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원고료 3만원 vs 원고료 300만원, 차이 만들기

프리랜서 작가로 월 1천만 원 벌기, 첫 번째 이야기

by 남수돌

진짜가 아닐 수도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이런 릴스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디자인 몰라도 월 3백 벌 수 있는 디자인부업', '쿠팡 파트너스로 월 N백만 원 벌기', '자면서도 돈 버는 방법'.


혹해서 클릭하면 무료 강의가 있으니 오픈카톡방에 들어오라는 영상을 보여준다. 오픈카톡방에 들어가면, 며칠 뒤 온라인 무료 강의가 시작되는 데, 결론은 늘 같다. 자신이 만든 전자책이나 VOD 강의 또는 운영 프로그램을 사라는 것.


물론 그들이 진짜로 그런 부업들을 해서 돈을 번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끔 호감형 모델을 대신 세워놓고 '실제 경험담처럼 투자 성공 스토리를 써달라'는 대본 의뢰가 내게도 들어오는 걸 보면, 그중 가짜도 분명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ChatGPT Image 2025년 9월 27일 오후 04_33_23.png 출처: Chat GPT로 생성

프리랜서 작가는 정말로 어떻게 돈을 벌까?


예전에 "본업은 직장인이고, 부업으로 프리랜서 작가를 합니다."라고 소개하면 대부분 이렇게 물었다. "책 내신 거예요?" 아니면 "블로그 하세요?"라고 말이다.


"아뇨, 책도 안 냈고, 블로그도 안 합니다. 대신 남의 글을 써주고 돈을 벌어요." 하면 다들 신기해했다. 누가 어떤 글을 외주로 맡기는지 궁금해했는데, 생각보다 글쓰기 외주 시장은 정말 다양하고 넓다.


유튜브 대본부터 병원 홍보 영상 스크립트, 공기업 및 지자체 영상 대본, 보도자료, 광고 카피까지. 정말 다양한 의뢰가 하루에도 여러 개가 들어온다.


여담이지만 가끔 공무원 보고서, 대학생 리포트, 심지어 탄원서나 반성문 같은 의뢰도 들어온다. '이런 것까지 남에게 맡긴다고?' 싶지만, 그만큼 글쓰기 시장이 넓다는 뜻이기도 하다.

화면 캡처 2025-09-28 144031.png 출처: 숨고 글쓰기외주-리포트 작성 제안 요청


생각보다 간단하다, 이것만 안다면


이렇게 많은 글쓰기 외주 업무를 받을 수 있는 비결을 묻는다면,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다.

잘 팔리는 글을 써서 잘 팔면 됩니다

나도 처음엔 원고료가 3만 원이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첫 원고료 입금 문자를 받았다. 브런치 작가로서 외부 플랫폼에 쓴 칼럼 기고료였다. 원천징수 3.3%를 빼니 실제론 2만 9천 원. A4 3장, 작업 시간 4시간, 시급 7,500원. 최저시급보다 적었다.

그래도 기뻤다. 내 글에 누군가 돈을 지불했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 있었으니까.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칼럼 의뢰는 뜸했고, 가만히 앉아있으니 기회는 오지 않았다. 어쩌다 들어와도 무료 거나 3만 원도 안 되는 금액. 그 시간에 차라리 잠을 한 시간 더 자는 게 나아 보였다.


그때 발상을 전환했다.

'아무도 날 찾지 않는다면, 내가 일감을 찾아 나서자.'


EDWOZ0a3unLiLUNAz4BNk6l_IWRwsV8NAfHkyt3tTA3BvWQZDI3h1ZfVXnXMEWsiHA9RIxeA9b_xdno6x22dCkS49Lf5jN341kiIXq_9HFhmmZwtJ9GUHJdnPzymUGckSSKk51zZ-imRMJ9SgFI8SQ.png 출처: 나무위키 (가만히 있음 굶어 죽는다!)


글쓰기 외주 시장의 진짜 풍경


이후 시장 조사를 시작했다. 그 결과 재밌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칼럼보다 블로그 포스팅과 영상 대본 쓰기가 시장의 80%를 차지한다는 것이었다. 두 분야는 완전히 달랐다.


블로그 VS 영상 대본

블로그: 스크롤하며 읽기 → 문장의 완성도와 가독성이 핵심

영상 대본: 소리로 듣기 → 리듬과 호흡이 생명

블로그는 독자들이 스크롤하며 읽기 때문에 문장의 완성도가 중요했고, 가독성이 높아야 한다. 반면 영상 대본, 특히 유튜브 스크립트는 시청자가 소리로 듣기 때문에 리듬과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 책에 쓰인 딱딱한 문어체가 아니라, 말하듯 술술 들리는 구어체로 쓰는 것이 포인트였다.


