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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라이프 Jul 19. 2021

[Blank Ep5.] 새로운 도전의 시발점이 생기다

좋은쪽의 미친놈이 다가오다

- 제 커리어의 주요 순간을 담아 정성껏 쓰려합니다. (쿠팡, 카카오, 블랭크, 스타트업 창업 등)

- 제 글로써 여러분들이 즐겁거나 뭔가 얻어가시는 게 있다면 대환영입니다.

- 현재 진행형인 제 스타트업 이야기도 글을 통해 차근차근 전달해 드리려고 합니다.


PM이 되어 주세요

내가 이리저리 연구해 가면서 블랭크 마케팅뿐만 아니라 타 팀에도 도움 줄 수 있는 스프레드시트 툴들을 만들고 있던 게, 마케팅 리더에게 확 띄었나 보다.


"두연 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저희가 앞으로 마케팅에서 더 데이터 드리븐을 해야 하고

현재 개발자, 웹디자이너 분과 중간 커뮤니케이션 해줄 PM 이 필요한 상황인데,

마케팅 능력도 있고 숫자도 잘 가공하실 수 있는 두연 님이 해주실 수 있을까요?"


"아 네네, 물론 블랭크에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해야죠"


그렇게 마케팅팀 안에 연구조직처럼

나, 개발자, 웹디자이너 이렇게 꾸려졌다.

나는 그렇게 역할이 바뀌게 되었다.

스타트업에서는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며,

더 열심히 해야지라고 생각하려 했지만.


PM으로서 제대로 개발자와 붙어서 개발 구조 등을

커뮤니케이션을 해본 적은 없었다.

거기다가 '데이터 드리븐'이라는 걸 생각하면서

더 도움 줄 수 있는 부분도 생각해야 했다.

PM은 개발자나 디자이너에게 '해주세요'나 '스케줄링'이 메인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자연스레 '어떻게 하지? 어디부터 시작해야지?'

이런 생각이 점점 크게 다가왔고,

빠른 시간 안에 내가 기준을 못 잡으면 문제가 생길 게 뻔했다.


'데이터 드리븐'이라는 건 화려하게 데이터 가지고 무엇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진짜 지금 바라봐야 할 데이터가 뭐고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그리고 지금 문제가 뭐고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 빠르게 판단하고 움직여야 하는 거라 생각했다.


일단 해석은 둘째치고 지금 매일/매주/매월 바라봐야 할 데이터가 뭐고 어떻게 보여주면 좋을지 나름 생각해서,

나는 미리 스프레드시트로 빠르게 밑그림을 만들어봤다.


어느 정도 내부 조직 정리가 될 즈음,

개발자님과 웹디자이너 분과 함께 일을 해나가야 하는 상황이 와서 셋이 모여 회의를 진행하려 했다.

앞으로 무엇을 할 건지, 어떻게 업무를 해나갈 것인지 논의를 하려고 했으나 분위기가 좀 어색함 반, 냉랭함 반이 흘렀다.


다 제쳐 두고 일단 급작스레 조직 구성이 바뀐 부분도 있고,

개발적인 지식이 부족한 내가 갑자기 PM으로 나타났으니

충분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이 세 사람이 왜 한 조직으로 엮이게 되었는지 설명과 설득이 필요했다.9


어느 정도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난 다음,

나는 개발적인 지식이 부족하지만 내 능력껏

우리 조직이 가장 퍼포먼스가 뛰어나다고 인정받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했고,

마무리는 '도와주세요'로 했다.

모르면 도와달라고 해야 한다

능력자님들과 함께

나는 우선 마케터들이 어쩔 수 없이 시간을 낭비해야 하는 포인트들을 확인해 보니

플랫폼 로그인과 데이터 확인 작업이었다.

브랜드가 많다 보니 쇼핑몰 관리자, 광고 관리자 등등

들어가서 확인하는 작업만 해도 꽤 걸리는 일이었다.

그래서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서버 한 곳에 다 모이게 해서

블랭크 대시보드 사이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물론 이 과정에 있어서 나는 스프레드시트로 밑그림을 그리거나,

개발자님께 마케터들이 주로 보는 포인트들이 어떤 부분인지 등 커뮤니케이션을 했고 개발자님은 뚝딱뚝딱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냥 만드는 게 아니라 마케터들이 자주 보는 

지표들의 의미들을  이해하면서 만드려고 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블랭크의 웹디자인을 담당하고 계신 디자이너 분께서는

A/B 테스트를 해보자라고

제안을 하니 뚝딱뚝딱 바로 설계를 하시고 진행해 주셨다.


나중에는 페이스북에 매일 들어가서 확인하고 예산 등을

조정하는 수고로움을 줄이고 퍼포먼스를 높이기 위해서

마케터 분들이 지정하는 조건값에 따라 자동으로 바뀌는

페이스북 광고 운영 툴을 만들기도 했다.

개발자님이 페이스북 API와 마케터 니즈를 빠르게 이해하셨기에 나온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다행 중 다행

"인사평가시스템을 저보고 만들어달라고요?"

한창 스프레드시트를 다루다 보니 타 팀에서 엑셀 관련한 요청이 가끔 있었다.

어느 날, 인사팀에서

"두연 님, 엑셀인데 이것 좀 도와줄 수 있을까요?"

라고 요청이 들어와서 해결해 줬었는데,

나중에 잠깐 회의를 하자고 한다.


'엑셀을 도와줬을 뿐인데 회의라고?'

어떤 이야기를 하시려는지 들어나 보자라는 생각으로  회의장소에 갔다.


"저희가 인사평가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외주를 쓰기엔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시간이 너무 지나갈 것 같고 엑셀로 이 부분을 해결하려고 하니 도저히 방법이 보이지 않습니다.

