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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라이프 Mar 08. 2021

[쿠팡Ep7] 새로운 시작을 위한 안녕.

만 3년간 쿠팡 커리어 마침표

- 제 커리어의 주요 순간을 담아 정성껏 쓰려합니다. (쿠팡, 카카오, 블랭크, 스타트업 창업 등)

- 제 글로써 여러분들이 즐겁거나 뭔가 얻어가시는 게 있다면 대환영입니다.

- 현재 진행형인 제 스타트업 이야기도 글을 통해 차근차근 전달해 드리려고 합니다.


왜!? Why!?

대표님과 나는 대표실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표님과 그렇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는 게 놀랍긴 하다.


대표님은 활짝 웃으시면서,

"어 두연아, 늘 잘해주고 있어서 고맙다. 무슨 일이야?"


그간 대표님께서는 나와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회의실에 내가 보이면

가끔 무거운 분위기를 깨는 아이스 브레이크(?)식으로 나에게 농담을 종종 건네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따라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어쩌지라는 생각이 잠시 스쳐 지나갔지만 그래도 이제는 말해야 한다라고 생각하고,

"아 네... 따로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저, 쿠팡 곧 퇴사합니다"


"응!? 뭐!!?? 뭐라고!? 응?! 두연아 지금 무슨 말했니? 퇴사한다고???"


"저 Daum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회사로 이직 예정입니다."


"아...."

대표님은 한동안 말을 잊지 못했다.

3년 동안 거의 회사에 붙어 있던 정두연이라는 애가

나가리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하셨나 보다.


"두연아, 왜 퇴사하는 거니? 왜!?"


"음.. 대표님. 제가 3년간 쿠팡에 있으면서 정말 많은 것을 경험했고 많이 배웠습니다. 지금도 그렇고요.

다만, 곰곰이 제 자신을 생각해봤는데,

가장 즐거웠던 때는 '광고'라는 것을 직접 경험했던 제휴사업팀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 하는 일도 쿠팡에서는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지만,

제가 원하고 알고 싶은 것을 쫓아 한번 가보려고 합니다."

"음... 아직도 나는 이해가 잘 안 간다.

이렇게 성장이 빠른 회사에서 더 경험하고 배우지 않고 왜 나가려고 하지? 이해할 수가 없다."

"옮기긴 하더라도 왜 네이버가 아니니? 점점 뒤처지는 Daum을 왜 가니? 이해를 할 수가 없다."

"네가 '광고'를 알긴 알고 가는 거니?"

"광고를 하고 싶다면 마케팅 팀으로 옮겨보는 건 어떠니?"

.

.

대표님의 질문과 제안이 속사포처럼 쏟아졌다.

내가 말할 틈이 거의 안보였다.


나는 침착하게 말씀드려야겠다 싶었다.

"대표님, 말씀처럼 쿠팡에 있으면 정말 하루하루 새로운 일들이 펼쳐지고 알아가는 것도 굉장히 많아요."

"다만 저는 제가 가장 열정 있게 그리고 재밌게 일해봤던 '광고'의 세계를 더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는 광고를 '모르니까' 가려고 합니다."

"저는 네이버든 Daum이든 그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이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때 대표님은 '정말 안타깝다'라와 '할 말이 없다'가 동시에 느껴지는 표정을 지으시면서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셨다.

"음... 두연아, 그래 알았고... 하... 광고라는 세계를 접하면 너 생각대로 재밌게만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어.

그간 쿠팡에서 열심히 잘해줘서 고맙고, 쿠팡에 다시 돌아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해라."

"그래.. 그래도 참.. 네이버가 아니라서 아쉽지만 Daum에 가서 더 열심히 잘해봐."


"네 감사합니다!"


대표님은 수고했다고 한마디 더 하시면서도 고개는 '이건 아닌 것 같다'라는 듯이 고개를 약간 저으셨다.


나는 대표님과 마지막 인사를 하고 내 자리 정리로 향했다.


대표님께서 '네이버가 아니라 왜 Daum이니'라는 식의 말씀을 반복적으로 하시길래,

내 마음속은 꼭 Daum에 가서 보란 듯이 결과로써 보여드리겠다는 의지가 활활 불타올랐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안녕

자리에 덩그러니 앉아 그간 쿠팡에서 어떻게 지냈었는지 차근차근 생각해봤다.