더 흥미로운 건 가격 차이였다. 같은 3천 자 기준,

블로그: 3-5만 원

유튜브 대본: 15-30만 원


5배 차이. 왜일까?

영상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데 제대로 된 스크립트 작가는 부족했다. 블로그 글은 누구나 쓸 수 있을 것 같지만, 영상 대본은 막막하게 느껴진다. 실제로도 그렇다.


그래서 결정했다. 경쟁자는 적고 수익은 큰 영상 대본 시장으로 가자. 2020년에 한 그 선택이 영상 대본 작가에서 웹드라마 작가까지, 지금의 월평균 1천만 원의 수입을 만들었다.

333756_240796_327.jpg 출처: 카페사장의 5회 차 연애 전생기(메인 작가로 참여/각본: 남수연)


영상 대본 시장을 선택한 후, 내가 한 일들


어떤 시장에 나의 능력을 팔 것인지 정한 이후로, 할 일은 간단했다. 그 시장에서 나를 알리는 것. 하지만 '브런치 작가입니다. 글을 잘 써요.'라는 말은 이곳에서 통하지 않았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나를 찾지 않을 테니까. 실전이 필요했다.


Step 1. 남들이 찾아주기를 기다리지 말기

남들이 찾아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아래와 같이 크게 두 가지 일을 했다.


1) 크몽에 판을 깔았다.

2020년 8월, 크몽에 첫 서비스를 등록했다. 내세울 작업 이력이 없어 처음엔 반값에 시작했다. 조회수 100만 넘은 유튜브 영상 10개를 골라 내 스타일로 다시 쓰면서 영상 대본 쓰는 감을 익혔다.


첫 주문은 서비스 오픈 3일 만에 운 좋게 들어왔다. 13,000자에 15만 원을 지급하는 사연 채널 영상 대본 작업이었다. 솔직히 영상 대본치 고는 낮은 페이였지만, 초보자가 시작하기엔 완벽했다.


참고로, 사연 채널은 스토리텔링이 핵심이라 작가의 기본기를 다지기에도 좋고, 대행사 측에 검수자가 문장이나 문체를 손봐주기 때문에 부담감이 다소 낮다. 영상 대본 초보라면 사연 채널부터 시작하길 강력 추천한다. 부담 없이 실력을 쌓으면서 포트폴리오까지 만들 수 있다.

화면 캡처 2025-09-28 152607.png 출처: 크몽 내 서비스 화면 캡처

2) 필름메이커스, 기승전결 등 커뮤니티에 발을 담갔다.

크몽에서 6개월 정도 실력과 자신감을 쌓은 뒤 본격적으로 영역을 넓혔다.


필름메이커스, 기승전결 등 영상 제작자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발을 담갔다. "스크립트 작가 구합니다" 글엔 무조건 댓글.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는 항상 준비해 뒀다. 페이가 낮아도 괜찮았다.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작업이라면 일단 도전했다.

크몽과 커뮤니티의 중요한 차이는 수수료다.

크몽: 약 20% 수수료(서비스 이용료 + 결제망 이용료 + 부가세)

직접 계약: 수수료 0%

10만 원 프로젝트면 2만 원 차이. 100만 원이면 20만 원이다. 작지 않은 금액이다.

따라서 크몽은 신규 고객 유입 창구로만 활용하고, 커뮤니티에서 유입된 기존 클라이언트는 직접 계약으로 관리했다.

화면 캡처 2025-09-28 152721.png 출처: 필름메이커스 커뮤니티


Step 2. 작가이지만 동시에 콘텐츠 파트너라 생각하기

글만 잘 쓴다고 일이 계속 들어오지 않는다. 특히 영상 대본은 '협업'이 생명이다.


1) 친절함은 기본, 속도는 무기

가끔 작가들이 착각하는 게 있다. 본인은 글만 잘 쓰면 된다는 마인드.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글쓰기로 돈을 벌려면 일단 클라이언트에게 친절해야 한다. 나는 나 자신을 작가가 아닌 영업 담당자로 생각하기로 했다.


한 번은 클라이언트가 밤 11시에 연락했다. "내일 오전까지 가능할까요?"

다른 일정이 있었지만 "네, 가능합니다"라고 답했다. 밤을 새워 새벽 5시에 초고를 보냈다. 한숨 자고 출근했다. 피곤했지만 그 클라이언트는 4년째 매달 작업을 의뢰한다. 그날 밤샘의 가치는 월 200만 원이 됐다.


2) 소통 역량이 때론 글쓰기 실력보다 중요하다

계약을 체결하면 영상 PD들과 일하게 된다. 한 번에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들은 정말 바쁘다. 그래서 가끔 수정 요청이 애매하거나 누락된 부분이 있다.


