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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라 Jun 30. 2020

멈출 수가 없어 N잡러가 되어 버렸다

내가 한 건 시작뿐인데 멈출 수 없어서 일이 커져버렸다


입이 벌어질 만큼 기깔나는 문서는 아니지만 바쁜 실무에서 메시지가 잘 전달되는 효율적인 문서를 지향했다. 노하우가 쌓이면서 상사에게 문서 업무 능력을 좋게 평가받거나, 동료들에게도 노하우를 알려 달라는 요청을 곧잘 듣기도 하는, 직장 생활 몇 안 되는 생존 Skill 중 하나.


좋아하는 동료와 친구들에게 그 소박한 노하우를 전하다 한 친구의 강요(?)에 못 이겨 2019년 10월 보고서 작성법으로 소규모 오프라인 강의를 시작했다. 일 때문에 아니라면 딱히 어딘가에 나서는 타입이 아니기 때문에 몇 달을 망설이고 미루다 시작한 일이었다.


그리고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조금씩 쌓이는 리뷰를 보고 이곳저곳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대규모 오프라인 강의부터 온라인 강의 제작 요청, 기업 강의 요청까지, 한 달이 멀다 하고 쉴 새 없이 새로운 시작이 이어졌다. 그렇게 4개월을 달려 정신을 차려보니 도서 출판 계약 도장을 찍고 있었다.



1. 소규모 오프라인 강의

10월, 강의를 시작한다고 해서 대단한 목표도 전략도 욕심도 없었다. 일요일 오전 2시간, 늘 버려지는 그 시간을 활용해보자는 생각과 소박한 용돈 벌고자 한 시작이었다. 최대 5명만 모아 주 1회.


평일 퇴근 시간을 활용하면 더 많은 수강생이 신청할 것은 알았지만 내 워라벨을 지키기로 했다. 이 모든 건 돈보다는 작은 자기만족에 가까웠으니까


나름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준비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참 부족한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송할 정도의 좋은 리뷰와 감사한 인사말들을 해주셨다. 좋은 리뷰의 이유는 "다른 책이나 강의와 내용이 너무 달라서, 진짜 실무용 노하우여서"였다.


강의를 하기 전은 물론 직장 생활 통틀어 문서 작성법에 대한 책과 강의를 본 적이 없었다. 그저 경험으로 부딪혀 깨달은 노하우를 정리했던 것이 좋은 리뷰로 연결된 것이다.

매주 일요일 오전에 들은 수강생의 피드백과 질문을 바탕으로 일요일 오후엔 강의 내용을 업데이트해나갔다. 그러면 그럴수록 더 좋은 리뷰가 남겨졌고 그러기를 한 달 반, 여기저기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2. 대규모 오프라인 강의

11월, 여러 교육 플랫폼에서 연락이 왔다. 얼떨떨했다. 연락이 온 플랫폼 중 가장 똑소리 나는 메일을 보내온 플랫폼을 선택해 다수를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해보기로 했다. 최대 5명으로 정원을 지켜오던 나의 소박한 강의가 20명, 40명, 60명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같은 시간을 강의하고 들어오는 수익의 규모가 달라졌다. 곧 소규모 강의를 중단했다. 온라인 강의 제작 요청까지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3. 온라인 강의

1월, 온라인 강의 역시 다수의 플랫폼사 오퍼가 있었다. 각각 뚜렷한 장단점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나의 정신 건강을 위해 가장 신뢰가 가는 담당자와 회사로 마음을 정했다. 온라인 강의를 한다는 것은 이제 정말 노동 없이도 자는 동안 수입이 들어온다는 의미였다. 소규모 강의를 시작한 지 3개월밖에 안되는 시간이였다.


온라인 강의를 준비하는 과정은 정말 대단히 힘들었다. 본업이 있기 때문에 매일 퇴근 후 새벽까지, 주말 내내, 2달간 잠을 줄여 강의 준비를 했다. 그리고는 오랜 준비 끝에 온라인 강의가 오픈했다.

혹자는 온라인 강의만 오픈하면 월 천 만원쯤은 우습게 번다고도 하지만 TOP 클래스의 이야기일 뿐 그 정도로 수입이 벌리진 않았다. 오히려 온라인 플랫폼에 강의 홍보 페이지가 계속 올라와 있다는 것이 또 다른 길로 연결해주었다.

출판 제의를 받은 것이다.   


4. 출판 계약

2월, 출판사로부터 첫 연락을 받았다. 온라인/오프라인 강의 플랫폼의 홍보 페이지를 보고 출판 의사가 있는지 문의를 해주었다. 언젠간 어떤 내용으로든 책을 한번 출판해보고 싶다던 꿈이 나에게 직접 찾아오는가 싶어 그 어떤 연락보다도 감격스러웠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며 미팅이 미루고 미루다 3월이 넘어가 조심스럽게 첫 미팅을 진행했다. 나는 강의의 주된 콘셉트와 내용을 전했고 편집자님은 출판 프로세스를 말해주었다. 그리고는 서로의 안전(?)을 위해 샘플 원고를 작성해본 뒤 바로, 출판 계약에 도장을 찍게 되었다.



내가 한 건 시작 하나 뿐이었다.

그 뒤로는 이끌어주는 대로 끌려가다 보니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주변에 N잡을 희망하고 있는 분들에게 늘 이 이야기들을 입이 마르도록 전한다. 일단! 어차피 완벽할 수가 없으니 정말 일단! 시작만 하면 된다고.

대단한 전략과 목표가 없어도 일단 시작하면 어떤 길로 흘러가게 될지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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