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뚜라이프 Mar 23. 2021

[셔틀타요Ep.2] 망할 때까지 망한 게 아니다

혹독한 날을 맞이하다

- 제 커리어의 주요 순간을 담아 정성껏 쓰려합니다. (쿠팡, 카카오, 블랭크, 스타트업 창업 등)

- 제 글로써 여러분들이 즐겁거나 뭔가 얻어가시는 게 있다면 대환영입니다.

- 현재 진행형인 제 스타트업 이야기도 글을 통해 차근차근 전달해 드리려고 합니다.


과속

그간 엄청난 속도로 지역 확장을 해왔고 그만큼 비용 지출의 액수도 커져갔다.

그때마다 나는 회사 내부에 이 확장 속도라면 7월에 투자를 받긴 했지만,

IR을 준비해서 이번 연도가 가기 전에 추가 투자를 받아야 할 수 있다고 했다.


2017년 9월 말,

전체 비용 지출 사항과, 각 지역별 매출을 확인했다.

인건비 및 사무실 등 기타 비용의 증가는 당연했고 매출의 상황이 중요했다.


현재 회사와 계약을 맺고 운행이 되는 어린이 통학차량의

학원들 간 공유 횟수, 이용 학생 수 등을 확인했다.

매출이 어느 수준으로 올라오기에는 아직이었다.


향후 매출 성장을 위한 사전 투자가 진행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몇 개월 안에 매출이 올라오지 않으면

정말 회사에 빨간불이 들어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숫자를 보는 내내 걱정이 앞섰다.

확장 속도를 너무 빠르게 가져간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부 회의를 통해 비용과 매출 부분에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이대로 가면 내년 상반기 내 굉장히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중론은 성장을 위한 사전 투자는 불가피한 것이니 IR을 다시 준비하기보다는

현재 상황에서 성장 전략에 대해 더 고민해보자는 것이었고, 그렇게 이야기가 마무리되었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기사가 떴다.

"최저임금 2018년 16.4% 인상"

이 소식을 듣고 바로 내년이 걱정이 되었다.


16.4%가 어떤 의미냐면 단기 시간제 근로자에게 매월 지급해야 하는 비용이

1억이라고 하면 당장 내년 1월부터는 약 1650만 원이 추가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세림이 법을 준수하고자 회사에서 운영하는 어린이 통학차량에는 동승자를 단기 시간제로 채용해야 했다.

바로 이 부분에 타격이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현실적인 방법은 추가 투자를 받는 거 외엔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불안은 가중되었고,

점점 고민에 휩싸였다.

늦은 저녁 집에서 마시는 캔맥주가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C (Chief)

CEO, CSO, CMO 등등의 직함에 붙는 C는 Chief(책임)을 뜻한다.

그 영역에 있어서 최고 책임을 지는 자리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스타트업에 합류하면서

앞에 C가 붙은 명함을 처음으로 받게 되면 주변 가까운 분들에게 인사겸 명함을 주는데,  

지인들이 '오~잘 나가는데?'라고 하기 쉽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아니라고 하면서도 그런 명함을 건네는 당사자는 살짝 우쭐될 수도 있다.


딱 거기까지다.


직함에 C가 붙게 되면 어떤 영역에서의 최고책임자가 되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다.

결과가 뭐가 되었든 일이 벌어지면 책임을 져야 한다.

매번 피할 수도 없고, 어떻게든 맞서 싸워야 한다.

그리고 할 수 없으면 내려와야 한다.

내려오는 것조차 쉽지는 않다.


드라마처럼 모든 일이 멋있게 그리고 깔끔하게 처리되고 끝나는 건 거의 드물다.

일은 계속 생기기 마련이고, 그만큼 시간과 노력의 투자는 늘어간다.

스타트업 C레벨들은 지분이 있고, 급여도 많이 받지 않느냐라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지분은 있겠지만 상장을 하거나 매각이 되거나 등 Exit 하지 못하면 그냥 휴지조각에 불과하다.

아울러 급여는 스타트업이 어느 정도의 성장단계에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는데,

보통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직원 급여가 우선이고 그다음이 C레벨이다.

상황에 따라 급여를 못 받을 수도 있다.


2017년 10월 말,

대표님에게 전화가 급하게 걸려온다.


"두연 님, 저희 현재 수준으로 가게 되면 급여 지급이 어려워지는 때가 언제로 예상되지요!?"

"내년 임금인상 등을 고려하면 지금 예상으로는 음... 내년 1월 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추가 투자를 받아야 합니다."

"하..."


11월 초,

10월 말에 약 220억을 투자받았다던 풀러스라는 카풀 스타트업이 서울시에 고발당했다는

기사가 떴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정치인 경제인 할 것 없이 공유경제 활성화를 외쳤으나,

규제는 더 강화되는 모습이었다.

그러다 보니 투자회사 입장에서는 공유경제 섹터에 투자를 머뭇거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


거기다가 우리가 확장한 지역에 기존에 자리를 잡고 있었던 학원 지입차량들과 갈등이 생기기도 했다.


악재의 연속이었다.