"여기 수정해 주세요"라는 피드백을 받으면, 나는 전체 대본을 다시 훑는다. 혹시 PD가 놓쳤을 부분은 없는지 체크한다. 그리고 역제안한다.


"말씀하신 부분 수정했고요, 추가로 이 부분도 같이 수정하면 더 자연스러울 것 같은데 어떠세요?"

물론 이렇게 하면 내 작업 시간이 늘어난다. PD가 놓친 부분까지 찾아서 수정하면 시간은 2배가 된다. 당장은 손해처럼 보인다.


하지만 길게 보면 이보다 좋은 전략은 없다. PD들에게 '꼼꼼한 작가', '믿고 맡길 수 있는 작가'라는 인상을 심어주니까.


실제로 한 PD는 이렇게 말했다. "다른 작가들은 시킨 것만 하는데, 작가님은 함께 고민해 주시는 느낌이에요. 앞으로 모든 프로젝트 작가님께 맡기고 싶어요."


이렇게 노력한 결과, 지금도 PD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다.

"작가님은 소통이 정말 잘 되시는 것 같아요!" 이 한 마디가 단가 인상으로, 장기 계약으로, 추천으로 이어진다.

화면 캡처 2025-09-28 152902.png 출처: PD님과의 대화 캡처

Step 3. 당신에게 일을 주는 사람을 God으로 생각하자

이 말이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굴복이 아니다. 전략적 마인드셋이다.


1) 클라이언트 성공=내성공

한 대행사와 일했을 때의 일이다. 병원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데 구독자가 늘지 않아 고민이었다. 솔직히 외주 작업비가 낮아 수지가 안 맞았다. 편당 10만 원. 주 2회 업로드해도 월 80만 원이었다.


그런데 생각을 바꿨다. '이 채널을 함께 키워보자.' 단순히 대본만 쓰지 않았다. 썸네일 카피도 만들어드리고, 제목도 같이 고민했다. 경쟁 병원 채널도 함께 분석하며, 영상에 대한 방향이나 컨셉을 무료로 먼저 제안했다.


"이런 콘텐츠가 조회수가 잘 나오는데, 우리도 시도해 보면 어떨까요?" "썸네일에 이런 문구를 넣으면 클릭률이 올라갈 것 같아요." 6개월 후, 구독자가 1만에서 4만으로 늘었다.


대행사 대표가 연락했다. "작가님 덕분이에요. 작업비 편당 20만 원으로 올려드릴게요. 그리고 다른 병원 채널도 맡기고 싶은데 가능하세요?"


2) 그들의 걱정을 내 걱정처럼

클라이언트는 단순히 글을 사는 게 아니다. 문제 해결을 사는 거다. "조회수가 안 나와요"라고 하면 대본과 함께 제목 3개, 썸네일 카피 5개를 제안한다. "댓글이 없어요"라고 하면 시청자 참여를 유도하는 구체적인 미션을 대본에 넣는다.


이렇게 그들의 문제를 내 문제처럼 고민하자 변화가 생겼다. 클라이언트들이 "작가님은 우리 팀 같아요"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단가 협상을 하지 않아도 먼저 올려줬고, 새 프로젝트가 생기면 가장 먼저 연락이 왔다. 그들의 성장이 곧 내 성장이 되는 선순환이 만들어졌다.


마무리하며: 월 1천, 그 이후


이렇게 노력한 덕분에 지금은 프로젝트 1개당 원고료로 300만 원을 받기도 한다. 현재 나의 업무는 이렇게 이뤄진다.

플랫폼: 유튜브, OTT, 기업 채널

클라이언트: 공기업, 기업, 방송사, 에이전시

단가 기준: 프로젝트 임팩트

작업 방식: 팀 협업

포지셔닝: 글 쓰는 사람이자 콘텐츠 전략가


올해 프리랜서 작가로서 월평균 1천만 원의 수입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돈이 전부는 아니다.

몇 년 전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누가 봐도 고성과자였는데 기본 성과를 받았다. 승진을 앞둔 선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피드백이 전부였다. 그때 결심했다. 내 실력만으로 평가받고 싶다고. 그 욕구가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이제 다음 목표는 돈이 아니다. 내 경험을 책으로 내거나, 신춘문예 등단, 또는 드라마 공모전 수상. 이 중 하나는 꼭 이루고 싶다. 수익을 좀 줄이더라도 내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 한다.

fab-lentz-mRMQwK513hY-unsplash.jpg 출처: 사진: Unsplash의 Fab Lentz

앞으로도 글쓰기로 돈 버는 현실적인 방법들을 계속 공유할 예정이니,

관심 있다면 브런치 계정 구독을 부탁드립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챗GPT야, 온라인 부업을 알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