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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정은 Sep 27. 2023

테이프

신해철과 이승환

회사로 드물게 신간이 배달된다. 가끔 청취자가 본인의 책을 선물로 보내주기도 하는데 이번엔 미니게시판에서 보던 이름 변진한 님의 수필집이었다.


이미 사연을 통해 그분의 섬세함을 알고 있었다. 목차를 훑어보고 몇 개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었다. '평소의 행복'에서 소개하면 아주 놀라겠지?라는 생각도 하며 반드시 인용하리라! 마음먹었다.


*


어떤 노래를

처음 들은 순간에 대한 기억이

또렷이 떠오를 때가 있다면서

남자는 '신해철'을 떠올린다.


그가 무한궤도의 보컬로

가요제에 나와서

<그대에게>를 부를 땐

전주만 들어도

그 노래가 1등이었다고

회상한다.


남자의 기억은

시간을 껑충 뛰어넘어

고3 여름의 '이승환'에게로 간다.


"<천일동안>은

정독도서관에서 처음 들었다.

테이프를 사서 비닐을 뜯고,

워크맨에 넣은 뒤

플레이버튼을 누르며

가사지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어째서 도서관에서 펼쳐본 것이

책이 아니고, 문제집도 아닌지

이제와 타박해도 소용없다.


좋아하는 가수의

테이프 하나가

보물과도 같던 시절이 있었다.


부족한 용돈을 겨우 모아

마침내 테이프를 사던 날,

 

투명한 비닐에 덧대어져 있던

금색빛 얇은 띠를

조심조심 잡아당기던 순간의 떨림.


카세트에 테이프를 넣고

딸깍 뚜껑을 닫고

드디어 재생버튼을 누를 때의 벅찬 마음은

어째서 지워지지도 않고

이토록 선명한 걸까.


어쩌면 도서관에 가기로 마음먹었을 때부터

책보다는, 음악을 고르느라 숙고했을

우리의 어떤 날들.


*


오늘은

아침 가족 변진한 님의 에세이

[여름한 국어학원]에

추억을 조금 보태봅니다.



+이어지는 곡

이승환 [천일동안]





_



직접 쓴 책을 보내줄 만큼

오늘 아침과 지영언니에게 애정이 많은

나의 청취자가 오늘 아주 행복했기를.


#오늘아침정지영입니다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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