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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라이프 Mar 31. 2021

[셔틀타요Ep.4] 떠날때는 미련없이

시리즈A 투자받은 회사를 뒤로하다

- 제 커리어의 주요 순간을 담아 정성껏 쓰려합니다. (쿠팡, 카카오, 블랭크, 스타트업 창업 등)

- 제 글로써 여러분들이 즐겁거나 뭔가 얻어가시는 게 있다면 대환영입니다.

- 현재 진행형인 제 스타트업 이야기도 글을 통해 차근차근 전달해 드리려고 합니다.


Re-Start

지사 한 곳을 셋업 하려면

부동산 수수료, 임대료, 냉난방기, 관리비, 책상/의자, 사무용품, 기타 비품 등등...

초기 비용이 은근 많이 들어가고

거기에 임대료 등은 월마다 고정적으로 들어가니

큰 액수로 투자받은 게 아니라면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한 최대한 비용을 아끼려다 보니 좋은 환경을 갖추기가 어려웠다.

그런 지사만 일산, 인천 등등 한 5곳이 있었다.


지사를 활용하면 비즈니스 현장 접근성은 좋았지만

예상보다 비용이 크게 들어갔었고

제일 중요한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뤄지지가 않았다.


그래서 2018년 4월 신규 투자를 받자마자 제일 먼저 움직였던 것은

각 지역마다 있는 지사를 정리하고 모든 인원을 본사로

모으는 것이었다.


그래서 모든 인원이 본사에서 일할 수 있는

기존 대비 큰 평수의 사무실을 찾게 되었다.


운 좋게 내방역 근처에, 나름 주차장도 있고 큰 평수의 사무실을 소개받을 수 있었다.

거기다가 들어올 거면 기존에 사무실을 썼던 회사에서 책상, 에어컨을 그대로 인계해준다고도 한다.


바로 오케이 했다.


공유 오피스를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우리가 원하는 지역에 없기도 했고

프로모션 등 혜택을 받아도 인당 비용이 우리 수준엔 비쌌다.

회사 오피스 용도로 쓰려면 기본 인당 50만 원은 생각해야 한다.


당장 5월부터 모든 인원이 새로운 본사로 빠르게 옮길 수 있도록,

부동산 계약 및 이사 등등의 사항을 신속히 진행해야 했다.

다른 지사들의 사무실은 계약기간이 남아있었지만,

주인과 최대한 잘 협의해보려 했다.


예전 같으면 회사 경험만 있고

사회 실전 경험이 별로 없으니

그런 업무들이 어렵기도 하고 약간 헤맬 수도 있었겠으나


근 몇 개월 동안 회사가 망할 뻔도 해보고 수많은 힘든 것들을 겪다보니까

내가 뭔가 달라짐을 느꼈고(=빠른 사이 늙었고)

그런 업무들은 약간 쉬운 일들로 생각되었다.


그렇게 새로운 본사 사무실을 셋업하고 있는 사이

내가 담당하고 있는 Role에 대해 가끔씩 고민을 해보았으나,

그냥 기분 탓이고 회사나 빨리 더 정상화시키자는 마음에 그런 고민은 안 하기로 했다.


어게인 따릉이

내가 합류할 때의 실질적인 조건은

카카오에서 받던 연봉을 거의 반 이상 삭감하고

스톡옵션을 받는 조건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앞서서 조건을 잘 안 따져봤나 싶다.


무튼, 그런 결정을 내렸으니

내 생활에 있어서는 내가 책임을 져야 할 터.

나는 아낄 수 있는 건 뭐든 지 해야만 했다.

그래서 출퇴근할 때 비나 눈이 오는 날을 제외하고는

거의 출퇴근을 서울시 '따릉이'로 했다.


왜 갑자기 따릉이 인가할 텐데,

1년 매일 1시간 정기권이 3만 원이다.

아울러 회당 이용시간이 1시간 미만일 때

자전거를 갈아타면 추가 요금 없이 계속 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집도 한남동이어서 한강변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기에도 좋았다.

사무실이 성수동이었을 때 늘 이용했다.


한여름에는 오전부터도 더우니까

해가 뜨기 전에 나와서 따릉이를 타고 출근을 했다.

퇴근은 당연히 해가 한참 지고했다.


기어 변속은 안타깝게 3단밖에 되지 않아,

추가 요금을 내지 않게 1시간 이내로 도착하게끔

페달을 열심히 굴려댔다.

그래서 늘 출근하면 헬스장 다녀온 기분이었다.


이번에 옮긴 내방역 근처의 사무실까지도

따릉이로 다닐 수 있는지 체크를 해봤다.

