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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정은 May 27. 2024

교문을 나온 음악

누구의 취향일까?


누구의 취향일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뉴진스’나
‘아이브’와 같은 아이돌 가수의 음악이
쩌렁쩌렁 울려 퍼지던
교문 앞인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클래식 선율이
교문을 넘어

학교 앞 인도와
길 건너 산책로까지
지배하고 있다.

아이돌 가수의 음악이 나올 때는
귀동냥으로 듣는 경쾌한 멜로디와 가사에
덩달아 신이 났는데,

난데없이 취향을 바꿔
바이올린과 첼로가 활을 그어 이루는 선율을 듣고 있으니
세상이 모두 클래식해 보인다.

산책로를 가로지르는
좁은 개울이, 졸졸 리듬을 맞추고,

참새가 폴짝
스타카토로 움직인다.

높게 자란 풀이
우아하게 춤을 추고

노란색 붓꽃은
귀족 부인의 머리 장식처럼
바르르 떤다.

그 옆 운동기구에 올라
허리를 돌리는 사람조차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음악에 맞춰 하나 둘, 하나 둘..

산책하는 강아지의
실룩거리는 엉덩이도

줄을 잡고 걸어가는 주인의 걸음도
음표에 맞춘 듯 하나의 음악으로 완성되는 아침.

대중가요면 어떻고
클래식이면 또 어떨까,
하루의 시작에 음악이 있으면
훨씬 좋다.


+

평소의 행복

오늘은 [음악으로 시작하는 아침]을

전했습니다.


+

이어지는 곡

그리그, '페르 귄트 모음곡' 중

[morning mood]



아이들 학교에 교장 선생님이 바뀌셨는데 주로 정장 스커트에 손질한 헤어스타일로 교문 앞에서 아이들을 맞아주신다. 예전 선생님이 민들레나 과꽃 같은 이미지라면 이번 선생님은 작약이나 장미처럼 정성 어린 손길이 많이 닿은 느낌인데 때를 맞추어 흘러나온 음악이 클래식이라서 재미있었다.

어떤 글감은 써야지! 해놓고도 쓰는 순간과 쓰고 난 후 망설이게 된다. 이 단순한 묘사를 사람들에게 들려줄 가치가 있을까? 들으면서 어떤 기분을 느끼게 될까, 같은 고민이다. 단순하게 한 장면이 머릿속에 펼쳐지길 바라며 방송에서 읽히기를 기다렸는데 몇몇 표현을 반겨주는 청취자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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