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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가모모씨 Sep 17. 2021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들 | 겪은 글

某某씨 씀

일을 하다보면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이 있다. 어떤 날은 말도 안되는 일로 화를 내다가 또 어떤 날은 너무나 친절하다. 심지어 어떤 이는 그렇게 하는 게 실력이 있는 것이라 착각하기도 한다.


가운데에서 조율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런 사람이 제일 난감하다. 차라리 항상 성격이 예민하면 조심할테고 또 화낼 일에 화를 내는 사람이라면 실수한 뒤에 각오라도 할텐데, 정작 내가 화낼 일에 상대가 화를 내거나 화를 낼 일도 아닌데 화를 내면 벙찌게 된다.


나도 사람인지라 이런 상대를 만나면 화가 쌓이기 마련이다. 태도는 엄청난 걸 만들어 낼 것처럼 하면서 정작 받는 업무의 완성도가 떨어지면 황당하기도 하다. 나한테 무례를 얘기하지만 정작 본인이 나에게는 얼마나 무례한지 깨닫지 못한다. 그들의 태도와 말은 매우 폭력적이지만 그들은 내가 입는 내상따윈 아랑곳하지 않는다.


한 때는 나도 기분이 태도가 되기도 하고 스스로 감정 컨트롤이 어려워 힘든 적도 있지만, 연차가 쌓이면서 이게 오히려 일을 망치는 일이고 매우 미숙한 태도라는 걸 알고 나서는 최대한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나는 뭐 상대에게 할 말이 없어서 안 하겠는가. 사회생활을 통해 컴플레인이란 시기와 태도가 무엇보가 중요하다고 배웠고, 상대의 상황에 따라 무수히 많은 일들이 펼쳐지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들이 잊고 있는 건 내가 그들의 동료라는 것이고, 그들이 상처 입히는 것 역시 동료라는 것이다. 밖의 수많은 적들과 가장 최전선에서 맞서 싸우는 이에게 발톱을 드러내봐야 업무만 꼬이고 일의 진행만 더디게 할 뿐이다. 화도 컴플레인도 제 때, 현명하게 한다는 것은 나의 표현이 내 기분을 드러내는데 쓰이는 게 아니라 내 일을 어떻게하면 효율적으로 굴러가게 할 것인지 고민하는데 쓰여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연차가 어느 정도 쌓인 사람이 아직도 이런 컨트롤을 하지 못하면 이 사람은 지금까지 어떤 환경에서 일을 해 온건가 속으로는 반문이 생기지만 위, 아래로도 끼어있고 좌, 우로도 끼어 있는 중간 직급의 기획자는 다음을 위해 그냥 또 한숨 한 번 쉬고 넘어간다.


이럴 때면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았던 수많은 선배들을 떠올린다. 가끔은 냉정해 보이기도 했던 많은 선배들이 그런 경지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견뎌냈는가를 생각한다. 거절도 컴플레인도 스무스하게 해내는 그들을 생각하면 내가 그렇게까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오래 웃으면서 보기 위해서라면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보다는 기분은 기분으로 남겨 놓을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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