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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문 Feb 13. 2024

14. 지차 知茶_동방미인, 우롱차

차를 직접 경험하며 알아가는 '지차知茶'. 녹차, 백차에 이어 우롱차에 이르렀다. 녹차, 백차, 우롱차는 발효 정도로는 순서대로 무발효, 경발효, 반발효차이고, 탕색으로는 녹차, 백차, 청차에 속한다. 반발효차이며 청차인 우롱차는 양 극단인 무발효차(녹차)와 후발효차(흑차, 보이차)의 중간으로 두 차의 장점을 가지며, 두 차의 단점은 최소화된 차이다. 다양한 상품의 우롱차가 있지만 동방미인은 대만산으로 상품上品 또는 최상품最上品으로 알려졌다. 


유리 다관, 유리 숙우, 찻잔으로 간단히 세팅하고, 오늘은 다하와 전자 온도계도 준비했다. 예전에 커피 핸드 드립 배울 때 장만하고 처박아 둔 온도계를 찾아낸 것은 차를 우릴 때의 정확한 온도를 확인해보고 싶었다. 우선 찻잔에 분량의 차를 덜어 놓고 그중에서 관찰할 찻잎을 몇 가닥 다하에 올려놓았다. 

다하에 올려놓은 동방미인 우롱차 찻잎

백호은침에서 보았던 솜털로 둘러싸인 은빛 움도 보이고 움과 함께 작은 잎이 한두 개 달려 있다. 줄기 맨 끝 연한 부분을 꺾어 채취한 것으로 보인다. 이 관찰을 통해, 동방미인 우롱차는 소엽종 차나무에서 채취했고, 1 아 1 엽 또는 1아 2 엽의 연한 부분을 채취한 것으로 보인다. 차의 향의 맡아보니 백호은침의 향보다 맑고 경쾌하다. 이 우롱차의 향은 녹차향과 꽃향기가 조화롭고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 


1000cc의 물을 끓여 텀블러와 드립포터에 나누어 담았다. 차를 우릴 때 사용하는 텀블러는 커피나 다른 차의 잡내가 나지 않아야 한다. 그런 냄새가 잘 우려낸 차의 향의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찻잎을 다관에 넣었다. 우롱차는 90도 정도에 우린다고 했는데, 일단 내가 사용하는 물의 온도를 측정해 보기로 했다. 유리 숙우에 부어 한 식힘 한 물을 다관에 부었다. 물의 온도를 측정하니 76.5도이다.(이 때는 겨울이었다. 생각보다 물의 온도가 낮다.) 30초 정도 있다가 숙우에 따라 부었다. 백호은침에서 보았던 싹의 하얀 털이 물 위에 동동 떠있다. 세차한 물이 깨끗하다. 그 물을 관찰하고 맛을 보았다. 향이 좋고 맛이 달다. 세차한 물은 퇴수기에 버리는데 이 차는 첫탕도 마셔도 될 듯하다. 숙우에 뜨거운 새 물을 부어 한 식힘 한 후 다관에 부었다. 금방 황금빛 찻물이 우러나왔다. 2분가량 두었다가 숙우에 모두 부었다. 찻잔에 따라 향을 맡아보니 정말 흠잡을 데 없이 단향과 꽃향과 녹차향이 조화롭다.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 물빛도 맑고 영롱한 황금빛이다. 우롱차의 탕 빛이 황금빛이다. 우롱차를 청차라고 부르는 것은 '푸르다'는 뜻이 아니라 '맑다'라는 뜻인가 보다. 정말 영롱하다.  

우롱차의 영롱한 황금빛 
청자(우롱차)의 맑은 빛
드립포터의 물 온도

두 번 사용한 드립포터(실온에서 뚜껑을 덮은 채)의 물의 온도를 측정했더니 66도까지 떨어졌다. 텀블러의 물의 온도는 89도였다. 텀블러의 물을 따라 드립포터의 물의 온도를 76도로 올렸다. 76도에서 우롱차가 잘 우러났다. 우롱차는 첫탕, 재탕, 삼탕의 차향과 맛과 농도의 변화가 거의 없다. 찻잎의 양과 물의 온도가 잘 맞았는지, 탕의 물빛은 맑고 영롱한데, 뭔가 농도가 진한 게 느껴진다. 찻잎의 성분이 많이 녹아 나온 듯하다. 농도가 진한데도 빛은 맑다. 네 번째 탕은 맛과 향이 살짝 연해졌고, 목 넘길 때 약간 애린 느낌이 있다. 세 번째 탕까지가 좋겠다. 그러나 좋은 차는 맛과 향의 변화가 적고, 맑고, 조화롭다. 


1000cc의 물로 차를 씻고 예열하고, 첫탕은 버리고 두 번째 탕과 세 번째 탕의 좋은 맛을 취한다. 괜히 욕심내서 첫탕, 또는 4탕, 5탕 마시는 것은 안 마시는 것만 못하다. 아무리 깨끗한 차여도 찻잔이나 숙우에 먼지나, 찌끼가 남는다. 그것도 버리고 좋은 것만 마신다. 커피도 맛있게 마시려면 아까워하지 말아야 한다. 핸드드립하여 커피를 내릴 때 쓰지 않게 내리려면 높지 않은 온도로 한 번 내리고, 물줄기가 끊어질 즈음 다시 한번 내리고, 세 번 정도만 내린다. 물론 매번 물을 넘치도록 붓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아까워하지 말고 멈춰야 한다. 오래 내리게 되면 커피의 잡내 쓴맛이 앞에 내린 좋은 커피 맛을 모두 망쳐버린다. 커피 내리다 보면 어느 순간 쓴 냄새가 확 올라올 때가 있다. 이때는 무조건 드립퍼를 제거해야 한다.  커피도 차도 욕심부리지 말고, 맛있게 우려진 것만 마시는 것이 좋다. 욕심부리면 떫은맛을 보게 되고, 카페인 과다 복용 등 좋지 않다. 차를 마실 때도 과유불급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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