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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가모모씨 Sep 23. 2021

삼십 대, 여자, 솔로 | 겪은 글

某某씨 씀

20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은 “결혼은 언제 하니?” 였다. 그 말 안에는 결혼에 대한 나의

선택권은 없었다. 나에게 결혼이란 항상 선택의 범주에 있는 것이었지만, 사회는 그렇지 않았다. 누구도 나에게 결혼을 할 준비가 되었냐고 묻지 않았다. 초, 중, 고, 대를 졸업하고 취업을 한 다음에 사회에서 나에게 주는 과업은 결혼이었다. 점차 나는 모두에게  “남들보다 늦은 애”가 되어 있었고 식구들의 걱정이 되었다.


그렇다고 비혼주의냐면 그렇지는 않다. 그저 나에겐 결혼이 꼭 해야 하는 것이 아닌 것일 뿐이다. 나에겐 더 급한 일들이 있다. 아직 안정적이지 않은 내 생활습관이나 심리 상태, 다음의 커리어, 워크 이외의 라이프, 앞으로 삶의 지향점 같이 아직 내 삶에 정리되지 않은 많은 것들이 나를 끊임없이 자극한다.


30대가 들어서면서 드는 생각은 앞만 보고 달린 후 뒤를 돌아보니 정작 중요한 것은 놓치고 있었다는 것이다. 서른 중반이 다 되어감에도 생활을 망치는 습관들, 하루에도 몇 번씩 널뛰는 감정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그래서 나에게 당장 시급한 것은 이런 문제들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꽤 많은 부분을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한다는 의미이다. 나에게는 넓은 집이 필요하지 않고 좋은 아파트도 필요 없으며 좋은 학군도 필요하지 않다. 내 한 몸 책임질 돈과 적당한 넓이의 집이면 꽤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되었고, 재테크 대신 내 라이프를 정리하고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데 꽤 많은 돈을 쓰고 있다.


이런 삶에 딸려오는 가장 큰 숙제는 불안감이다. 이대로 살아도 정말 괜찮을까. 남들처럼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갖지 않아도, 혹은 더 높은 커리어나 수입, 부동산 매매 등에 관심을 쏟지 않아도 5년 뒤에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나 하는 질문에는 여전히 확답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거나 당장 부동산 걱정을 하는 친구들을 만난 후에는 어김없이 ‘내 걱정은 사실 철딱서니가 없는 고민들이 아닌가, 정말 5년 뒤에도 이 삶에 만족할 수 있는가’에 대한 불안감과 싸워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이런 불안감은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되겠지.


그렇다고 선뜻 남들과 같은 출발선으로 뛰어들기엔 아직 내 발목을 잡는 많은 문제들이 있다. 무엇보다 내 마음이 아직은 그 출발선에 서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런 내 자신의 목소리를 무시하기엔 그 후에 덮쳐오는 후회감을 나는 이미 많이 겪었다.


30대, 여자, 솔로. 이 세 가지의 키워드에게 맞서고 있는 건 어떻게 보면 사회의 시선도, 주변인도 아닌 그것들에 흔들리는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 불안감에 휩쓸리지 않고 꿋꿋이 나만의 고민을 계속 곱씹는 일. 지금의 나에게 가장 어려운 문제는 다름 아닌 스스로의 불안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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