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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라이프 Mar 29. 2021

[셔틀타요Ep.3] 엔드게임

단 한 번의 기회를 위해 올인

- 제 커리어의 주요 순간을 담아 정성껏 쓰려합니다. (쿠팡, 카카오, 블랭크, 스타트업 창업 등)

- 제 글로써 여러분들이 즐겁거나 뭔가 얻어가시는 게 있다면 대환영입니다.

- 현재 진행형인 제 스타트업 이야기도 글을 통해 차근차근 전달해 드리려고 합니다.


100일 카운트다운

2018년 1월 24일.

직원, 기사, 동승자 등에게 급여가 나가기 하루 전이다.


원래대로 였으면 출근해서 바로 회사의 어려움에 대해 전체에게 메시지를

우선 보내고 순차적으로 어떻게 처리해 나갈 것이라는

별도의 설명을 붙이려 했다.

이런 회사의 불안함 등이 어떻게 퍼졌었는지,

어제 나에게 수십 건의 메시지들과 부재중 통화가 왔었다.

어떻게 풀어갈지 나름의 계획은 세웠어도 마음이 굉장히 무거웠었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했다.

새벽에 세일즈 본부장님인 규상님이 급하게 나에게 전화해서 대표님이 어떻게 돈을 마련했다고 했으니 말이다.

나는 출근하자마자 어떻게 된 건지 정확히 상황을 확인하고자 했다.


우리 회사 상황을 그간 간접적으로나마 인지하고 있었던 대표님의 가까운 지인이 있었다.

그분께서 자금현황 관련하여 듣고는 바로 후속투자받는 데

얼마 정도의 준비 시간이 필요한지 물었고,

바로 급한 불부터 끌 수 있도록 운영자금을

지원해 주겠다고 한다.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

몇억 원 단위였다.

정말로 오후가 되니 그 금액이 회사 통장에 들어왔다.

하나의 희망이 빛이 보였다.


후속투자받는 데 준비 시간이라고 하면,

보통 6개월 걸린다.

정말 빨라도 3개월, 100일이다.

그렇게 빠르게 받은 케이스가 우리나라에 거의 없다.

하지만 도전해야만 했다.

우리는 생존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사진들은 모여서 당장 내일 그리고 2월, 3월까지 나가야 하는 비용들에 대해 구체적 다시 논의했다.

투자를 받기 전까지 최대한 버틸 수 있는 체력을 확보해야 했기 때문이다.

모아진 의견은, 이사진들은 물론이고 팀장급 이상의 직원들에게 협조를 구해 급여지급받는 것을 최대한 투자받는 시점까지 늦추자라는 것이다.


직원들과 결정된 모든 사항을 공유했다.

공유 과정 중에 아쉬워하는 분, 다시 일어서 보자라고 하시는 분 다양했다.

다행히 대부분 같이 해보자라는 의견으로 모아졌다.

급작스런 직원 이탈은 다행히 없었다.

마지막 기회가 생긴 거다.


그렇게 1월 중순부터 논의를 이어가던 벤처캐피털과

함께 후속투자 관련하여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100일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카카오에서의 연락

2월 들어서자마자,

카카오 광고파트의 같은 팀에서 일했던 팀장님께 전화가 한통 걸려온다.


(팀: 팀장님, 두: 두연)

팀: 두연~! 잘 지내? 스타트업 어떠냐!?

두: 아... 네 안녕하세요, 뭐 이래저래 항상 어려움 연속이죠. 요즘은 투자 유치하려 하고 있습니다.

팀:... 두연아. 카카오 다시 들어오는 게 어떠니?

두: 네!? 무슨 일로요?

팀: 우리 쪽에서 인원을 뽑고 있는데, 네가 생각나서 그래. 그냥 들어와.

두: 아...

팀: 일단 너 언제 시간 되니? 모레 판교에서 점심하자. 그때 와라 알았지?

두: 아... 네...


내가 퇴사하고 나서도 내 안부를 여쭤봐 주시면서 어떻게든 챙겨주시려던 팀장님이셨다.

이번에도 이렇게 말씀 주시는 데 안 만나 뵐 수가 없었다.


약속한 미팅 날짜와 시간에 맞춰 장소로 갔다.

팀장님만 계신 게 아니라 파트장님도 계셨다.


'아... 이거 정말 진지한 자리구나'


팀장님과 파트장님은 되도록 카카오에 다시 들어오라는 것이었다.

정말 고마운 제안이었다.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주시는 분들이 있을까도 싶었다.

다만, 나는 아직 지금 있는 회사의 문제를 어떻게든 책임지면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지금 카카오에 지원하는 게 어렵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었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럼에도 팀장님께서는 일단 지원하고, 결과를 보고 판단하자고 했다.

그렇게 이력서 접수를 했고, 바로 며칠 뒤 면접 일정이 잡혔다.


면접 당일,

인터뷰가 진행되는 회의실에 들어가니 여민수 대표님이 계셨고, HR 담당자 등 2명이 더 있었다.

'내 면접에 대표님이 있을 줄이야'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사실 여민수 대표님은 카카오에 합류한 처음에는 광고파트를 총괄하셨다.


대표님께서는 바로 나를 알아보셨다.

그리고는 팔짱을 끼고 살짝 웃으시면서 질문을 호탕하게 던지셨다.


