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부터 세 달간 순차적으로 우리 아파트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가 진행 중이다.
몇 달 전부터 관리실에서 수시로 이에 대한 안내 방송을 했었다. 몇 동 몇 호 라인은 어느 달에 교체 공사가 진행되는지, 각 라인 교체 공사는 한 달 동안 진행되니, 무거운 생필품은 미리 준비해 둘 것, 환자나 노약자는 이에 대한 대책을 각 가정에서 마련할 것, 그동안 택배 배송 물건은 1층에서 찾아갈 것과 그동안 계단 3개 층마다 쉬어갈 수 있는 의자를 비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방송을 들으면서 3월 한 달간 미리 구입해 둘 생필품들을 빠짐없이 구입해 두었다. 생수 네 통, 쌀 20kg, 세제, 간장, 고추장, 음료수, 과일 등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불편을 감수해야 하지만, 은근한 쾌감이 밀려왔다.
첫째 택배로부터의 자유
쉽게 주문하고 구입할 수 있어서 날이 갈수록 택배 주문이 많아졌다. 좀 자제해야지 하는데 그게 맘처럼 되지 않는다. 다들 주문하는 이유가 있지만, 버튼 하나로 집 앞까지 배달시키는 편리함 때문에 주문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그런데 한 달간 올 스톱이다. 택배 기사들이 수레가 넘치도록 배송품을 쌓아 엘리베이터를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면 미안할 때가 많았는데, 한 달간 우리 동네 택배 기사는 좀 여유를 누릴 수 있겠다 싶다. 그것만으로도 내 마음의 짐이 한결 가벼워진다.
둘째 운동의 효과
이제 모든 주민들이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게 되었다.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아들이 어쩔 수 없이 이 기간 동안엔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계단을 내려가는 시간 때문에 출근 준비도 좀 더 서둘러야 한다. 저녁에 올라올 때는 땀범벅이 되어 올라온다. 아들은 헉헉 되는데, 나는 속으로 기쁘다. 이 기회에 운동이 주는 시원함을 맛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생각했던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 한 달의 유익은 여기까지였다. 그런데 몇 가지가 더 있었다.
셋째 배달음식으로부터 해방
걸핏하면 정체불명의 소스 범벅인 배달음식을 아들이 주문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나는 생각도 못했던 건데, 아들한테는 이것이 치명적이었다. 때는 이때다 싶어서 나는 카프레제와 같은 건강한 샐러드와 집밥으로 아들을 공략하였다. 배달 음식 먹고는 속이 더부룩하고, 심지어 머리까지 아프고 숙면을 취하지 못하던 아들이 지난 보름간 배달음식 먹지 못하니 아프다는 이야기가 사라졌고, 거북하게 부었던 몸이 조금 편안해졌다.
넷째 쓰레기양 감소
덕분에 우리 집뿐 아니라 아파트 내 쓰레기도 감소했다.
다섯째 이웃들과 인사
계단을 오르내리며 이웃들과 서로 격려하며 인사를 하게 되었다. "몇 층이세요? 아이고, 힘드시죠. 좀 쉬었다 가세요."
ㅎㅎ 아파서 급히 병원에 실려가는 일만 없다면, 이런 공사가 한 달 더 진행돼도 좋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