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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라이프 Jul 05. 2021

[Blank Ep.4] 누구냐 넌?

마케터로 들어온 이상한 놈

- 제 커리어의 주요 순간을 담아 정성껏 쓰려합니다. (쿠팡, 카카오, 블랭크, 스타트업 창업 등)

- 제 글로써 여러분들이 즐겁거나 뭔가 얻어가시는 게 있다면 대환영입니다.

- 현재 진행형인 제 스타트업 이야기도 글을 통해 차근차근 전달해 드리려고 합니다.


커져가는 답답함

내가 블랭크에 마케터로 입사하고 어떤 부분을

어떻게 회사에 기여할지 꽤나 고민을 많이 했다.

1개월~2개월 정도면 충분할 줄 알았던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다 보니

스트레스가 스멀스멀 몰려왔다.


페이스북 외 다른 광고 매체를 발굴해서 테스트를 하고

성과를 내는 부분은 당연한 업무였지만,

내 스스로의 성장도 생각해야 했고

그것 말고 더 할 수 있는 게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블랭크가 이미 구축해놓은 페이스북 광고는

이미 잘 짜인 프레임 속에 영상, 이미지 등을 넣으면

알아서 잘 돌아간 상황에 내가 그 안에서 특별하게

가치를 더할 수 있는 사항은 크게 보이지 않았다.


'무엇을 더 기여 할 수 있을까?'


이러는 와중에 전 직원 대상으로 큰 발표가 있었다.

"저희 대만으로 다 같이 갑시다!"


'에!?'


더 사람이 많아지면 단체로 이동하는 게 더욱 힘들고 하니

100명 안팎일 때 한번 다 같이

대만 블랭크 지사를 방문할 겸 11월 말에 2박 3일

일정으로 워크숍을 대만으로 가자는 것.

비용도 만만치 않을 텐데라는 생각이었지만,

대표님의 의지로 실행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입사한 지 일주일도 안되었을 때 한강에 있는 선상 레스토랑에서 단체 회식을 하지 않나,

이번엔 대만에 해외 워크숍까지...

참 대단한 회사라고 느껴졌다.


아이러니하게 이런 소식들을 접할 때마다 놀랍고 좋긴 했지만 마음속 한편에는 아직 감을 덜 잡은 내 자신이 좀 찔리기도 했고

'아... 이 회사에 내가 제대로 기여할 만한 게 좀 떠올랐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만 자꾸 들었다.


그 답답함을 가지고 대만 워크숍을 가게 되었다.

해외 워크숍은 내 커리어 역사상 처음이었다.

그전까지는 제일 멀리 갔던 게 제주였다.

회사에서는 개인별로 쓸 수 있게 대만돈을 나눠 줬다.

대만에서는 대만 블랭크 브랜치도 가보고, 풍등도 날려보고,

블랭커들끼리 조를 이뤄서 아이디어 워크숍도 해보는 등등

재밌는 경험을 많이 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대만 워크숍도 잘 다녀왔겠다

이제 마지막 발악으로 나의 답답함을 풀어보고자

전체적인 블랭크 마케팅 업무 과정을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봤다.

그리고 나보다 먼저 합류하신 마케터분들께 어떤 식으로 일하는지,

어떤 부분이 스트레스인지 인터뷰했다.


"브랜드가 아무래도 많기도 해서 그런지, 광고 운영 리소스가 꽤나 들어가요"


"브랜드마다 담당자가 있지만 페이스북 광고만 봐도 계정이 거의 20개다 보니 각각 들어가서

어떤 캠페인, 그룹이 퍼포먼스가 좋은지 각각 살펴야 하고 그에 따라  예산 조정, On/Off, 광고 영상/이미지 등등 많은 걸 신경 써야 하니 머리 아프죠.

그게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엄청 생산성이 있는 일은 아니거든요"


"좀 뭔가 한방에 자동으로 해결되거나,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등등등


예전 쿠팡 때가 생각이 났었다.

쿠팡 초기에는... 정말 시스템이라고는 거의 없었다.

