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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라이프 Mar 18. 2021

[카카오Ep5] 안녕, 카카오.

만 3년 카카오 커리어의 마침표

- 제 커리어의 주요 순간을 담아 정성껏 쓰려합니다. (쿠팡, 카카오, 블랭크, 스타트업 창업 등)

- 제 글로써 여러분들이 즐겁거나 뭔가 얻어가시는 게 있다면 대환영입니다.

- 현재 진행형인 제 스타트업 이야기도 글을 통해 차근차근 전달해 드리려고 합니다.


딱 2년 만이요

팀장님께서 소개해 준 홍수님(가명)과 만난 바로 다음날.

팀장님과 나와 있는 어느 회의실.


적막이 흐른다.

어색한 분위기를 깨트리는 어색한 웃음이 서로 나왔다.


팀장님께서 먼저 물어보셨다.


(팀: 팀장님, 두: 두연)

팀: 두연아, 어떻게 됐니?

두: 네, 어제 홍수님과 잘 만났고 이야기 나눴습니다. 팀장님께서 이렇게 생각해주시고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팀: 하하(어색), 그래 감사하면 카카오에 더 있지 그러냐?

두: 하하(어색), 글쎄요... 홍수님과 이야기 나누고도 더 생각을 혼자 많이 해봤는데요, 이미 제 마음은 바뀌지 않을 것 같습니다.


팀: 그래... 하... 어떡하냐. 너 나가면 참...

두: 팀장님, 제가 카카오에서 2년째 되던 해 큰 성과를 거뒀잖아요?

팀: 어어 그래. 그래서?

두: 제가 스타트업으로 가서도 꼭 2년 안에 승부를 보고 성과를 내보겠습니다.

팀장님께서 나중에 '저 두연이라는 친구가 우리 팀에도 있었지. 참 잘하던 친구였어'라고 말하실 수 있게끔 해드리겠습니다.


팀: 두연아, 여기서 2년 더 하고 그 안에 한번 더 승부 보면 되지 않겠니?

두: 하하(어색), 팀장님 2년만 기다려 주세요. 꼭이요.

팀: 그래... 알았다. 2년이 아니더라도, 힘들면 언제든지 이야기해라.

너만큼은 어떻게든 다시 올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 놓으마.

두: 팀장님...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울컥했다.

꼭 제대로 해서 보여드리고 싶다는 단단한 다짐이 생겼다.

이제 2년이라는 타이머가 시작되었다.


내 판단으로는 초기 투자받은 거로 어떻게든 버티면

2년이라는 시간 안에 승부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정확한 수치 이런 것보다는 일종의 나만의 '감'에 의존했다.


안녕히 계세요

2017년 4월.

나에겐 카카오에서 만 3년이 되는 달이기도 하고,

입사 후 3년이 지나면 나오는 1달짜리 안식년 휴가도 받을 수 있는 달이었다.

안식년 때 소정의 휴가비도 나온다.


보통 충분히 쉬고 옮기는 게 일상적이다.

하지만 나는 하루빨리 합류해서 일에 대한 감을 찾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좀 쉬고 갈 걸'하는 생각도 좀 있다.


그 당시에는 4월 안에 빠르게 모든 일을 인계해주고

5월부터 안식년 휴가를 쓰고 퇴사를 하려고 했다.

안식년 휴가 때 합류하기로 한 스타트업에서 일을 보고 싶었다.


나의 계획이 세워진 다음,

카카오에서 알고 지냈던 분들께 한 분 한 분 찾아뵈었다.

이런저런 사유로 도전을 해보고 싶어서 결정하게 되었다고

담백하게 말씀드리고 퇴사일에 대해서는 대략적으로 말씀드렸다.


"아니 좀 쉬고 가지 왜 그렇게 빨리 나가려고 해?"

"가기 전에 술 한잔도 못하겠네. 쩝. 아쉽다 참."

대부분 이런 반응이었고 모두 놀랐다.

내가 정말 나갈 줄은 꿈에도 몰랐나 보다.

이때를 생각하면 조금 여유 있게 나가도 되지 않았었다 싶다.


한편으로는 스타트업을 잘 모르고 가는 거 아니냐라는 반응과

90%는 망하는 데 왜 가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때마다

'이분들은 스타트업을 해보시기라도 했나?

아직 펼쳐지지 않은 내 미래를 왜 단정 지으려 하지?

진짜 제대로 해서 보여줘야겠다'

라는 다짐을 했다.

이때를 생각하면 빨리 나간 게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항상 내가 넷임팩트코리아라는 비영리기구 활동을 할 때나,

어떤 사업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을 때나,

늘 응원을 해준 친구들에게도 따로 찾아가 퇴사한다고 말을 했다.

그 친구들은 예상이나 하고 있었던 듯, 축하한다고 반겨줬다.


