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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미 Oct 18. 2022

나의 도시들은 베수비오 산기슭에

2021. 12. 30. 벌써 새해가 된다. 어물쩍 한 해가 지난 것 같은데. 작년 이맘때 나는 첫 탈락을 겪고 다시 펜을 잡았다. 반드시 이루겠다는 마음으로 한 해동안 하나씩. 하나씩 올라왔다. 힘들었지만 내 인생에 실로 값진 경험을 했다.

입사 후 두 달이 흘렀다. 시간이. 그리고 내가 어떻게 흐르는지 정말 모르겠다. 배움과 일이 있다는 것. 내가 원하던 것 아니었나?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


더 바랄 게 없었다. 수능을 막 끝낸 수험생처럼. 공부만 하던 시간들을 어디다 써야 할지 안절부절못했다.


내 모든 생활은 공부로 맞춰져 있었다. 공부 전 운동, 공부 후 점심. 공부를 위한 명상. 공부를 위한 기분전환. 공부를 위해 컨디션을 만들었다가, 썼다가, 조절했다.


입사를 하고 6개월은 푹 쉬었다. 이상하게 출퇴근을 하는데도 휴식처럼 느껴졌다. 오히려 자소서를 쓰던 백수 시절에 나는 생생히 살아있음을 느꼈던 것 같다.


그때  인간은 어떤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고통받을 때가 가장 흥미로운 시기라는  깨달았다.

(아직까지는) 가장 좋아하는 니체의 구절이 이다.


존재하는 것으로부터 가장 위대한 결실과 가장 위대한 기쁨을 수확하는 비결은. 위태롭게 사는 것이다! 너의 도시들을 베수비오 산기슭에다 세우라!

-니체-


취준생 시절에는 몰랐다. 기쁨을 수확하기 위해 행하고 있었다는 걸. 난 그때 문제를 풀 때도, 자소서를 쓸 때도, 콘푸라이크를 말아먹을 때도 다리를 덜덜 떨었다.


요즘 입행 준비를 하며 나의 도시들이 베수비오 산기슭에 다시 걸린 기분이다. 괜한 시간을 보내는 건 아닐까 위태로운 기분. 가만 보면 난 내 삶을 가만두질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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