자동화라는 게 거의 없었다.

사이트 내 배너 위치를 하나 바꾸려고 해도 다른 모든 배너들의 위치까지

다시 세팅을 해야 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다 보니 운영 담당자들은 새벽에 퇴근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과였다.


카카오 때도 마찬가지였다.

광고주 미팅을 나갈 때 사전에 미팅 자료를 준비하기 위해

단순 데이터를 가공하고 정리하는 데만 시간이 꽤 걸렸다.


데이터 정리 및 확인하는 등의 단순 업무에만 1시간 걸린다고 하면,

그 사항을 일주일에 2번만 하더라도

52주 * 2번 * 1시간 = 104시간이다.

이런 사항을 여러 명이 한다고 치면 104시간 * @이다.

해당 작업을 더 할 수밖에 없어서 사람을 더 고용하는 것은 본질 개선 없이 계속 비용만 쏟는 격이 될 수 있을뿐더러

단순 업무가 실제 직원 본인의 주요 업무로 생각해버릴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효율성과 기회비용이라는 걸 생각할 수밖에 없다.


매일 단순작업으로 확인하는 것을 간소화시켰던

경험은 쿠팡이나 카카오 때 시도해봤던 터라

이번 블랭크 상황에서 내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근데 이번엔 어떻게?'

누구냐 넌?

블랭크에서는 구글 스프레드시트

커뮤니케이션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구글 스프레드시트로 마케팅 데이터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해 주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문제가 나는 구글 스프레드 시트를 잘 몰랐다.

그래서 별 수 있나...

'일단 해보자'

한 달 내내 미친 사람처럼

구글스프레드 관련한 영상, 글을 통해

기능, 사례들을 찾아보고 가볍게 테스트를 많이 해봤다.


구글스프레드는 일반적으로 Excel과 비슷하지만 사용법에 차이도 있고,

왠지 모르는 불편함이 많기에 쓰기 불편하다는 평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이래저래 만져보고 테스트를 해보니 그간 기능이 많이 업데이트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역시 구글이네'라는 감탄사도 자연스레 나왔다.


페이스북의 광고 데이터를 스프레드시트에 불러와서

가공하는 것을 테스트해보려 했다.

기대가 그래도 나름 큰 상태로 만들어 돌려보았는데,

함수를 너무 많은 셀에 적용해서 그런지 버벅되는 게 상당했다.


'뭐지. 왜 그러지? 나 지금까지 뭐한 거지? 하...'


그래도 끝까지 파보자라는

생각에 이래저래 더 알아보고 테스트를 해봤다.

query라는 함수를 쓰면 데이터 처리를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또 다른 팁들도 알게 되면서 나름의 희망의 끈을 이어갔다.


결국엔 페이스북에 각 계정마다 로그인을 따로 안 해도

구글 스프레드 시트에서 바로 쉽게 데이터와 그래프로 광고과를 볼 수 있고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지 감을 빠르게 잡도록 도와주는 툴을 만들었다.

나름의 노력 끝에 만든 결과물이라 기분은 무척 좋았다.


그 이후에 트위터, 유튜브 등의 다른 광고 채널의 데이터를 확인하는 툴도 만들고

다른 팀들에서 애로사항이 있는 부분을 스프레드시트 툴을 만들어 드렸다.


뭔가 착착 만들어지고, 결과물을 접하는 블랭커분들이 좋아해 주니까

나름 내 성장도 되는 것 같고 기분이 좋았다.

거의 뭐 내 속 마음은 이랬다

다만, 나를 둘러싼 분위기 자체가

'두연님은 마케터인가 뭔가?'로 흘러갔다


그렇다 나는 공식적으로 '마케터'로 들어온 거였다.

그런데 지금 뭔가 만들어내는 결과물들이 단순 '마케터'인가 에는 의문점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점점 나에게 암묵적으로 이렇게 질문하는 것 같았다.

'누구냐 넌?'


타이밍이 절묘하다고 해야 하나...

마케팅 팀장님이 좀 이야기하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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