다행히 1시간 이내로 출근이 가능했다.

다만 오르막이 좀 있어서 페달은 더 열심히 굴려야 했다.


스타트업 합류 후 계속 따릉이 이용


신규 본사 사무실이 온전히 셋업이 완료되었고,

나는 그대로 계속 따릉이를 탔다.

본부장님 저 나갑니다

회사 내부 직원수가 50명 정도 되었는데,

거의 대다수가 지난겨울부터 신규투자를 받기 위해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그토록 열심히 버텨줬었다.

그런 힘들이 밑바탕이 되어 다행히 투자유치도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되었고,

회사도 이제 어느 정도 정상화가 되었다.

5월 초에 다 같이 워크숍도 다녀왔다.


너무 최근까지 큰일들이 동시에 벌어져 회사일에만 매달리다 보니,

직원들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나...

하나 둘 1:1로 나와 이야기하고 싶다는 직원들이 늘어났다.


"본부장님 저 드릴 말씀이 있는데 시간 되세요?"

이 말을 들을 때면 뜨끔뜨끔했다.


전에 쿠팡이나 카카오에 있을 때 종종 조직장님께

시간 되시냐고 여쭤본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나는 별 부담은 없었다.

직접 겪어보니 듣는 그 당시 조직장님들은 뭔 일이지 하고

약간 긴장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내용들은 다양했다.

그간 힘든 시간을 이렇게 보냈는데 향후 회사는 어떻게 가는지,

들어온 지 1년이 되어가는 데 연봉 인상은 언제 해주는지,

다른 스타트업들은 사내 복지도 다양한데 우리 회사는 생각해 둔 게 있는지,

우리도 스톡을 받을 수 있는 건지,

등등...


투자를 15억 정도를 받았고, 회사도 정상화가 되었으니

직원들 사이에서는 그 투자금을 어떻게 활용할지 서로 의견들이 돌았나 보다.


황당한 질문도 있었긴 해도

대부분 하나같이 뼈 때리는 질문들이었다.

"해줄게요" 식의 쿨한 형태의 답변은 내놓기가 불가능했다.

"내부 검토를 해보겠습니다"가 최선의 답변이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5월 말 정도가 되었을까,

"앞으로 더 힘들기 싫다"

"회사의 비전이 저하고는 안 맞는 거 같다"

등등의 이유로 퇴사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본부장님 저 나갑니다"

라는 말을 종종 듣게 되었다.

뒤통수 조심

6월로 넘어오니 어느 정도 다들 새로운 본사 사무실 생활에 익숙해졌다.

아울러 어떤 벤처캐피털에서 투자하고 싶다고 연락이 또 온 상황이었다.


내가 작년에 합류한 뒤로 모든 상황들이 급작스레

흘러가다 보니

대표님과 나와의 중요한 사항을 일단은 서로 구두로 확정하긴 했지만 더 확실하게 계약서 등을 통해 매듭짓지 못했다.


바로 '스톡옵션'


이제는 상황도 안정화되었으니 매듭을 짓고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몇 번 말하기도 해서 확실히 문서로 남기기로 했는데 그때마다 이래저래 이유가 생겨 미루고 미뤄졌었다.


내가 들어오기 전 처우 관련하여 협의할 때

대표님은 내가 연봉을 낮출 수 있는 수준마다 스톡옵션 %를 제안했다.

난 일종의 모험이기도 했지만 스톡옵션 %를 제일 많이 받을 수 있는 옵션을 선택했다.

즉 카카오에서 받던 연봉을 반 이상 삭감한 것.

해볼 때 제대로 해보자라는 생각이었다.


(대: 대표, 두: 두연)

두: 대표님 이야기 나눌 수 있을까요? 지금껏 구두로만 이야기 나눈 스톡옵션 때문에요

대: 아 네 그러시죠! 이제 계약서로 처리해야죠.


회의실로 장소를 옮겼다.


대: (계약서를 건네면서) 사실 두연님.

저희가 구두상으로 나눈 사항이 사실 당시 투자사와도 이야기가 완료되었어야 했는데,

제 불찰로 확실하게 안되었네요.

두: 네!?

대: 그니까...두연님께 약속한 %를 최근 투자받고 다시 이야기했는데 너무 높다는 반응들 이어서요.

두: 네!?

대: 계약서 보시면은 음... 전에 말씀드린 % 에서 하향되었고, 스톡옵션 행사가는 그 사항 고려해서 이렇습니다.

두: (계약서를 천천히 살펴본 후) 음... 제가 이번 주까지 피드백드려도 될까요?

대: 네네 당연하죠 두연님.