3년...

그렇게 길지도 짧지도 않은 기간이지만

나는 운 좋게 쿠팡이 이제 막 알려지기 전에 합류해서

물론 일하면서 가끔 욕(?) 먹기도 했지만,

좋은 동료분들 덕분에 굉장히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었고 나름의 어떤 성취라는 것도 맛을 볼 수 있었다.

어찌 이런 순간을 내 인생 그리고 내 커리어에 마주할 수 있었을까.

놀랍기만 하다.


좋은 사람들과 열정적으로 집중 있게 일을 하면 어떤 성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팀의 분위기가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시작부터 안 되는 이유를 찾는 것보다 할 수 있는 영역부터 시도해보면서 케이스를 얻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내가 스스로 느끼기에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얼마나 소중한지,

회사든 나 스스로든 서있는 것보다는 앞으로 가는 게 안정적이다라는 생각.

회사의 성장은 기회를 더 줄 수 있는 환경이 구성되는 거지 그 자체가 나의 성장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생각.

.

.

등등 이런저런 것들이 자연스레 느껴졌다.


그리고 생활면에 있어서는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서울에 올라올 때 도움을 받아 지냈던 건대입구역 근처 옥탑방.

제휴사업팀 팀장님 덕분에 같이 머물 수 있었던 신천역 근처 쿠팡 사택.

다른 쿠팡 7명의 분들과 같이 살았던 성수동 아파트(방이 3개였다 내 자리는 거실).

다시 제휴사업팀 팀장님, 동료분 3명이서 함께 생활했던 신림동 빌라.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어찌어찌해서 주거비는 많이 아낄 수 있었고 좋은 경험이었다.

언제 이런 생활을 해볼 수 있었을까 싶다.


이래저래 열 뻗치는 에피소드들도 몇 개 덩달아 생각났다.


입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회식에서 자리를 옮기는 과정이었는데,

어떤 대리님이 조금 취해서 그런지

"두연 씨... 저랑 같은 나이지 않아요? 근데 저는 대리고 두연 씨는 사원이네요. 크크"

순간 뭐지 싶었다, 근데 현실이니까 뭐.

대신, '10년 뒤에 보자'.

이렇게 다짐하게 되었다.

아직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전의가 불타오른다.

.

ㅇㅇ손해보험 측과 광고 이야기를 마무리하러 갔을 때 그쪽 본부장급의 분도 미팅에 참석했다.

"보니까 굉장히 젋네. 쿠팡은 연봉이 어느 정도 돼요?

저~기 신입사원 연봉이 얼만지 알아요? 4~5 천해요. 복사 같은 단순한 일만 해도."

"내가 저런 친구들 수십 명 수백 명 뽑는데, 이깟 광고금액 5백만 원 가지고 나보고 이런 미팅을 들어오라니.. 쯧쯧"

나이를 먹고 절대 저렇게 되지 말아야겠다,

쿠팡 광고를 기필코 크게 만들겠다. 등의 의지를 가질 수 있게 만들어 줬다.

.

쿠팡에 지내면서 열 뻗치는 순간들은 나의 자극제가 되었던 것 같다.


아무렴 어떠랴 이미 지나간 일이고 추억인데.


'후아... 정말 마무리하는구나'


인사를 마저 못 드렸던 분과 간단한 담소를 나누고

그간 답답할 때 찾았던 쿠팡 카페테리아의 한쪽 구석을 찾아

내 사원증을 올려놓고 쿠팡에서의 마지막 사진을 남겼다.


'사원증이 좀 낡긴 했네ㅋ'

'기사에서 아무리 망한다 떠들어도 잘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그간 쿠팡에서 모두 다 같이 외쳤었던 구호가(?) 문득 떠올랐다.

'세상을 쿠팡 하다! 쿠~~ 우팡!'


그렇게 새로운 시작을 위해 쿠팡에 안녕을 고했다.

답답함을 풀 땐 이 자리가 가장 좋았다

쿠팡 시즌 끝!

다음 시즌은 '카카오'입니다!



좋아요 눌렀냐옹 (이미지 협찬: 이영남 & 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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