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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미 Sep 11. 2022

여행길에 마주한 여성 인권

혼자 코타키나발루에 왔다. 해외여행이 하도 오랜만이라. 동남아는 여행할 때마다 마구 들이미는 현지인들이 있었다는 걸 잊고 있었다.


이제부터 지가 내 보이프랜드라느니. 저녁에 내 호텔에서 맥주 먹자니 뭐라니. 성희롱인지도 모르고 추파를 던진다. 그게 멋지다고 생각하는 건가? 화나게 하네.

화나면 뭐하나. 너네가 화나서 소리 빽 지르면 나는 항시 긴장 상태라 바로 기절해버릴지도 모르거든. 동남아 현지 경찰은 또 현지인 편이라던데.


기절을 하든 경찰을 만나든 너네랑 싸우면 지는 건 나니까. 몇 번은 참고, 너무 심해지면 이따 내 보이프랜드가 올 거라고 한다. 그러면 장난인데 뭘 그러냐는 듯. 표정이 구겨진다.

후진국일수록 여성에 차별적이라는 말에 백번 공감한다. 5년 전인가. 스리랑카는 여자가 술 사는 게 금지인 썩은 세상이라. 술 코너에 있는 것만으로도 사람들 시선이 한눈에 꽂혔더랬다. 내가 이거, 이거 고르면 건우랑 혁진이가 대신 카운터에 가줬다.


술병을 들고 건우랑 혁진이 사이에 껴서 비포장도로를 잰걸음으로 걸었다. 갑자기 여자들 팔을 잡아끄는 손들이 있었기에 나는 자주 숨는 걸 택했다.

이 나라의 여성들은 대체 어떤 삶을 사는 걸까. 샤워하며 전에 책에서 읽은 파키스탄 여성, 이슬람 명예살인이 떠올랐다. 이렇게 쪼그라드는 마음을 안고 사는 걸까 당신들은. 당신을 위해, 나를 위해 내일은 용기를 내서 좀 닥치라고 해봐야겠다.

젠더 스팩트럼- 지식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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