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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지 Nov 04. 2024

성형을 앞두고

내가 놓치고 있는 건 뭘까


 곧 성형을 앞두고 있다. 휘어있는 콧대를 바로잡고, 살짝 높이는 수술이다. 일년 전에 한 눈 수술에 이어 두번째다. 두번째기에 회복 과정이 어떨지 어느 정도 예상은 간다. 일주일 정도는 못 씻고, 어색하기 그지없는 얼굴과 익숙해져야 하고… 그 후에도 한동안 수술의 부담이 몸에 남아있다. 그 정도만 넘기면 다 괜찮아진다. 물론 눈 수술보다는 조금 더 힘들겠지만.


 콧대가 휘긴 했지만 사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 순전히 미용 목적인 수술이다. 기분이 이상하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외모를 의식하지 않고도 잘 살았는데. 심지어 연애도 잘 했었다. 그 때 만난 남자친구는 나를 참 많이 좋아해줬었다. (남자가 외모를 안 보면 ‘찐 사랑‘이라는데, 정말 그랬다. 둘 다 첫 연애여서 그런진 몰라도 참 순애보 같았다.) 지금은 나도 모르게 SNS의 예쁜 여자들과 나를 비교하게 된다. 차이면 그 원인을 외모에서 찾는다. 내 ‘급’을 높이는 방법은, 성형으로 외적 결함을 바로 잡는 거라 생각했다.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다. 근데 그렇게 되더라. 어쩔 수 없이 여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외모’와 여성성인 것 같았다. 내가 남자였다면 일과 성과에 매달렸을 것이다. )


 몸보다 마음이 힘들었던 첫 성형 수술은 결과적으로 대만족이었다. 난 더 이상 내 성형 전 사진을 보고 싶지 않다. 모르는 사람을 보는 것 같다. 저게 나였다고 생각하면 ‘쟤는 어떻게 저 얼굴로 살았지’ 싶다. 나를 보는 남들의 시선도 약간은 달라졌다. 예전이면 날 거들떠 보지 않았을 것 같은 사람한테 대시도 받고 연애도 했다. (끝은 별로였다.) 여러번 생각해도 참 잘한 선택이었다.


 남들의 시선에 나를 맞추는 것, 곱씹어보다가 why not?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형해서 예뻐질 수 있으면, 안할 이유가 없지 않나? 분명 내 콤플렉스였던 흰 코를 바로 잡으면 전보다 더 예뻐질 거고, 자신감도 생길 것이다. 그런데 왜 마음이 이렇게 무겁고 가라앉는지 모르겠다. 내가 놓치고 있는 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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