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가모모씨 Nov 09. 2022

간이 약해도 술은 마셔요 | 겪은 글

某某씨 씀

20살에 처음 제대로 술을 세네번 마시고 나서

나는 술이란 음식을 소화하지 못한다는 걸 알았다

한잔만 마셔도 얼굴이 불그죽죽해지던 나는

그런데도 술이 좋았다


그러고서 1N년이 지나도

나는 여전히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술은 맛있고 즐겁다


소주나 맥주보다도 강도가 강한 술이

향도 좋고 뒤끝이 없다는 걸 안 뒤로는

혼술은 무조건 위스키나 빼갈류로 먹는다

적게 마신데도 술병을 열고 닫기에 부담에 없으니까


좋은 주인이 있는 술집에서 먹는 위스키는 기분이 좋다

오늘 어땠는지 도란도란 얘기하다가

좋은 술을 추천 받고

술을 마시다 보면 둘다 조금씩 말이 없어지고

그러다가 주인이 틀어주는 노래를 듣고

다시 또 주인분과 노래 얘길 하다가

어떤 때는 술 얘기를 하고

다시 또 말없이 술을 마시다

그러다가 각자 좋은 노래는 흥얼거리는 시간


그런 시간을 보내고 나면 아무리 힘들었던 날도

내일은 괜찮겠지 나도 모르겠다

하고 회복할 힘이 생긴다


예전에 선배가

술이 문제를 일으킨다고 하지만

그 술로 일으킨 문제보다 만들어진 아이가 더 많지 않겠니

라는 얘길 한적이 있다


마음을 다스리려고 안간힘을 쓰다가도

술 한잔이면 이렇게 해결이 되는 걸.

그렇게 생각하면 간이 약하더라도

가끔씩은 이게 약이겠거니 하고 먹게된다


몸이 따뜻한 만큼 마음도 풍족하다

오늘은 잠이 잘 오겠다



작가의 이전글 지쳤다는 건 집이 말해준다 | 겪은 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