'에듀! 왜 나갔어~~!? 도대체 왜 나간 거야!? 하하'

그 질문을 시작으로 아이스브레이킹 타임을 살짝 가졌다.

그리곤 바로 실전 인터뷰로 돌입했다.


인터뷰가 시작되었음에도 나는 카카오 생각보다는 지금 있는 회사 걱정이 앞섰다.

동시에 팀장님께서는 어렵게 이 기회를 만드셨을 거라는 게 느껴졌었다.

마음이 복잡했다.


'왜 카카오가 두연 님을 뽑아야 하나요?'

'카카오 광고가 갖는 경쟁력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등등의 인터뷰 질문들이 쏟아졌다.


결국 팀장님께는 정말 미안했지만,

나로서는 쉽사리 마음이 카카오로 움직이지 못했다.

그 마음이 그대로 내 답변에 드러났을까.

인터뷰 결과는 좋지 않았다.


나는 인터뷰를 끝내자마자 바로 회사 운영과 투자 부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팀장님께는 현재 회사가 어려우니 어떻게든 정상화를 시키고 꼭 다시 찾아뵙겠다고 했다.


절벽에 서다

논의를 이어가던 벤처캐피털 회사에서 우리의 비전과

그간 이뤄왔던 결과들을 흥미롭게 봐줬나 보다.

우리는 어떻게든 빠른 논의와 투자금 수혈이 필요했기에,

논의를 더 빠르게 가져갈 방법을 찾으려 했다.


2월 말,

우리의 사업이 돌아가는 지역에 가서 어떻게 운영이 되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다고 한다.

회사 운영자금도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시점이어서,

마지막까지 왔다 싶었다.

절벽에 선 것이다.


심사역을 모시고 일산 학원가에서 운영되는 셔틀타요를 보여줬다.

많은 학원들이 빽빽이 모여 있는 곳이다 보니 아이들의 수업이 끝나는 시간이 되면

노란색 통학차량들은 학원가 차선 하나를

다 점령하다시피 했다.

그 가운데 셔틀타요 차량들도 있었다.


벤처캐피털의 심사역 분은

운행되는 차량,

현장을 관리하는 직원,

기사님들,

아이들 차량 탑승과 하차를 도와주는 동승자님들 등

하나하나 눈여겨보면서 확인했다.


현장실사가 종료되고 난 후 심사역과 같이 저녁식사를 했다.

심사역 분께 벤쳐캐피탈 내부에 보고가 들어가고 긍정적으로 투자가 검토가 된다면,

입금되는 것 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여쭤봤다.

빨라도 2개월 정도는 소요될 수 있다고 했다.

2개월이 소요되면 4월 말까지 간다는 건데 그때까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운영자금으로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거기다 직원들이 어려움을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심사역은 식사를 마쳐갈 때쯤

이렇게 심사가 빠르게 진행되는 건 거의 없는 일이라고 한마디 해줬다.

뭔가 위로가 조금이나마 되었다.


그 이후 3월로 넘어왔다.

공과금, 차량 관련 비용, 사무실 임대료 등 지급을 미룰 수 있는 건 일단 최대한 미뤘다.


그리고 나는 전 직원의 연말정산이라는 것을 진행해 줘야 했다.

지금껏 연말정산이라 하면 내가 서류만 준비해서 HR팀에 넘겨주면 끝나는 것으로 생각해봤지,

프로세스를 짜서 직원들 하나하나를 챙길 거란 생각은 꿈에도 안 했다.

아울러 쿠팡, 카카오에서 이용했던 연말정산 아웃소싱 업체 이용은 비용 때문에 엄두도 못 냈다.


3월 급여일이 다가올수록,

벤처캐피털의 연락이 없어 걱정이 커져갔다.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 봐도 3월 급여일이 넘어가면

그다음 급여는 장담 못했다.


3월 급여일이 임박했을 때 대표님이 급하게 이사진들을 소집했다.

방금 전 벤처캐피털과 통화가 끝났고,

중요 소식을 공유할 게 있다고 했다.

모두들 이제 할 만큼 했고 결과에 순응하는 분위기였다.


결과는 '투자 확정'

금액도 꽤 크게 받게 되었다.

입금은 다행히 4월 급여일 전에 들어온다고 한다.


정말 한시름 놨다 싶었다.

영화 같은 상황이 현실이 되니,

한동안 멍했다.

어떻게든 그동안 버텼던 게 이렇게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다행이지,

마지막까지 결과가 안 좋았다면 상상도 하기 싫었다.


4월이 되고 투자금이 약속대로 통장에 입금이 되었다.

기뻐할 틈도 없이 그간 밀렸던 공과금, 임대료, 그리고 급여 정리를 했다.

이런 일이 또 발생하지 않고,

미리 대비할 수 있게끔 사항들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투자금 입금이 된 날

모든 밀렸던 일들을 정리하고 집에 가기 전,

1월 말 눈 오고 그렇게 추었던  걸었던 한남대교를 다시갔다.

한강을 보면서 수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정말 실전이구나...밑바닥은 다시는 가기 싫다'

집에 와서 맥주 한 캔을 따고 속 시원하게 들이켰다.

마음속 응어리가 다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그래 다시 해보자'

4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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