그날 뭔가 기분이 굉장히 이상하고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퇴근 후 집으로 향하면서

합류하기 전부터 상황이 지금까지 어떻게 흘러왔는지 생각해봤다.


나는 여기에 모든 걸 걸고자

회사 측에서 양해를 구했던 합류하는 시점이나,

연봉 등등의 사항을 다 이해하면서 맞추려고 했다.

당연히 공동창업자로서 합류하는 거니까.


그리고 나 스스로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나 증명을 하고 싶었으니까.


아울러 공동창업자들 가운데 개발자를 제외하고

회사 경험을 오래 한 사람은 나여서 운영 관련한 모든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비즈니스와 마케팅을 주로 담당하는 CMO로 왔지만

인사 / 재무 / 총무 / 법무 등등 운영 관련된 모든 것도 담당했다.

창업자라면 업무에 선을 긋지 않고 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니 그간 나 스스로 참 바보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내가 이 회사에 공동창업자로 있으면서 서로 믿고 더 할 수 있을까?'

'내가 현재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데,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영역이었던가?'

'그리고 현재 필요한 인원은 개발 쪽이 아닌가?'

이런 등등의 생각들이 들었고,

나의 능력과 시간을 이 회사에 더 쏟아내는 게 맞나라는 생각까지 이어졌다.


결국,

'그래, 떠나자. 그래도 협의는 정확히 하고 나가자'

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속전속결

스톡 관련한 미팅이 있고 난 며칠 뒤

나는 대표님에게 전화를 걸어

몇 번을 생각해봤지만, 우선 약속한 스톡% 가 아니어서 아쉬웠다는 말과 함께 제안을 했다.

내 스톡옵션을 포기하고 그 옵션을 개발자를 뽑는 데 쓰라는 것과 대신 내 연봉을 다시 조정해주면서 그에 따라 합류하고 지금껏 덜 받은 급여를 받고 싶다는 것이었다.


대표님은 미안하고 아쉽다는 말과 함께 알겠다는 담백한 말과 함께 통화는 종료되었다.

그 이후 내가 제안한 사항대로 이뤄져 내가 그간 못 받았던 급여 등을 받고 연봉도 조정되었다.


회사에는 직원들도 있으니

최대한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시키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나는 현재 논의 중인 벤처캐피털과의 투자건이 마무리되고

통장에 금액이 입금되는 시점까지는 책임지고 일을 봐야겠다라고 생각했다.


2018년 7월 추가 투자금이 입금된 날.


나는 대표님에게 바로 미팅을 제안했다.

대표님께는 지내오면서 아쉬웠던 점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아울러 앞으로의 내 커리어와 인생을 고려해봤을 때 떠나는 게 맞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무엇을 할지 어디로 옮길지 등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고,

다만 좀 쉬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싶다고 했다.


대표님도 계속 한숨을 쉬면서 안타까워했지만,

내 생각은 이럴 때일수록 빠르게 결정하는 게 좋겠다고 몇 차례 말씀드렸다.

스톡옵션은 앞으로의 회사를 위해서

개발자 등 인재 채용에 써달라라는 말도 덧붙였다.


떠나는 날짜는 7월 말이라고 말씀드렸다.


미팅을 끝내고 나니 내가 삼고초려(?)를 해서 합류시킨 세일즈의 규상님이 보였다.

내 이야기를 하니 본인도 곧 나갈 생각이었다고 한다.

괜히 나 때문에 좋은 직장 나와서 고생만 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에 미안했다.

규상님은 그런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괜찮다, 나도 좋은 경험 했다'라는 담백한 말로 위로를 건넸다.


7월 말 마지막 출근일.

지나온 시간은 1년 조금 넘는 시간이었지만

정말 많은 일들이 벌어졌기에,

모든 게 꿈인 것 같았다.


역시나 그렇듯 익숙했던 따릉이 출근길도 이제는 마지막이구나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1시간 내에 도착해야 했기에 여전히 페달은 열심히 밟았다.


회사 도착해서 급여 등 내가 마지막으로 처리해야 할 모든 일들을 했다.

회사 사람들과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조금 일찍 회사를 나왔다.


밖에 나와 가는 중에 몇 번 회사를 쳐다봤다.

누적투자로 몇십억 받았고, 뭔가 더 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 때문에.

하지만 그래도 내 기준에는 나와야겠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에 결정한 거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이 앞섰다.


'또 기회가 오겠지!'


그렇게 내 첫 스타트업은 마무리가 되었다.


셔틀타요, 차량 공유 스타트업 시즌 끝!

즐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시즌은 '컨텐츠커머스, 블랭크코퍼레이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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