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30. 벌써 새해가 된다. 어물쩍 한 해가 지난 것 같은데. 작년 이맘때 나는 첫 탈락을 겪고 다시 펜을 잡았다. 반드시 이루겠다는 마음으로 한 해동안 하나씩. 하나씩 올라왔다. 힘들었지만 내 인생에 실로 값진 경험을 했다.
입사 후 두 달이 흘렀다. 시간이. 그리고 내가 어떻게 흐르는지 정말 모르겠다. 배움과 일이 있다는 것. 내가 원하던 것 아니었나?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
더 바랄 게 없었다. 수능을 막 끝낸 수험생처럼. 공부만 하던 시간들을 어디다 써야 할지 안절부절못했다.
내 모든 생활은 공부로 맞춰져 있었다. 공부 전 운동, 공부 후 점심. 공부를 위한 명상. 공부를 위한 기분전환. 공부를 위해 컨디션을 만들었다가, 썼다가, 조절했다.
입사를 하고 6개월은 푹 쉬었다. 이상하게 출퇴근을 하는데도 휴식처럼 느껴졌다. 오히려 자소서를 쓰던 백수 시절에 나는 생생히 살아있음을 느꼈던 것 같다.
그때 난 인간은 어떤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고통받을 때가 가장 흥미로운 시기라는 걸 깨달았다.
(아직까지는) 가장 좋아하는 니체의 구절이 이다.
존재하는 것으로부터 가장 위대한 결실과 가장 위대한 기쁨을 수확하는 비결은. 위태롭게 사는 것이다! 너의 도시들을 베수비오 산기슭에다 세우라!
-니체-
취준생 시절에는 몰랐다. 기쁨을 수확하기 위해 행하고 있었다는 걸. 난 그때 문제를 풀 때도, 자소서를 쓸 때도, 콘푸라이크를 말아먹을 때도 다리를 덜덜 떨었다.
요즘 입행 준비를 하며 나의 도시들이 베수비오 산기슭에 다시 걸린 기분이다. 괜한 시간을 보내는 건 아닐까 위태로운 기분. 가만 보면 난 내 삶을 가만두질 않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