이때부터 직원들은 약간씩 동요하기 시작했고,

우리 회사와 계약을 맺었었던 기사 및 동승자 분들도 연락해서 어떻게 되어가는지 연락을 하기도 했다.

학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점점 회사에 관한 궁금증으로 문의하는 문자 및 전화통화는 늘어갔다.


2017년 겨울은 유난히 더 추웠다

2017년 12월이 도래했다.

연일 한파의 연속이라고 뉴스가 나왔다.


회사의 창문과 벽이 추위를 이겨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여름 장마철에도 물이 새는 바람에 전기가 끊기는 적도 있었던 사무실이었다.

예상보다 싸게 나온 물건은 역시 한번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난방기를 틀어도 사무실 안의 한기는 떠나질 않았고

직원들이나 나나 손에 입김을 불어넣으며 노트북 타자를 쳤다.

개발자들은 장갑을 끼고 코딩을 이어갔다.

거기다가 투자를 유치하고자 몇몇 벤처캐피털 담당자를 만나고 온 대표님에게서도 썩 좋은 소식은 없었다.

연말에는 벤처캐피털 담당자들이 새로운 투자보다는

내년을 준비하기 위해 정리를 하는데 시간을 많이 쏟기 때문이다.


12월 중순, 이사진들이 다 모여 회의를 했다.

주제는 내년 1월 말 '회사가 문을 닫는다면'을 가정하여 어떻게 움직일지 논의를 했다.

처분할 수 있는 자산은 어떤 게 있으며,

어떤 과정으로 폐업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등등 다양한 논의가 이어져 갔다.

참... 복잡한 감정이 느껴졌다.


그 이후 그래도 끝까지 해봐야 한다라는 생각에 흔들리는 직원들을 설득했다.

직원들은 추운 겨울에 밖에서 공유 버스 차량을 관리하는 데 유난히 고생이 많았다.


어떤 밝은 소식이 있으면서 연말을 맞이하면 좋겠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그렇게 2018년 1월이 다가오고 있었다.


정말 그 해 겨울은 유난히도 춥게 느껴졌다.


망할 때까지 망한 게 아니다

2018년 1월.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단기 시간제 계약직으로 일하시는 동승자 몇 분께서

연락이 온다.


"최저임금 인상되는 거 이번 달부터 적용되는 거죠?"


새해를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질문을 듣는 것으로 시작했다.


대표님께서는 여전히 벤처캐피털 담당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러 다니기에 바빴다.

IR을 돌고 투자받기까지 보통 6개월은 생각해야 하고 아무리 빨라도 3개월이다.

현실적으로는 작년 예상한 대로 1월 말이면 생각하기도 싫은 날을 맞이해야 할 수도 있었다.


1월 중순 굿뉴스와 베드 뉴스가 한 번에 내부 이사진들에게 공유가 되었다.

굿뉴스는 한 벤처캐피털 회사와 투자 관련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는 것,

다만 배드 뉴스는 투자가 이뤄지려면 현장실사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3개월은 기본으로 요하다는 것이었다.

그 말은, 3개월을 못 버텨 낼 거면 회사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것이다.


굿뉴스가 반갑긴 했지만, 3개월을 버텨낼 수 있는 방안이 도저히 안보였다.

1월 급여지급도 힘든 상황이었다.


회사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했다.

1월 23일 화요일.

회사 내부 자산 등 모든 현금화 할 수 있는 방안,

내부 커뮤니케이션용 메시지 등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연결된 벤처캐피털과의 논의는 계속 이어갔다.


다음날이면 먼저 전 직원들에게 이메일 및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회사의 상황을 알려야 한다.


너무 큰 상황을 겪고 있으니 무언가 허탈했다.

어떻게 하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등 이런저런 생각들도 많이 들었다.


가까운 지인 2명에게 연락해서 저녁에 술 한잔 하자고 했다.

술을 마셔도 회사 생각에 취하지도 않았다.


저녁 11시 즈음 지인들과 헤어지고,

집까지 걸으면서 내일 어떻게 할지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다.

그날따라 너무 추웠고 눈도 많이 왔었다.

한남대교를 건널 때쯤 한강을 바라다보았다.

한강이 얼어 있었다.

한동안 멀뚱멀뚱 한강을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뭔가 더 해볼 수 있었지 않을까,

이대로 멈춰야 하는 건가,

내일은 어떻게 맞이해야 하지 등

생각들이 복잡했나 보다.


집에 들어와 잠을 청하려고 하는데,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뜬눈으로 밤을 샌지 몇 시간이 지났을까.


새벽 5시 즈음 전화가 한통 걸려온다.

세일즈의 규상님이었다.


"두연아! 대표님이 급하게 돈을 마련했데!"

나는 꿈을 꾸고 있나 싶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내가 들은 게 맞는지 물어봤는데,

대표님 지인분께 돈을 급히 구했다고 한다.


하...


'정말 망할 때까지 망한 게 아니구나'

3편에서 계속됩니다...

좋아요 눌렀냐옹 (이미지 협찬: 이영남 & 필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