'굿 윌 헌팅' 영화의 마지막 즈음 주인공의 친구들이 주인공을 데리러 왔을 때

친구 한 명이 주인공 집 앞에서 문을 두드리는 씬과 약간 오버랩되었다.

(※'굿 윌 헌팅'안보신분도 있을 수 있어서 스포는 안 하겠습니다. 영화 추천합니다.)


그 친구들에게는 내가 간혹 굉장히 고민이 쌓였을 때

생각들을 털어놨었는 데

좋은 피드백들을 많이 줬었다.

지금도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여전히 연락하고 지내고 있다.

늘 응원해 준 두 친구들

Daum에 입사 때 동기 분들께도 한 분 한 분 찾아뵙고 인사를 따로 드렸다.

같이 그룹 활동 과제를 했던 것,

같이 제주도 Daum 본사에 가서 그룹 활동을 한 것들 등등

모든 것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입사 초기 동기들과 한 그룹 활동. 동기 중엔 나중에 '라이언'을 만든 분도 있다.

그간 이리저리 많이 일을 벌이고 다녀서 그런지

은근히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마지막은 우리 팀 사람들하고 이야기를 차근차근 나눴다.

한 분 한 분 정말 매일 즐겁게 팀 생활을 했던 터라

이야기할 때마다 그때 생각도 나면서 가끔 울컥했다.


경기도 펜션에서 워크숍을 할 때 저녁에 별 쏟아진다고

잔디밭에 나가서 술 한잔과 함께 즐겁게

시간을 보냈던 일이라던가,


루프탑 회식한다고 이태원 가서 루프탑만 찾아다니면서

시간을 보냈던 일이라던가,


에이전시 분들과 연말에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면서

파트너십을 키우자고 비 오는데도 불구하고 이리저리 다니면서 준비했던 일이라던가,


연말에 우리 팀의 성과가 예상보다  나와서 모두 다 같이

잘했고 행복했노라고 축하하면서 저녁에 축하자리를 가졌던 일이라든가.


정말 어려운 상황 속에서 같이 극복하고 의미 있는 일들을 해서 그런지

아직도 그 순간들이 어제 일처럼 그려진다.

Team이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진정으로 느꼈던 때였다.

함께한 시간이 짧았을지언정 배움은 컸다.


가족들에게도 이 사항을 말씀드려야겠다 싶어서,

어머니, 아버지, 형 등 각각 전화를 드렸었다.


'응, 두연아 네가 다 생각하고 한 거니까 믿는다'

'잘하든 못하든 경험해보는 게 좋은 거야'

'대신에 망하면 안 된다'

이제 나에 대한 우려보다는 뭔가 생각이 있어서 그러겠거니 하셨다.


쿠팡에 들어갔을 때도 그랬고,

네이버가 아닌 Daum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도 그랬다.

가족들은 늘 그 순간에 이 아이가 왜 사람들이 잘 모르는 길이거나

더 안전한 길로 가려하지 않는지 걱정이 되었을 수 있다.


다만 이번에는 한번 해봐라라는 느낌이었다.

안녕, 카카오

카카오에서 마지막 날.

나는 늘 그렇듯 한남동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판교의 카카오에 도착했다.


버스를 기다리고, 이동하던 때.

내 자리로 이동하는 모든 순간이 카카오에서 마지막이라고 생각돼서 그런지

느낌이 좀 달랐다.


내가 갖고 있는 컴퓨터며 사무기기들을 하나둘씩 반납하기 위해 챙기기 시작했을 때 즈음,

다른 부서의 들께서 한 분 한 분 찾아왔다.


'수고했어요, 에듀'

'나중에 또 봐요, 에듀'

.

.

감사하게도 자리에 직접 오셔서 말씀을 먼저 주시니 참 기분이 묘했다.


회사 건물 옥상에 가서 을 한번 보면서 이제 마지막이구나 라고 생각했고

그날따라 파란 하늘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카카오 옥상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마지막 날에 다른 일이 있어서 오후 반차를 낸 터라

오후 3시 즈음 주섬주섬 정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마지막으로 잘 가라고 말씀을 주셨다.


판교 카카오 건물을 나와 버스 타는 곳으로 향했다.

그날따라 해가 멋들어지게 빛을 내고 있었다.

 

뒤는 돌아보지 않고 가고 싶었는데,

자꾸만 뒤를 바라보며 카카오 회사 건물을 봤다.

뭔가 시원섭섭했나 보다.


버스를 타기 전 마지막으로 회사 건물이 있는 방향을 한번 쳐다봤다.

그리고 버스를 탔다.


'안녕, 카카오. 즐거웠다'

그렇게 나의 카카오 커리어가 마무리되고

새로운 커리어의 시작을 앞두게 되었다.


카카오 시즌 끝!

다음 시즌은 '셔틀타요, 차량 공유 스타트업 편'입니다!



좋아요 눌렀냐옹 (이미지 협찬: 이영남 & 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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