별로 다 먹어보려했는데, 늦게가면 재료가 떨어져서 못먹는다.


요가 반(Yoga Barn)

http://www.theyogabarn.com/


요가 반은 우붓 삼거리(내 맘대로 붙여서 부르는 이름) 근처에 위치하고 있는데, 코코 마트와도 가깝다. 골목으로 좀 들어가야 하며, 큰 길가부터 표지판으로 안내가 되어 있어서 찾기 쉽다. 리셉션에 가면 직원들이 친절하게 안내를 해준다. 요가 반은 여러 종류의 멤버십 카드를 팔고 있는데, 1회권은 150K이고 회수가 늘어날수록 조금씩 디스카운트를 해줬다. 한 달 무제한 멤버십은 20만 원 정도 했던 것으로 한국에 비하면 비싼 가격이었다. 나는 3회권을 끊어서 요가 클래스를 들어보기로 했다. 시간표에는 정말 많은 종류의 요가가 있었다. 거의 매 시간마다 수업이 있는데, 생소한 요가도 많이 있었다. 요가뿐만 아니라 명상이나 댄스 태극권 같은 것도 시간표에 있다.


요가 반에는 스튜디오가 여러 개 있는데, 3개 정도 있는 것 같았다. 입구에서부터 작은 정원들을 지나가면 계단을 따라 내려가며 건물이 여러 채가 있는데, 가장 아래 있는 스튜디오를 1st floor라고 부르고 중간쯤에 있는 스튜디오를 2nd floor라고 불렀다. 처음엔 이걸 잘 못 알아들어서, 어떤 건물의 2층으로 가라는 건지 의아해했는데 알고 보니 그런 뜻이었다.


내가 들은 세 번의 수업은 젠틀 요가, 하타 요가, 빈야사 슬로우였다.


오늘은 젠틀 요가를 들으러 갔는데, 젠틀 요가는 난이도는 굉장히 낮았다. 호흡법을 굉장히 중시해서 스트레칭 같은 것을 하다가, 특정 자세에서 Relax 하고 호흡에 집중하는 것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요가를 처음 하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들을만한 수업이었지만, 평소에 요가를 좀 하던 사람들에게는 너무 시시할 수도 있다. 운동은 하나도 안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무로 된 요가반 스튜디오에 누워서 나무가 바람에 나부끼는 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Relax 하는 것은 정말 힐링 그 자체였다. 요가반 스튜디오들은 창문이 없어서 밖의 자연과 연결된 느낌이 드는데, 호흡에 집중하고 있을 때 밖에서 들어온 바람이 온몸에 느껴졌을 때는 정말 평화롭고 힐링되는 느낌이었다. 요가 클래스를 들으며 정말 우붓에 잘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가 반은 워낙 유명해서 한 반에 수강생이 꽤 많았다. 주로 오전 시간대가 사람이 좀 더 적은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많을 땐 30여 명 정도가 같이 수업을 해서 선생님이 한 명씩 케어해주는 걸 원한다면 다른 요가 학원이 더 좋을 것이다. 하지만 자연친화적인 스튜디오에서 요가를 하며 힐링하고, 히피 느낌이 팍팍 나는 서양인 요기들을 구경하기엔 좋은 곳이다. 우붓에 눌러 산지 오래된 것 같은 아우라를 풍기는 서양인들이 서로 만날 때마다 격하게 포옹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한 남성 요기들도 매우 많았는데, 머리와 수염을 길러서 묶고 도사 같은 복장으로 요가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요가 매트와 여러 도구들은 스튜디오에 다 준비되어 있으니, 요가할 옷만 입고 가면 된다. 참고로 탈의실은 없는 것 같았다. 학생들은 대부분 서양인이고, 동양인은 30명 중 4~5명 정도였다.