두연 님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음!? 시스템을 만드려고 하는데 엑셀로 한다고??'

나는 조금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한번 조금 더 세세하게 들어보자라고 생각하고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지 설명을 해달라고 했다.

들어보니 360도 다면평가 방식인 것 같았다.


"근데, 이 프로젝트에 주어진 시간은 며칠 있는 거예요?"

"아마... 많이 잡아서 3개월 정도요?"


그 순간 잘못 들었나 생각했다.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거고

아직 항목들도 평가를 할지, 어떤 식으로 진행할지

전체적인 커뮤니케이션이 100% 안된 상황이었고 거기다가

수동화를 최대한 없애고자 시스템화 시킨다...

'말이 되나?'

근데 생각해봤을 때 블랭크에서

꼭 해야 하는 프로젝트인 건 분명했다.

오죽했으면 나한테까지 왔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정말 방법이 없을까?'


그래서 한 일주일 정도만 같이 구상을 해보자라고 하고 미팅을 매일 진행했다.

뭐가 되었든 해볼 때까지 해보고 결정하는 게 맞다고 봤다.

그래서 밤낮을 새면서 어떻게 해서든 구현할 방법들을 연구해 봤다.

당근 마켓도 처음에는 구글 설문지로 시작했던 것처럼, 무언가 방법은 있을 터.


구글 서비스들은 서로 연동이 잘 되기 때문에 그것들을 이용하면  뭔가 방법이 있을 것 같았고,

마침내 해볼 만한 구조를 찾아서 의견을 내었다.

서로 OK 되었고 3개월을 주 단위, 일단위로 작업을 쪼개

어떻게 해서든 되게끔 움직였다.

내가 사용한 것은 구글 스프레드시트, 구글 사이트, 구글 설문지, 구글 드라이브였다.

정말 미친척하고 작업을 하다 보니 만들어지긴 했다.

그리고 수십 번의 걸친 테스트에도 잘 작동했다.


블랭크만의 인사평가시스템이 그렇게 구현이 되었고,

인사팀 내부에서도 좋아했었다.

좋기도 했지만, 정말 다행이었다.

내가 작업 Key를 쥐고 있는 상황에 물거품이 된다는 건 정말 상상도 하기 싫었으니까.

여담이지만 나중에 외주업체가

블랭크 인사평가시스템을 보고

어떻게 만들었는지 지식을 공유받는 조건으로

무료로 더 매끄럽게 시스템화 시켜주고 인사평가 진행 시 서포트를 해주겠다라는 제안이 왔었고,

업체는 그 케이스를 토대로 자체 비즈니스 모델을 피봇팅 후

'60억'에 가까운 투자를 받게 되었다고 들었다. 실화.


(좋은) 미친놈이 다가오다

생각해보면 나는 입사 후 일으키는 퍼포먼스에서는

마케팅이 늘 우선시되었지만, 꼭 마케팅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나는 블랭크가 진짜 더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는

거라면 마케팅이 꼭 아니더라도 하는 게 맞다고 봤다.

그래서 '인사평가시스템'같은 것도 만들어졌던 것 같다.


블랭크 입장에서 '데이터 드리븐'이 더 잘되기 위해서는

마케팅뿐만 아니라 생산, 물류, 유통, 콘텐츠 등 전반에 걸쳐

블랭크 데이터 흐름을 보고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걸

만드는 게 분명히 필요해 보였다.


브랜드 수도 다양하고 상품 수도 다양하니

그 가운데 어떤 상품을 더 프로모션을 걸어야 하는지,

어떤 상품이 원가 대비 신규 이익이 잘 나오고 있는 상황이니

콘텐츠를 더 뽑아내야 한다는지 등등의 의사결정이 빨라질 거라고 생각해서였다.


그래서 바로 만드는 건 둘째치고

일단 데이터 관련하여 뭐가 스트레스인지 인터뷰를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각 조직의 담당자분들께 요청해서 만나봤다.


그러는 와중에 나름의 스트레스 적인 요소가 발생했다.

인터뷰를 거쳐간 누군가

'두연 님은 마케팅팀 사람 아니에요? 왜 그런 걸 하는지 모르겠네요'

라고 했다는 것.

그 소리가 마케팅팀에게까지 전달되었나 보다.

"두연 님 앞으로 그냥 다른 거 하지 마시고 앞으로 마케팅에 더 집중해주세요"


나름 나는 회사 측면도 고려하고 마케팅에 더 본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구조를 생각하고

프로젝트를 생각해 인터뷰를 진행한 거였는데,

각 조직 그리고 위치마다의 판단 문제이기 때문에 그런 피드백도 있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프로젝트들을 같이 해보고자 내가 몇개월간 제안하고

블랭크로 데려온 친구도 더 있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서 그랬는지 조인한 후 몇 개월 있지 않고

떠나게 되었다. 뭔가 답답함이 몰려왔다.


쿠팡처럼 초기부터 급성장하는 스타트업들의 공통점은

좀 과장되게 말하면 일이든 뭐든 좋은 쪽으로 미친놈(들)이 있기 마련이다.

블랭크 내부에도 그런 존재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고,

기회가 닿는다면 그런 친구들과 잘 알아둬서 나중에 어떤 걸 해볼 때 연락이라도 해보자라는

상상은 입사 때부터 늘 있었다.


그래서 그런 걸까,

내가 무언가의 답답함을 기본 탑재한 채 일을 하고 있을 때

한 미친놈이 나에게 다가왔다.


"두연 님~!!! 저 아이디어 생각났어요! 이거 한번 들어볼래요!?"


블랭크코퍼레이션 시즌은 여기서 마무리!

다음화부터는 '영상 채팅 1:1 Q&A 플랫폼 Tipp'

시즌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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