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어디든 걷자며 만나는 친구가 있다. 나는 서울 근방을 친구는 서산 근방을 안내해 왔다.
지난겨울엔 춥기도 하고 서로 바빠서 못 만나고 있다가 2월 생일에 멋진 곳을 친구가 예약해 놓았는데,
새로 시작한 수업 때문에 취소하고 기약 없이 미루었다.
전날 문득 친구와 약속을 잡으려고 연락했더니, 남편과 함께 철원 주상절리 가는 길이라고 했다.
친구 남편이 우리 남편 보고 싶어 하기도 했고, 우리도 겨우내 물윗길 다녀와야지 하면서 못 갔고, 친구도 만나야 하고 등등 모든 것이 여기에 집중되었다.
사실 다음날 후배와 약속이 있었는데, 양해를 구하고 남편과 함께 다음날 주상절리 물윗길서 두 부부가 만나기로 했다.
어디 나가자고 하면 내켜하지 않던 남편이 어쩐 일인지 새벽부터 서둘렀다. 잔뜩 들떠있었다.
아침 8시 출발. 남들 출근하는 길이었지만, 우리 가는 길은 출근길과 반대길이었는지 막히지 않고 뻥뻥 뚫렸다. 게다가 라디오를 틀었더니 바로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들이 계속 흘러나온다. 이게 웬 횡재인가.
기분 좋게 달렸다. 한참을 달려 포천을 지나 철원, 태봉대교 주차장에 도착했다.
약속 시간 5분 전. 곧 친구네도 도착했다.
물윗길은 물살이 세지 않고, 수심이 깊지 않은 겨울 10월? 11월?~3월에만 부교로 설치되어 개방된다.
물윗길 폐쇄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이다. 1월 동기가 한탄강 옆 절벽이 얼음과 눈으로 덮여있던 장관을 보고 왔다고 자랑하길래 가봐야지 맘먹고 있었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얼음과 눈은 흔적도 없고, 버들강아지만 지천으로 피어있었다. 그래도 시원한 물줄기와 용암으로 형성된 특이한 지형과 암석이 눈을 시원하게 해 주었다.
물윗길은 한탄강 주상절리 둘레길과는 다른 노선이다. 둘레길은 절벽 위 또는 중간 지점으로 이어지고 중간중간 물윗길 쪽으로 내려오는 길이 있다. 물윗길은 부교를 설치해 강물 바로 위로 걸으며 양쪽 절벽을 구경할 수 있다. 흔들거리고 미끄러워서 조금 어질어질하고 신경 쓰였지만 물 위를 걷는 경험을 언제 해보겠는가.
물윗길은 중간중간 강변 자갈밭으로 연결되어 부교를 걷다가 강변을 걷기를 반복한다.
물은 시원하게 흐르고 좌우에 수직으로 선 절벽 때문에 소리가 울려 더 크게 들리지만, 물이 맑은지는 모르겠다. 물빛은 초록으로 깊은데, 왠지 뿌옇고 탁한 느낌. 이곳엔 용암으로 형성된 현무암, 주상절리가 있고, 석회지형이 있다고 한다. 그 석회 성분 때문에 물이 뿌옇게 보일 수 있고, 바위 곳곳에 큰 구멍을 석회암에 녹아서 생긴 것이다.
우리는 태봉대교에서 만나, 차 한 대로 순담대교로 이동했다. 친구네는 2월에 와서 태봉대교에서 고석정까지 걷다가 중간에 눈비 때문에 폐쇄되어 그 뒤로 못 걸었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순담대교에서 태봉대교 쪽으로 걷기로 했다. 내가 보기에 순담대교에서 태봉대교로 걷는 코스가 좋겠다. 순담대교와 태봉대교 사이에 고석정으로 올라가면 식당가가 있다. 그곳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 순담대교 물윗길 매표소는 간이 매표소로 순담대교 둘레길 매표소 아래쪽에 따로 있다. 그곳에서 1인 1만 원의 입장료를 사면 5000원 지역상품권을 주는데, 고석적에서 식사비 지불할 때 사용할 수 있다.
이번 여행에서 오랜만에 버들강아지를 맘껏 볼 수 있어 기뻤다. 또 곳곳에 사람들이 쌓아둔 작은 돌탑들을 보니 사람들의 흔적과 그 작은 소원들이 맘에 울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