큰길가에 있는 표지판
요가반 들어가는 골목
이동네는 담쟁이 덩쿨도 신기하게 생겼다.
요가 반 내부. 좌측의 건물이 젠틀 요가를 들었던 Suriya studio
여기가 메인 스튜디오인 것 같았다
규모가 꽤 크다
스튜디오 내부
수업 시작 전에 바닥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끝나고 나오니 꽃으로 완성되어 있었다
요가 후 마실 수 있는 유기농 쥬스와 간식거리를 판다
심리치료 같은 것도 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서양권에서 유명한 동양계 힐링들
요가 하고 돌아가는 길
시간표


우붓 시내

요가를 마치고 우붓 시내를 산책했다. 매일매일 산책해도 지겹지 않은 우붓 거리. 우붓에서는 특히 인도네시아 음식들이 더 비싼 느낌이었는데, 나시고랭이 7천 원인데 비해 소고기 스테이크가 만원 정도여서 그냥 소고기를 먹었다. 오늘은 요가 후 우붓에서 유명한 식당인 Nomad에서 비프 케밥을 사 먹었는데, 엄청 맛있었다. 가격도 적당하고 위치도 좋고 맛도 있고 친절해서 강력 추천.


우붓 시장에는 예술가의 도시답게 아기자기한 공예품들을 많이 팔고 있어서 사고 싶은 게 많았다. 예쁘게 도색된 우쿨렐레나 미니기타도 사고 싶었는데, 아직 여행 여정이 많아 남았기 때문에 짐을 늘리면 안돼서 꾹꾹 참았다. 나중에 꼭 다시 와서 쇼핑하리라!


시장에서 나와 골목골목을 구경하다가, 문뜩 시원한 게 먹고 싶어 졌다. 젤라또 가게가 많던데 젤라또나 한번 사 먹어보자 하고 젤라또 가게를 찾았다. 배부를 때는 그토록 많았는데 막상 먹으려니까 또 하나도 안 보이는 것 아닌가. 역시 머피의 법칙이다. 골목을 한참 돌아다니다 보니 작은 젤라또 가게가 몇 개 보였고, 그중 한 가게의 직원이 너무 환하게 웃으면서 들어오라고 해서 망설임 없이 거기로 들어갔다. 여러 가지 젤라또 맛을 볼 수 있게 해줘서 이것저것 먹어보고 코코넛 맛을 골라서 먹었다. 작은 가게에 직원하고 나밖에 없어서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발리 사람들은 다짜고짜 이름부터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는데, 처음엔 당황했지만 나중엔 그들만의 친밀감을 나누는 방식인 것 같았다. 이번에도 통성명부터 하고 대화를 시작했다.


젤라또집 직원은 Kadek이라는 이름의 21살짜리 발리 여자였는데, 우붓에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고 했다. 한골목 바로 뒤가 집이라고 하는데 이 가게가 네 가게냐고 물어보자 자신은 오후 타임만 일하는 알바라고 했다. 주인은 미국 사람이라고. 예전에는 이탈리아인이 주인인 레스토랑에서 일했었다고 했다. 우붓 중심가에 있는 대부분의 식당들은 외국인이 주인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자기가 아는 다른 한국 친구랑 나랑 되게 닮았다며 신기해했다. 내 눈에 발리 사람들이 비슷해 보이듯이 이들 눈에도 동북아시아인은 비슷비슷해 보이겠지. 


나한테 베지테리언이냐고 물었는데, 알고 보니 이 집은 베지테리언 젤라또를 파는 곳이었다. 우유가 안 들어간 젤라또였던 것이다. 난 그런 건 모르고 들어온, 갓 소고기를 배불리 먹고 온 사람이라고 했다. Kadek은 웃으면서 자기도 베지테리언이 아니라고 했는데, 베지테리언 아닌 사람 둘이 베지테리언 젤라또 집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도 참 아이러니했다. 발리 사람들은 대부분 20~22살이면 결혼한다고 하는데, Kadek은 자기는 남자 친구는 있지만 아직 이렇게 빨리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다른 하고 싶은 게 많다고 했다. 역시 결혼 연령이 늦어지는 것은 세계적인 트렌드. 그렇게 한참 대화를 나누며 친해져서 페이스북 친구도 맺고 헤어졌다.

Nomad 레스토랑
비프 케밥 완전 맛있었다.
사원
길바닥에 이런 장식이 있었다
길가다 흔히 보이는 사원
식당 입구의 분수대나 연못에서 물마시는 개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공물을 바치러 온 발리 아주머니
우붓 시장
베지테리안 젤라또
젤라또
닭도 아무데나 엄청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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