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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미준 Sep 12. 2020

진짜 창의력은 무의식에서 발휘되는 게 아닐까

Runner's high


마라톤 주자가 극한의 상태에 도달했을 때 무아지경을 체험하는 것.


나에게 그런 순간이 언제 있었을까. 힘들고 어려운  순간을 넘기고 완전한 집중에 빠지고 난 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쾌감과 성취감, 알 수 없는 감정에 푹 젖어버렸던 때가 언제였을까. 음악할 때였나. 좋아하는 곡을 기타로 연주하려고 열심히 연습했을 때? 피아노를 연주했을 때? 그랬던 것 같다. 작곡을 할 때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동이 트는 줄도 모르고 음악 만들기에 빠져 있었다.


글이든 음악이든 뭔가를 창작할 때도 그랬다. 창작은 그런 건가 보다. 내가 나를 잊고 뭔가에 빠져 있을 때, 그 순간에 창조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때는 내가 무엇을 창조하고 있는지 인지하지도 못한다.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내 존재는 무엇인지조차 생각하지 못한다. 무의식의 영역이다. 그렇게 무의식의 영역으로 들어갔을 때 진짜 창조가 이루어진다. 그러니 뭔가를 물리적으로 계산하고 생각한다고 해서 반드시 창조가 일어나는 게 아니다. 진심을 다해서 빠져들었을 때 자아가 사라지고, 내가 만들고자 하는 세계 안에 완전히 몸을 담갔을때 창조는 시작된다. 그러니 나는 얼마나 갈 길이 멀었는가. 늘 생각하느라 따지느라 계산하느라 무의식이 억눌려 있다. 나의 창작 세계는 여전히 의식의 영역에 있다. 이게 제대로 된 창작일까.


무의식으로 들어가야 한다. 요즘 무의식 안에서 숨쉬는 횟수가 줄었다. 그래서 하루의 끝이 공허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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